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찻길옆 오막살이
아기아기 잘도 잔다
칙 폭 칙칙 폭폭 칙칙폭폭 칙칙 폭 폭
기차소리 요란해도 아기아기 잘도 잔다.
〈윤석중 작사 동요 '기찻길옆'중에서〉
1960년 중반 대구 칠성동 초겨울, 우리는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기차를 가졌다. 그것은 칠성동 할아버지가 버린 고물 삼륜차와, 어머니들이 빨랫줄로 쓰던 낡은 새끼줄을 이어 만든, 우리들만의 '특급 열차'였다.당시 칠성동 기찻길 옆 오막살이 동네는 서민들의 애환이 담긴 삶의 터전이었다.텔레비전도 흔치 않던 시절,어릴 적 동네 아이들에게 기차는 신기한 존재였다.
골목 한가운데에서 한 아이가 새끼줄을 가져와 "칙칙폭폭!" 하고 소리치면 동네 아이들은 하나둘 자연스레 줄을 서기 시작한다.새끼줄로 타원형을 만들고, 가위바위보로 기관사를 정한다. 우리의 기관사는 철수 형이였다. 형은 늘 가장 앞장서서, 낡은 새끼줄을 배꼽 부분에 걸치고 아이들의 방향을 잡았다. 철수 형 뒤에는 영수(두 번째)가 보조 기관차가 되었다.
그들의 뒤에는 가장 작고 약했지만, 털모자를 꾹 눌러쓰고 새끼줄을 놓지 않으려고 애쓰던 민수가 있었다. 민수는 '화물칸'이었다. 그리고 우리의 '진짜 승객'은 삼륜차에 앉은 한수 동생이었다. 마지막으로, 삼륜차를 뒤에서 밀어주는 용수가 있었다. 아이들은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칙칙… 폭폭!" 리듬에 맞춰 골목을 신나게 달릴 준비를 마쳤다.
"자~출발합니다!"
누군가 외치면 기차는 덜컹거리듯 출발한다. 아이들에게 좁은 골목길은 철로가 되었고, 담벼락은 터널이 되었으며, 우물가는 정거장이었다. 아이들은 그때마다 속도를 줄이며 "끼익—" 하고 소리를 냈다. 정거장에 서서 기관사는 '~역입니다. 내리실 분 내리세요'외친다.내릴 사람도 없고 탈 사람도 없었지만, 정차하는 흉내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웠다.
가끔은 사고도 났다. 앞에 서 있던 기관사인 철수 형이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면, 뒤따르던 객차들도 줄줄이 넘어졌다. 그 순간, 한바탕 웃음이 터져 나온다. 바짓가랑에 묻은 먼지를 훌훌 털어내며 다시 줄을 서고, 더 큰 목소리로 "칙칙폭폭!"을 외친다.마침내 아이들은 험난한 언덕을 넘어 마을을 한 바퀴 다 돌았다. 비록 고물 삼륜차와 낡은 새끼줄일 뿐이었지만, 우리의 마음속에는 그것이 세상에서 가장 빠르고 위대한 열차였다.
해 질 녘 어머니가 "저녁 먹자.이제 그만 들어와라!" 목소리가 멀리서 들려오면 그제야 아이들은 기차를 멈췄다.손을 놓고 각자의 집으로 흩어지면서도,아이들의 입에서는 여전히 작은 기적 소리가 흘러나왔다.
특별상인 신철균 작가 '칙칙폭폭'의 빛바랜 흑백 사진 속 아이들은 모두 어른이 되었지만, 그들의 마음 한구석에는 여전히 그 팽팽한 새끼줄의 감촉을 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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