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란 게 그런 거 아닌가요?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거요. 저만 잘되면 무슨 의미가 있나요."
19일 국민의힘에서 전국동시지방선거에 출마할 광역의원과 기초의원 예비후보에게 한 줄기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틀 뒤 있을 국민의힘 공직후보자 자격시험(PPAT) 모의고사를 완벽하게 준비할 수 있는 이른바 '표준전과(全科)' 주소가 공개돼서다. 한 청년이 AI를 활용해 이 참고자료를 휴대전화만 있으면 누구든 접근해서 풀어볼 수 있는 'PPAT 모의고사 웹페이지'를 만든 것이었다.
국민의힘도 지선을 앞두고 모의고사를 컴퓨터 파일로 만들어 뿌리긴 한다. 문제는 이 모의고사가 불친절한 문제집이라는 점이다. 100페이지 넘는 문제와 숫자로 된 정답만 문서 맨 끝에 나와있어 응시자 입장에선 문서를 모두 인쇄한 뒤 고전적인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야만 했다. "왜 틀렸는지"도 즉각 알기 힘들었다.
하지만 이 청년이 만든 모의고사는 틀린 답을 고르면 바로 정답과 이유가 나왔다. 국민의힘이 제공한 모의고사 보다 더 많은 비슷한 유형 문제도 넣었다. 게다가 더 쉽게 자신의 오답을 확인하고 왜 틀렸는지를 알려주니 응시자 입장에선 이만큼 편리한 '오답노트'는 없었다.
이 모의고사 웹페이지를 만든 건 다름 아닌 EBS 강사 출신 국민의힘 소속 김한슬(39) 구리시의원이었다. 그는 19일 오전 "PPAT 준비하면서 연습할 겸 퀴즈 페이지를 만들었습니다. 도움될 지 몰라 공유 드립니다. 지엽적인 문제도 있지만 정답률 보다는 공부한 내용 검토용으로 괜찮은 듯 합니다. 오류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선배 동료 의원 님의 건승을 기원합니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자신이 만든 웹페이지를 모두에게 공개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한 서울시의원은 "현직 사이에서 김한슬 대단하다고 다들 칭찬하고 난리났다"고 말했다.
매일신문은 김 시의원에게 어쩌다 이런 웹페이지를 만들 생각을 했는지 물었다. 그는 "원래 교육 문제에 관심이 많다. 지난 지선 때 PPAT를 봤는데 외울 게 굉장히 많고 공부한 내용도 많더라"라며 "제대로 공부를 한 게 맞는지 확인이 필요했다"고 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제공한 모의고사 내용을 발췌해서 AI에게 학습을 시켰다. 문제 경향을 검수·검토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는데 쓰다 보니 괜찮았다"고 덧붙였다.
PPAT는 토익처럼 일정 점수를 아무 때나 취득하면 되는 시험이 아니다. 경쟁자가 동시에 맞붙는 시험이다. 상대가 탈락하면 자기가 더 이익을 본다는 말이다.
그런데 그는 경쟁자에게도 도움이 되는 행동을 했다. 왜 그랬을까.
김 시의원은 "처음엔 개인적으로 한번 써 보려고 만들었다. 만들어 보니 괜찮은 것 같아서 다른 의원 님과 이번에 첫 도전을 하는 후보 님에게 공유했다. 복습해 보시라는 의미로 제공한 게 전부"라며 "크게 품을 들인 것도 아닌데 반응이 좋아 기분이 좋다"고 했다.
2014년 연세대에서 전기전자공학·경영학 학사 학위를 취득한 김 시의원은 EBS 강사로 활약하다 2019년 카이스트에서 경영학 석사를 땄다. 그러고 시의원이 된 뒤 다시 대학원에 들어가 서울대 행정학 석사 졸업장을 하나 더 취득했다. 정책 공부가 하고 싶어서였다.
그는 "교육 정책은 처음 설계될 때는 매우 밝은 장밋빛 포부로 시작한다. 그런데 결과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큰 효과가 있었다는 정책은 거의 없었다. 너무 큰 문제"라며 "한국의 교육 정책은 어떤 결정권자의 취향이나 정치적 신념 때문에 중구난방으로 결정되는 되고 있다. 교육 정책을 수립할 땐 최대한 예측을 정확하게 하는 후속 정량 평가가 무조건 필요하다. 이런 것을 향후 추진해 보고자 행정학 공부를 했다"고 말했다.
김 시의원은 구리시의원을 넘어 경기도의원에 출마 선언을 했다. 국민의힘에서 벌이고 있는 청년 광역비례 오디션도 신청했다. 국민의힘은 오디션 개념으로 전국 17개 시도에서 1명씩 청년 광역비례대표 의원을 뽑을 예정이다.
그는 "교육 문제는 좌우나 진보·보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영역"이라며 "항상 교육 문제는 진보 진영에서 목소리를 크게 냈다. 보수 진영에서 제대로 교육 정책을 말하는 이가 그동안 드물었다. 앞으로 내가 국민의힘에서 교육 정책을 손색 없이 설계하고 말하고자 한다. 그 역할을 제대로 하고 싶다"고 했다.
김 시의원은 "석사 연구를 통해 진보 경기도교육감의 정책이 경기도 학생의 학업 성취도를 하락시켰음을 통계적으로 입증했다. 진보가 20년간 독점해 온 교육·청년 키워드를 보수가 선점하는 전략을 기초의회에서 실행해 왔다"며 "기초자치단체 최초로 독도교육 조례를 발의했고 은둔형 외톨이 즉시보고 의무화 조례와 청소년 기본 조례 등을 발의하고 사업으로 전환했다. 이 경험을 경기도의회 교육기획위원회로 확장해 진보 교육이 망가트린 교육을 정상화하고 1천만 학부모가 공감하는 보편 교육 의제를 선점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그는 모의고사 웹페이지와 더불어 '모두의선거' 웹사이트도 만들었다. 모두의선거는 지선에 출마 선언을 한 예비후보의 이력과 전과 등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는 웹페이지다. 후보끼리 비교도 한 눈에 가능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도 이와 같은 정보가 있지만 한 눈에 보기 매우 불편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정치 고관여층은 선관위 홈페이지를 자주 찾는데 옛날 자료나 문서 등을 살펴보는 게 매번 불편했다. 선거 관련 정보를 살필 때 다른 지역과 비교가 안 됐다"며 "AI를 활용해 프로그래밍을 많이 하다 보니 선관위 불편함을 해결하는 사이트를 직접 만들 수도 있을 것 같아 뚝딱 만들었다. 반응이 굉장히 좋았다. 서버가 마비될 지경이라 더 큰 서버로 옮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마디 더 남겼다.
"많은 사람들이 좋은 정보를 쉽게 찾을 수만 있다면 내 역할은 다 한 것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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