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이호준] 썩은 상자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이호준 논설위원
이호준 논설위원

'썩은 사과 하나가 상자 속 모든 사과를 썩게 한다'는 속담에서 나온 게 '썩은 사과' 이론이다. 특정 또는 일부 구성원의 부정적이고 잘못된 행동·처신이 다른 구성원들에게 영향을 미쳐 전체 분위기를 해치고 조직을 망가뜨린다는 의미다. 문제가 있는 조직에서 특정인이나 소수에게 그 책임을 돌리기 위해 흔히 사용된다. 조직은 문제가 없는데 '그 사람'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 이면(裏面)엔 '그 썩은 사과만 솎아 내면 괜찮아진다'는 뜻도 내포돼 있다. 일종의 '희생양 만들기'다.

'썩은 상자' 이론이라는 것도 있다. '썩은 상자 안에 있으면 성한 사과들도 다 썩는다'는 게 핵심 명제(命題)다. 조직의 시스템이나 환경, 상황이 개인을 오염시키고 문제를 키우는 경우가 더 많다거나 개인보다 조직이 문제라는 걸 강조할 때 사용되곤 한다. 미 스탠퍼드대 필립 짐바르도 교수가 교도소 실험을 통해 정립한 '루시퍼 이펙트'의 주요 개념이기도 하다. 썩은 상자가 썩은 사과를 만든다는 의미로, 싱싱하고 멀쩡한 사과라도 습하고 곰팡이 핀 '썩은 상자' 안에 있으면 같이 썩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을 보는 듯하다. '윤 어게인' 세력에겐 한동훈 전 대표와 친한계들이 썩은 사과이고, '절윤' 세력에겐 윤석열 전 대통령과 친윤 세력들이 썩은 사과다. 서로 솎아 내려 난리다. 당 윤리위원회까지 나서 '썩은 사과를 도려낸다'며 제명과 징계의 칼을 휘둘렀다. 당 지도부와 개혁파·소장파 등도 서로 썩은 사과 보듯 한다. 6·3 지방선거 공천 과정도 '역시나'다. 서로 썩었다고 손가락질이다. '사퇴' '탈당' 등 압박과 협박이 난무(亂舞)하는 등 서로 끌어내리고 배제하려 혈안이 돼 있다.

썩은 사과 때문에 상자가 오염된 건지, 썩은 상자 탓에 사과들이 상한 것인지, 둘 다 썩은 건지 논란이 있겠으나, 분명한 건 썩은 상자에선 정상적인 사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나마 앞선 위기에선 한나라당 천막 당사, 자유한국당 영등포 소규모 당사 이전 등을 통해 반성하며 상자를 정화(淨化)하려는 모습이라도 보였는데 지금은 이마저도 없다. 이준석 전 대표도 솎아 내고 한동훈 전 대표도 들어냈는데 상자는 더 썩어가고 있다. 지금 국민의힘에 필요한 건 솎아 내기보다 상자 청소가 아닐까.

07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이재명 대통령은 해외 순방에서 귀국하자마자 청와대에서 부동산·주식 시장 점검회의를 주재하며 '국민 눈높이 맞춤형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이...
경기 침체가 장기화됨에 따라 대구의 상가 1층 공실률이 급증하고 있으며, 2분기에는 10.2%로 전국 평균을 웃도는 수치를 기록했다. 특히 ...
경북 포항에서 해병대 20대 부사관이 총기 사고로 숨진 채 발견되었고, 군 당국은 총기 관리의 허점을 조사하고 있다. 이와 함께 대구와 경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일본과의 엔화 방어를 위한 외환시장 개입을 '우정의 신호'로 설명하며, 일본과의 공동 개입이 28년 만에 이루어..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