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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산불 1년] 고운사 사찰림 자연복원 치유는 잘된 결정…예상 보다 빠른 생태계 회복 흐름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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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주택 이재민 "큰 불편은 없으나, 전기요금이 너무 많이 나온다", 산불 피해 농민 "농기계, 비닐하우스, 농산물 현실적인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

불탄 고운사 사찰림 중 수령 수백년을 자랑하던 소나무가 전기톱날에 잘려 쓰러져 있다. 이희대 기자
불탄 고운사 사찰림 중 수령 수백년을 자랑하던 소나무가 전기톱날에 잘려 쓰러져 있다. 이희대 기자

고운사 일주문 옆 도로변에 불에 탄 소나무가 전기톱날에 잘린 채 쌓여 있다. 이희대 기자
고운사 일주문 옆 도로변에 불에 탄 소나무가 전기톱날에 잘린 채 쌓여 있다. 이희대 기자

고운사 범종이 깨어진 채 대웅전 앞 마당을 지키고 있어 보는 이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 이희대 기자
고운사 범종이 깨어진 채 대웅전 앞 마당을 지키고 있어 보는 이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 이희대 기자

◆ 검게 멈춘 고운사…"옛 모습은 사라졌다"

경북 산불이 휩쓴 지 1년.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지역 가운데 하나인 의성군 단촌면 구계리를 찾았다.

대한불교조계종 16교구 본사인 고운사는 여전히 상흔 속에 머물러 있었다.

대웅전 앞마당.

한때 법음이 울려 퍼졌을 자리에는 불에 타 깨진 범종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주변은 적막했다. 연수전과 가운루, 극락전, 약사전 등 보물급 전각들이 사라진 자리에는 텅 빈 공간과 그을린 흔적만 남았다.

고운사 입구를 따라 늘어서 있던 소나무 숲도 처참했다.
수백 년 수령을 자랑하던 소나무들은 대부분 검게 탄 채 서 있었고, 일부는 베어져 도로변에 쌓여 있었다.

마침 이날 현장에서는 벌목 작업이 한창이었다.
전기톱이 굉음을 내며 돌아가자, 아름드리 소나무 한 그루가 힘없이 기울더니 그대로 쓰러졌다. 수백 년 세월을 버틴 나무가 한순간에 사라지는 장면이었다.

잘려 나간 소나무는 단순한 목재가 아닌 '문화재급 자산'이다.
의성군은 벌목된 소나무를 고운사와 협의해 향후 문화재 복원에 활용할 계획이다.

검게 그을린 숲을 바라보자, 불과 몇 해 전 기자가 걸었던 소나무 숲길이 떠올랐다.
과거에는 불자가 아니더라도 전국에서 찾아오는 발길이 끊이지 않았지만, 지금은 그 풍경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나 완전히 멈춘 것만은 아니었다.

불에 탄 사찰림 사이로 연둣빛이 올라오고 있었다. 대나무는 어느새 허리 높이까지 자랐고, 도토리나무와 굴참나무 등 참나무류도 1m 이상 자란 모습이 곳곳에서 확인됐다.

고운사는 산림 당국의 인공 조림 대신 자연복원을 선택했다. 그 결과, 예상보다 빠른 회복세가 나타나고 있다.

고운사 주지 등운 스님은 "불탄 사찰림을 인위적으로 조림하지 않고 자연 치유에 맡긴 결정이 옳았다고 본다"며 "지난해 산불 이후 대나무와 참나무류가 빠르게 자라며 생태계가 살아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연수전과 가운루, 극락전 등 소실된 문화재 복원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안동환경운동연합은 국내 환경단체 및 연구진과 함께 자연복원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인공 조림이 아닌 생태계 자생력 회복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잿빛 숲 사이로 피어나는 초록은, 느리지만 분명한 변화의 신호였다.

◆ "살아는 가지만"…임시주택의 1년

고운사를 뒤로하고 구계2리 고운마을로 향했다.

전체 25가구 중 19가구가 불에 타고 6가구만 남은 이 마을에서, 주민들은 여전히 9평 남짓 임시주택에서 생활하고 있다.

겉으로 보면 평온한 시골 풍경이다.
집 앞에는 화분과 장독이 놓여 있고, 처마 밑에는 농산물이 말려 있다. 하지만 속사정은 녹록지 않다.

가장 큰 부담은 전기요금이다.
임시주택 특성상 전기 사용이 많은 탓에, 일부 주민들은 40만~70만원에 이르는 고지서를 받고 있다. 반면 10만원대에 그치는 경우도 있어 편차가 크다.

외천마을 임시주택에 거주하는 배시환(65) 씨는 "생활 자체는 크게 불편하지 않지만 전기요금이 너무 많이 나온다"며 "지난달에는 47만원이 나왔고, 군에서 40만원을 지원해 그나마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전기요금 노이로제'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 "보상은 턱없이 부족"…남은 숙제

피해 보상에 대한 불만도 여전히 크다.

농기계는 기종당 1대만 보상되고, 불에 탄 농산물이나 비닐하우스 시설은 사실상 보상이 없다는 것이 주민들의 주장이다.

구계2리 김태은(66) 전 이장은 "고추건조기 9대가 불탔지만 1대만 보상받았고, 경운기도 2대 중 1대만 인정됐다"며 "창고에 있던 건고추와 비닐하우스는 전혀 보상을 받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복구는 진행 중이지만, 삶의 기반을 완전히 되돌리기에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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