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낮잠에서 깼네요" CCTV 화면을 보며 사육사가 밥 준비에 나선다. 홈캠으로 아이를 살피듯 작은 움직임 하나에도 눈을 떼지 못한다. 밥을 먹지 않고 장난을 치는 아기 백사자에게는 "밥 먹어야지" 하며 엉덩이를 두드린다. 지난해 8월 태어난 아기 백사자 루카와 루나에게 사육사들은 부모와 다름없는 존재다.
전근배(45), 정상용(32), 김서우(30) 사육사의 '밀착 육아'는 아기 백사자에 앞서 부모 개체인 백사자 부부를 돌보던 때로 거슬로 올라간다. "백사자 부부에 이어 아기들까지, 이 가족들 돌보다 등골 휘겠다"며 웃으며 건넨 말이지만, 그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은 이유다. 빛 한 줄기 들지 않던 지하 공간에서 7년을 보내야 했던 백사자 부부를 돌보는 일 역시 이들 사육사의 몫이었다.
동물원이 손을 내밀지 않았다면, 이 생명들이 이어질 수 있었을까. 이들은 백사자 가족에게 또 하나의 '가족'이 되어줬다. 그리고 이러한 돌봄은 한 생명을 살리는 데서 그치지 않고, 또 다른 생명으로 이어지고 있다. 네이처파크에는 이들 외에도 당시 구조된 55종 234마리가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 1시간마다 분유…아기 백사자 육아 일기
백사자 부부가 네이처파크로 온 지 1년 여가 지난 어느 날, 사육사들은 암사자의 배가 부른 것을 눈치챘다. 처음 왔을 때만 해도 제대로 걷지 못할 만큼 상태가 좋지 않았고, 영양 상태도 나빠 조금만 움직여도 쓰러지곤 했다. 그런 사자가 몸을 회복해 새 생명을 품었다는 사실은 사육사들에게도 '경사'였다. 사육사들은 이후 과거 사육 이력도 뒤늦게 알게 됐다. "실내동물원에 있을 당시에도 출산을 시도한 적이 있었는데, 한 번은 사산했고, 또 한 번은 제대로 돌봄을 받지 못해 새끼를 잃었다고 들었다. 그래서 이번 출산이 더 의미 있게 느껴졌다."
그리고 2024년 8월 18일 오후 1시쯤, 야외 방사장에서 새끼 세 마리가 태어났다. 그러나 어미는 새끼를 품지 않았다. 비가 내리던 날, 새끼들은 진흙에 뒤덮인 채 방치됐고 저체온 위험에까지 놓였다. 결국 사육사들은 세 마리를 모두 데려와 인공 포육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 가운데 한 마리는 끝내 살아남지 못했다. 이후 루카와 루나, 두 마리만이 살아남았다.
인공 포육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정상용 사육사는 "딸을 키우는 것보다 몇 배는 힘들었다"고 말했다. "처음엔 혼자 맡았는데, 1시간마다 깨서 분유를 먹여야 했다. 24시간 함께 지내다 보니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다." 이후 정상용·김서우 사육사가 팀을 이뤄 돌봄을 이어갔다.
포육실이 준비되지 않았던 첫날의 기억도 선명하다. 사육사들은 호텔 객실을 급히 빌려 새끼들과 밤을 보냈다. 그러나 어린 사자들의 울음소리는 예상보다 훨씬 컸다. 다른 투숙객들을 고려해 다음날 사무실로 자리를 옮겼고, 한켠에 모기장을 치고 임시 공간을 만들어 생활을 이어갔다.
이후 인공 포육실이 마련되면서 돌봄은 더 체계적으로 이어졌다. 분유를 뗀 뒤에는 이유식을 만들어 먹였고, 지루해할까 봐 장난감도 하나씩 바꿔줬다. 처음엔 고무공을 줬다가 발톱과 이빨에 금세 터져버리자 물에 띄울 수 있는 부표를 구해왔다. 나무도 직접 베어와 긁고 놀 수 있게 해줬다. 인공 포육실 곳곳에는 사육사들의 손길이 고스란히 묻어 있다.
"어릴 때는 같이 자면 팔베개를 하고 올라와 자곤 했다. 지금은 장난으로 툭 치는 것만으로도 버겁다." (웃음) 아기 사자들은 세 사육사를 또렷하게 알아본다. 얼굴을 비비는 '헤드 번팅'으로 친밀감을 표현하기도 한다. 새끼 때부터 키워준 존재라는 것을 기억하는 듯하다. "어미가 키워줬으면 더 좋았겠지만, 이렇게라도 건강하게 자라줘서 다행이다. 올여름쯤이면 인공 포육실을 떠나 사육장에서 생활하게 될 텐데, 그때가 오면 섭섭할 것 같다. 그래도 결국 독립해야 하는 게 이 아이들의 삶이라 생각한다."
아기 백사자들은 부모 개체와 가까운 공간에서 지내게 되지만, 함께 생활하는 '합사'는 어렵다. 사람 손에서 자란 개체인 만큼 한동안은 사육사의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새로 마련될 사육장은 최대한 자연에 가깝게 조성될 예정이다. 햇빛과 바람이 통하고, 나무 그늘과 물 웅덩이까지 갖춰질 계획이다.
시민들의 관심도 뜨겁다. 아기 백사자 공개 프로그램 '아기 백사자 산책'은 연일 매진을 기록하고 있다. 백사자 부부가 구조될 당시부터 지켜봤다는 류제광(35) 씨는 "잘 지내길 응원했던 백사자 부부가 아기 사자를 낳았다는 소식에 정말 기쁘고 가슴이 뭉클했다"며 "백사자 가족이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구조된 동물들 모두에게 '새 삶'
아기 백사자만이 새로운 생명의 시작이 아니다. 백사자 부부와 함께 구조됐던 긴팔원숭이 부부도 올해 2월 새끼를 낳았다. 과거 이들은 좁은 유리장 안에 갇혀 거의 움직이지 못했다. 한자리에 앉아 있거나, 관람객들이 먹이를 넣어주는 구멍만 바라보는 것이 일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넓은 사육장에서 나무를 타고 끊임없이 움직이며 본래의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다. 새끼 역시 아직은 어미 품에 안겨 있지만, 머지않아 부모를 따라 나무를 오르내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변화는 다른 구조 동물들에게도 이어지고 있다. 당시 구조된 55종 234마리가 네이처파크에서 살아가고 있다. 화장실 바닥에서 미끄러지며 지내던 미니돼지는 흙바닥 위에서 안정적인 생활을 이어가고 있고, 90cm 남짓한 수조에 갇혀 있던 사막여우는 넓은 공간에서 다른 개체들과 어울리며 살아간다.
굴을 팔 수조차 없던 시멘트 바닥 위의 미어캣은 흙을 밟고 직접 굴을 파며 본래의 습성을 되찾았고, 좁은 사육장에 흩어져 지내던 알락꼬리여우원숭이들은 숲 형태의 공간에서 무리를 이루며 생활하고 있다.
하지만 구조 이후의 삶이 마냥 순탄한 것은 아니다. 사육사들은 "갈 곳 없고 상태가 좋지 않은 동물들을 데려올 수 있다는 점은 의미 있지만, 적응시키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구조된 동물들은 대부분 과거 환경에서 신체적·정신적 상처를 입은 상태다. 먹이부터 하나씩 다시 맞춰야 한다.
"오랫동안 제대로 먹지 못했던 개체는 서서히 먹이량을 늘려야 하고, 종에 맞는 먹이를 세심하게 조절한다.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것도 중요하다." 치료 역시 필수다. 관절이나 피부 질환 등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경우가 많아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백사자 부부 중 수컷 역시 관절이 약해 평생 약을 먹어야 하는 상태다. 이처럼 꾸준한 관리가 필요한 만큼 치료비 부담도 적지 않다.
기존 개체와의 '합사'도 또 다른 과제다. 구조 당시 나무 상자에 갇혀 있던 하이에나 두 마리는 1년 넘게 쌓인 배설물 때문에 여러 명이 달라붙어도 들기 힘들 정도였다. 현재는 기존 개체들과의 합사를 시도 중이지만, 과정은 쉽지 않다. "하이에나는 원래 무리가 아니면 잘 섞이지 않는 종이다. 두 무리로 나눠 기존 개체들과 단계적으로 합사를 시도하고 있다."합사가 원활하지 않을 경우 싸움이나 치명적인 공격으로 이어질 수 있어, 현재는 교차 방사를 통해 서로의 냄새에 적응시키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이 같은 어려움은 공간 문제로도 이어진다. 구조된 동물들을 위한 사육 공간을 마련하는 일 역시 만만치 않은 것이다. 부천의 한 실내동물원에서 온 반달가슴곰의 경우, 사육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기존에 있던 여우들을 다른 곳으로 옮겨야 했다.
◆ 동물원, '보는 곳'에서 '살리는 곳'으로
치료비 부담부터 합사의 어려움, 공간 확보 문제까지. 구조된 동물들을 돌보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그럼에도 이들이 구조를 이어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설 기업이라 이윤을 고려하지 않을 수는 없다. 손님도 받아야 한다. 하지만 그 안에서동물들이 최대한 동물답게 살 수 있도록 해주고 싶은 게 우리의 마음이다. 사람 손에서 자라고 동물원에서 살아야 하는 존재들이지만, 그 순간만큼은 조금 더 자유롭게, 동물답게 지낼 수 있게 해주고 싶다."
이 같은 고민은 최근 동물원 전반의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단순히 동물을 전시하는 공간을 넘어, 보호와 치료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청주동물원이 국내 1호 '국가거점동물원'으로 지정된 사례도 이를 보여준다. 이곳에는 기린이나 코끼리 같은 인기 동물 대신, 부리가 부러진 독수리나 노쇠한 사자, 웅담 채취 농장에서 구조된 곰들이 있다. 내실로 향하는 문이 항상 열려 있어 동물은 원할 때만 방사장에 나온다. 관람객이 동물을 보지 못하고 돌아갈 수도 있지만, 그만큼 동물에게는 더 자연스러운 환경이 제공된다. 보호소이자 재활치료소로서 동물원의 정체성이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동물복지 전담 인력의 역할도 점차 주목받고 있다. '사육사'라는 명칭을 넘어 '동물복지사'라는 표현이 등장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단순한 관리가 아니라, 동물의 복지와 환경 개선, 행동 문제 해결까지 역할이 확장되고 있다는 의미다.
물론 동물을 단순한 '볼거리'로 소비하는 시선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곁에서 동물의 삶을 돌보고 함께하는 이들 역시 분명히 늘고 있다. 동물원이 '보는 곳'을 넘어 '살리는 곳'으로 변화하는 흐름 속에서, 동물을 대하는 우리의 시선 역시 달라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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