3월 들어 언론 보도에 자주 등장하고 있는 키워드가 '음주운전'이다.
최근 배우 이재룡이 음주운전 후 교통사고를 내고 도주한 혐의 및 일명 '술타기' 수법을 썼다는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았고, 음주운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아이돌 '위너' 출신 남태현은 징역형이 구형돼 수감 위기에 놓였다.
또 지난 2월 음주운전으로 다른 차량을 연달아 들이받아 모두 15명의 부상자를 만들며 이재명 대통령으로부터 임명 6개월 만에 직권면직된 김인호 전 산림청장이 불구속 송치됐다는 소식이 이달 업데이트됐다. 아울러 봄 행락철을 맞아 경찰이 전국 각지에서 음주운전 집중단속에 나섰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도 기사로 쏟아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매년 10만명이 넘는 음주운전자가 적발된다. 그나마 점점 감소하고 있는 숫자인데, 그 속을 들여다보면 상습 음주운전이 고질병이다. "음주운전의 왕국이냐"고 조롱 받을 자격(?)이 충분한 대한민국의 민낯이다.
◆끊이지 않는 유명인 음주운전
최근 화제의 인물이 된 이재룡과 남태현 둘 다 음주운전 재범 이력을 갖고 있다. 여기에 꼼수 의혹과 죄질불량 맥락도 더해져 비판 여론을 더욱 돋우는 모습이다.
이재룡은 이달 6일 오후 11시쯤 서울 강남구 지하철 7호선 청담역 인근에서 차를 운전하다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은 후 달아나 3시간정도 후 지인 집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이어진 경찰 조사에서 처음엔 "지인 집에서 술을 마셨다"고 진술했던 이재룡은 "소주 4잔을 마시고 차를 몰았고, 사고 당시 중앙분리대에 살짝 접촉한 줄 알았다"고 뒤늦게 음주운전 사실을 인정했다. 당시 이재룡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정지 수준(0.03~0.08%)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면서 그가 추가로 술을 마셔 음주 측정에 혼선을 주려 했다는 술타기 의혹이 제기됐다. 경찰은 음주운전자가 도주하는 등의 경우에 대비, 마신 술의 양·알코올 도수·체중 등을 바탕으로 시간 경과에 따른 혈중알코올농도를 역산하는 '위드마크 공식'을 쓴다. 그런데 술타기 수법을 쓰면 음주운전 당시 혈중알코올농도 수치 파악이 힘들어진다. 음주운전자의 몸이 증거로 채택되기 어려워지는 셈이다. 이를 통해 음주운전 혐의 자체를 모면할 수 있고, 더 나아가 재판에서 무죄 선고를 이끌어낸 판례도 여럿이다.
이재룡 측은 "사고 발생 전부터 예정돼 있던 약속에 참여한 것이다. 음주 측정 방해 목적으로 추가 음주를 한 건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13일 경찰은 이재룡을 음주측정방해 혐의로 추가 입건했고, 결국 이재룡이 의혹을 인정한 데 따라 18일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술타기 꼼수에 재범도 서슴없이
바로 '김호중 방지법'을 적용한 것이다. 2025년 6월부터 시행 중인 도로교통법 44조 5항에서는 음주 측정을 곤란하게 할 목적으로 술이나 의약품 등을 사용하면 1년 이상 5년 이하 징역이나 500만원 이상 2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트로트 가수 김호중이 지난 2024년 5월 강남구 압구정동에서 음주운전 사고를 낸 후 달아나 편의점에서 캔맥주를 구입한 걸 두고 술타기 의혹이 제기됐고, 이후 '음주운전 교통사고를 내면 도망가는 게 더 유리하다'는 취지로 모방이 잇따라 국민적 지탄이 집중되자, 같은해 11월 국회에서 통과시킨 법이다.
연예계 유명한 주당으로 꼽히는 이재룡은 실은 23년 전에도 음주운전을 저지른 바 있다. 행동과 장소 등이 이번과 꽤 닮았던 터라 시선이 향한다. 그는 2003년 3월 21일 강남구 청담사거리 인근에서 차를 몰다 운행 중이던 택시와 추돌했다. 당시 이재룡은 차를 몰았다는 사실 자체를 부인하며 음주측정을 거부하다 서울강남경찰서로 연행된 후 음주운전 사실을 인정했다. 이때도 지인들과 술을 더 마시기 위해 이동하던 중 사고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남태현은 지난해 4월 27일 서울 강변북로 경기 일산 방향 동작대교 인근에서 면허취소 기준(0.08%)을 크게 초과한 혈중알코올농도 0.122%의 상태로 운전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도로 제한 최고속도(시속 80km)를 훌쩍 넘긴 시속 182km까지 엑셀러레이터를 밟아 중앙분리대를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남태현은 다치지 않았고, 다행히 다른 인명피해 역시 없었다.
그 또한 재범이었다. 남태현은 지난 2023년 3월 8일 새벽 강남구 한 주택가에서 음주 후 차를 8m정도 운전해 적발된 바 있다. 이어 2024년 1월 마약 투약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고, 집행유예 기간 중 음주운전을 또 저지른 것이다. 이에 검찰은 이달 12일 남태현의 음주운전 사건 결심공판에서 상습적 음주운전과 죄질불량 등을 이유로 징역형을 구형한 맥락이다.
◆적발 감소했지만 상습이 난제
술타기 같은 꼼수를 막는 법이 도입돼 모방범죄를 막고, 도마에 올랐던 유명인이 법적 처벌을 받는 과정이 널리 알려지는 건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일 수 있기에 사후약방문임에도 반길 일이다.
그런데 경찰 등 당국이 좀처럼 답을 찾지 못하는 난제가 상습 음주운전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음주운전 초범(1회) 적발 건수는 2010년 17만9천86건에서 2025년 6만81건으로 15년 사이 3분의 1 규모로 크게 줄었다.
하지만 재범(2회 이상)부턴 딴판이다. 총 건수는 감소 추세지만 다회 적발로 갈수록 병폐 수준이다. 7회 이상 상습 음주운전 적발 건수는 2010년 478건에서 2025년 935건으로 되려 2배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6회도 903건에서 1천71건으로 늘었고, 5회는 3천118건에서 2천516건으로 소폭 줄어 제자리 수준이었다.
경찰청 관계자는 "초범 단속 건수는 특히 2019년 '윤창호법' 시행 시기를 기점으로 눈에 띄게 감소했다"면서도 "2회 이상 재범자는 전체 감소세에 비해 하락 폭이 완만하다"고 지적했다.
윤창호법은 음주운전자가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법정형 수준을 1년 이상 유기징역에서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으로 높인 것을 비롯해 ▷음주운전 초범 기준(2→1회) ▷적발 시 면허취소 기준(3→2회) ▷음주운전 혈중알코올농도 기준(최저 0.05% 이상~최고 0.2% 이상→최저 0.03% 이상~최고 0.13% 이상)을 강화했다.
◆50대男 상습 최다 골칫덩이
지난해(2025년) 2회 이상 상습 음주운전자 4만6천556명을 성·연령별로 분류했더니 남성(4만3천76명)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50대 남성(1만2천798명)이 제일 많았고, 40대 남성(1만2천197명)과 60대 남성(7천883명)이 뒤를 이었다.
젊은층은 초범 적발 후 갱생해 재범률이 급격히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30대 남성은 초범이 1만4천111명이고, 2회 이상은 그 절반 아래 수준인 6천529명이었다.
반면 50대 남성은 초범(7천962명)보다 2회 이상(1만2천798명)이 더 많은 부류다. 7회 이상의 경우도 50대 남성(360명)이 1위였고, 60대 남성(296명)과 40대 남성(184명)이 뒤따랐다. 7회 이상 사례의 90%를 중장년들이 차지한 것으로, 20대 남성이 6명이고 30대 남성은 24명인 것과 대비된다. 재범을 저지른 배우 이재룡(62)과 재범 방지 대상인 김인호(62) 전 산림청장 둘 다 60대다.
계속 적발돼도 도로 위에서 '죽지 않고 살아남았으니', 음주운전을 서슴지 않는 인생을 이어나가고 있는 셈이다. 이들을 포함한 음주운전자들이 일으킨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2024년 138명에 달했다. 2015년 583명에서 크게 감소한 것이긴 하나, 죽지 않아도 됐을 사람들의 안타까운 죽음은 음주운전자들의 '예비살인' 방종을 매섭게 노려보게끔 만든다.
◆시동잠금장치 효과 낼까?
이에 윤창호법과 김호중 방지법 등 관련 법이 도입되고 있으며, 음주운전자들이 꾸준히 누릴 수 있었던 '특별사면' 길도 일찌감치 막혔다. 2009년 광복절 특사 때만 해도 5년 내 2회 미만 음주운전자는 사면 대상에 포함됐다. 그랬던 게 2015년 광복절 특사에서 2회 이상 상습 음주운전자는 제외했고, 2016년 광복절 특사를 시작으로 초범도 제외하고 있다.
그럼에도 숙지지 않는 음주운전을 근절코자 물리적 수단도 전격 도입된다. 골칫거리인 상습 음주운전자들이 첫 타깃이다. 올해 10월부터 5년 내 2회 이상 음주로 적발된 운전자는 운전면허 재취득 시 본인 소유 차량에 '시동 잠금 장치'를 의무설치해야 한다. 운전대에 설치된 음주 측정기로 음주 여부를 측정해야 운전을 할 수 있다. 함께 설치된 카메라는 운전자 확인 테스트에 쓰인다. 최대 300만원이 드는 설치 비용은 운전자가 전액 부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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