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만 되면 지도부에 대한 사퇴를 요구하고 계속 지도부를 흔들면서…정작 참정권 수호나 특검이나 상임위 배분, 당이 해야 할 일들이 많은데 결국 그런 데에는 에너지를 쏟지 못하는 그런 상황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지도부에 대한 공격만 계속하는 것이 대안도 아니고 미래를 위한 대안 제시도 아닐 것입니다. 혁신도 아니고 쇄신도 아닐 것입니다. 혁신과 대안, 미래라는 이름으로 명분 없이 지도부 흔드는 거에 대해서는 이번에 반드시 정리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지난 26일 '이동재의 뉴스캐비닛'에서〉
병석을 털고 일어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칼을 뽑아들었다. 지난 6·3 지방선거 기간 당내에서 분출했던 지도부 사퇴 요구를 해당행위로 규정하고, 이를 당무감사와 징계로 다스리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당내에서는 졸지에 '숙청 대상'으로 내몰린 친한(동훈)계와 소장파를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터져나온다. 이에 장 대표와 지도부를 비롯한 '당권파'와 이들의 내홍이 본격화한다면, 사실상 내전 수준의 '사생결단'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당 안팎에서는 장 대표가 이미 압도적 우위를 확신한 상황에서 '기강잡기'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장 대표가 여전히 당원 과반의 압도적인 지지세를 확인한 뒤, '비당권파'의 구심점들이 당 중심에 서기 가장 어려운 시점을 골라 특유의 승부수를 던졌다는 분석이다.
◆張 "당내 갈등 유발에 단호한 조치…'원칙'으로 당 기강 잡는다" 엄포
장 대표는 지난 26일 본지 유튜브 '이동재의 뉴스캐비닛'에 출연해 지방선거 기간 미뤄뒀던 당무감사와 징계 절차에 착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장 대표는 "지방선거 전에 당을 너무 갈등의 소용돌이 속에 넣지 말자 해서 여러 가지 조치들을 일단 미뤄둔 것들이 있었다. 그리고 지방선거 중에도 여러 당내 문제들이 발생했고, 해당행위 논란들도 많았다"면서 "이 부분들에 대한 징계 요청이 많이 들어오고 있는데, 이제 어떤 결론이든 답을 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장 대표는 당내 일각의 사퇴 요구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당원들이 뽑은 당 대표에 대한 사퇴를 요구하려면 결국 그것이 당원들의 뜻과 맞아야 하고, 뜻이 다르다면 분명한 명분이라도 있어야 한다"며 "하지만 그런 명분조차 없다면 결국 내 자리를 지키고 '뱃지'를 지키기 위해 지도부를 흔들고 보자는 의도로 밖에 해석할 수 없다"고 일갈했다.
이날 장 대표 발언을 종합하면 장 대표는 그동안 '지도부 흔들기'를 이어온 당내 계파로 개혁 성향의 의원 모임인 '대안과 미래'와 친한계를 지목했다. 대안과 미래 소속 의원들은 지난 25일 조찬 회동을 마치고 당 지도부의 총사태와 전당대회 개최를 요구한 바 있다.
장 대표는 이들을 향해 "이재명 정부와 제대로 싸워서 (이 대통령의) 재판 재개해야 한다. 재선거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 그리고 공소 취소 막아야 한다. 연임을 위한 것도 막아내야 한다"며 "이런 것들을 위해 제대로 싸우자는 목소리는 내지 않는다. 싸우는 의원도 없다. 지금 지도부를 흔드는 게 정말 국민의힘이 잘 되자고, 보수를 제대로 재건해서 다음 총선에서 이기자고 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장 대표는 이날 펜엔마이크 유튜브에 출연해 "청년 정치라고 하면서 개혁을 얘기하는 김용태, 김재섭, 우재준 의원 등도 도대체 민주당과 싸우기 위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글을 몇 개 올렸는지 등을 목록을 작성했으면 좋겠다"며 "기가 막히게 적과 싸워야 할 때는 뒤에 숨어 있다가 당내에서 지도부를 공격할 때는 맨 먼저 나와서 가장 목소리를 높인다"고 꼬집었다.
장 대표는 당무감사와 징계에 대한 원칙도 밝혔다.
장 대표는 "당 밖 후보를 도운 인사들에 대한 징계 요청은 이미 들어와 있는 만큼, 이를 전반적으로 검토하겠다"며 "해당 행위 문제를 다루고 징계를 함에 있어서 현역이냐 아니냐를 따질 문제는 전혀 아니라고 생각한다. 징계의 문제는 원칙과 기준의 문제이고, 당의 기강을 세워나가는 문제"라고 못박았다.
◆"당장 징계해라" "입틀막·내로남불"…소장파·친한계, 징계 예고에 '격앙'
이 같은 장 대표의 발언에 당내에서는 찬반양론이 동시에 터져나왔다. 이 가운데 징계 대상에 오를 것이 유력시되는 친한계·소장파 의원들은 장 대표를 공개 비판했다.
당내 대표적인 소장파인 김재섭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되레 자신에 대한 징계를 촉구했다.
김 의원은 "모두가 패배를 말하던 전장에서 저는 선봉에 서서 싸웠다"며 "선대위원장으로서 서울시장 선거를 승리로 이끈 그 싸움이 장동혁 지도부를 흔드는 일이었다면 기꺼이 징계를 받겠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선거 과정에서 민주당으로부터 수차례 고발을 당하고, 국회 윤리위원회 징계 청구까지 당한 것을 해당 행위라 여긴다면 기꺼이 징계를 받겠다. 윤석열과의 단절을 촉구한 것이 당의 기강을 해치는 일이라 판단한다면 기꺼이 징계를 받겠다"며 "무엇이 진정 당을 위한 길이고 보수를 위한 길이었는지, 그 판단은 당과 시민 그리고 시간에 맡기겠다. 당의 처분을 기다리겠다"고 덧붙였다.
친한계로 분류되는 안상훈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탄핵 정국에서 한동훈 전 대표 체제를 붕괴시킬 때 1호로 나선 게 당시 장동혁 최고위원"이라며 "지금 본인 사퇴 얘기 '입틀막'(입 틀어막기) 하는 건 내로남불"이라고 비판했다.
안 의원은 자신이 한동훈 무소속 의원의 대구 일정에 동행한 탓에 이미 징계 명단에 올라있다며 "한동훈 전 대표하고 옷깃만 스쳐도 징계감"이라고 비꼬았다.
이어 "한 의원의 복당은 장 대표 퇴진과 동시에 이뤄지는 게 맞다고 본다"며 "지난번 의원 총회에서 한 전 대표 징계는 부당했다는 게 다수론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당내 일각에서는 당 윤리위원회가 주도할 징계가 앞선 사례처럼 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릴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3월 서울남부지법은 국민의힘에서 각각 당원권 정지와 탈당 권고 처분을 받은 배현진 서울시당위원장과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 효력을 정지한 바 있다.
다만 장 대표는 이와 관련 "징계가 필요하다면 사안에 대해 절차적으로 내용적으로 면밀히 검토해 지난번처럼 법원에서 새로운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언급했다.
◆당원 과반이 지지, 한동훈·오세훈은 못 끼는 싸움…張, 누워서도 이긴다?
보수 정가에서는 장 대표를 비롯한 '당권파'가 이번 대립에서 생각보다 훨씬 손쉽게 이길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흘러나온다.
그 이유로는 우선 당 지지율이 상승세를 탄 가운데, 지도부를 향한 당원들의 지지세가 여전히 견고하다는 점이 꼽힌다.
한국갤럽이 지난 23∼25일 전국 만 18세이상 유권자 1천명을 대상으로 장 대표의 대표직 유지·사퇴 여부를 물은 결과, '대표직을 유지해야 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28%에 불과했다. 반면 '사퇴해야 한다'는 응답은 48%에 달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지지층만을 놓고 보면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49%,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이 39%로 집계됐다.
(무선 전화 면접 방식으로 진행,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은 10.5%.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길리서치가 지난 20~22일 전국 만 18세이상 유권자 1천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전체 응답자의 47.7%가 장 대표의 사퇴를, 41.8%가 유임을 선택했다.
하지만 해당 조사에서도 국민의힘 지지층만 떼서 보면, 유임이 57.3%로 사퇴의견(34.9%)를 앞섰다.
(유선 전화면접 3.1%·무선 ARS 96.9% 병행,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은 2.4%.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오세훈 서울시장과 한동훈 의원 등 '비당권파'가 구심점으로 삼을 만한 인물들이 이번 대립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어려운 점도 장 대표 측의 승리가 유력한 이유로 제시된다.
한동훈 의원은 이른바 '당게 사태'의 여파로 지난 1월 당에서 제명됐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에 따르면 한 의원은 향후 5년간 최고위원회 의결 없이 복당할 수 없다.
현 지도부는 한 의원을 직접 제명시켰던 데다, 지금도 복당은 안된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친한계가 정치적 타격을 입는다고 해도 한 의원이 할 수 있는 대응은 극히 제한적일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장외 연대 등의 한정적인 지원사격은 가능하겠지만, 이것이 절차를 앞세운 당내 투쟁에 큰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5기 시정' 개시를 앞둔 오 시장 역시 당내 갈등에 직접적으로 개입하기는 어려운 상황으로 보인다. 오 시장은 지난 지선 국면에서 경선 참여를 거부하는 등의 방식으로 장 대표에게 각을 세운 바 있다. 하지만 이미 당선증을 받아든 지금은 동일한 형식의 공세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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