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육아의 핵심 키워드인 '책육아'. 하지만 이는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개념이다. 유명하다는 전집 수백 권을 책장에 들여놓고, 부모들은 할부로 카드 값을 갚아가던 시절도 있었다. 비싸게 들여온 만큼 읽히고는 싶지만, 아이는 좀처럼 흥미를 보이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때도 지금도 책의 중요성은 변함없다. 전문가들 역시 스마트폰과 영상 콘텐츠, 입시 중심 환경 속에서 "책이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지금의 책육아는 어떤 모습일까. 과거와 무엇이 달라졌을까.
◆ 주말마다 도서관 찾아 삼만리
24개월 아들을 키우고 있는 도혜민(35) 씨는 주말이면 아이와 함께 도서관을 찾는다. 과거 도서관이 '조용히 책을 읽는 공간'에 머물렀다면, 최근에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변화하면서 영유아를 동반한 가족들의 발길이 늘고 있다. 아이가 뛰놀고, 체험하고, 자연스럽게 책을 접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면서다.
도 씨의 아들은 특히 대구 뉴평리도서관 어린이자료실을 좋아한다. 집 모양으로 꾸며진 작은 공간에 들어가 책을 읽을 수 있는 '이야기방'이 있어, 아이가 편안하게 머물며 책을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나누며 책을 읽을 수 있는 분위기가 색다른 특징이다.
이 밖에도 도서관의 변화는 다양하다. 일부 도서관에서는 공동육아나눔터를 함께 운영하며 장난감이나 보드게임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있다. 도 씨는 "지난 주에는 대구도서관에 다녀왔고, 수성구 그림책도서관도 자주 간다"며 "빈백에 누워 책을 읽는 아이들도 많아 훨씬 자유로운 분위기"라고 말했다.
자연과 결합한 공간도 눈에 띈다. 앞산 숲속책쉼터는 소규모 비용으로 방갈로 형태의 공간을 빌려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다. 달성어린이숲도서관은 '요정들의 오두막'을 중심으로 다양한 열람실과 체험 공간이 조성돼 있다.
도 씨는 "도서관 안에 미끄럼틀이나 놀이터도 있고, 숲이나 캠핑장을 연상시키는 공간에서 아이가 자연스럽게 책을 접한다"며 "아직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하더라도, 책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최근 도서관은 단순한 독서 공간을 넘어 체험과 놀이, 휴식이 결합된 복합문화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멀티미디어 콘텐츠와 체험형 프로그램, 다양한 테마 공간까지 더해지면서 '딱딱한 도서관'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평가다. 또 일부 지자체는 육아 지원 정책의 일환으로 도서관과 협력해 책 지원이나 독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책육아 환경 조성에도 나서고 있다.
◆ 책 모임도 활성화 "책 육아 공유"
도서관을 찾지 않더라도 부모와 아이가 함께 책을 읽는 '책 모임' 문화도 확산되고 있다. 엄마들끼리 모여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부터, 아이와 함께 참여하는 형태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출판사나 기관이 주도하는 프로그램은 물론, 비슷한 관심을 가진 부모들끼리 자발적으로 모임을 꾸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연년생 자매를 키우고 있는 이윤수(44) 씨는 "첫째 때부터 책 모임에 참여했으니 벌써 7년 정도 됐다"며 "책육아를 하고 싶어도 막막할 때 다른 부모들과 함께하는 모임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모임 형태도 다양하다. 책을 서로 공유하는 가벼운 모임부터 매일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고 이를 인증하는 활동, 연령이 높은 아이들의 경우 독후활동을 함께 진행하는 방식까지. 이 같은 변화는 과거 '좋다는 전집을 사서 읽히는' 방식에서 벗어나, 부모가 직접 공부하고 아이의 연령과 성향에 맞는 책을 찾아가는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에 지자체도 책육아 지원에 나서는 분위기다. 두류도서관과 수성도서관 등에서는 부모 대상 책육아 교육과 강연이 운영되고 있으며, 대구시교육청 역시 가정 연계 독서 프로그램 등을 통해 실질적인 책육아 지원에 힘을 보태고 있다.
◆ 아이에게 맞는 책육아 필요
책육아 방식이 다양해지고 세분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부모가 '책을 얼마나 많이 읽히느냐'에 매달리는 경향도 있다. 전문가들은 다양한 시도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결국 중요한 것은 '많이'가 아니라 '아이에게 맞게'라고 말한다.
대구에서 해피책방어린이서점을 운영하는 장주미(44) 씨는 그 변화를 현장에서 체감하고 있다. 전직 교사이자 두 아이를 키운 엄마이기도 한 그는 "예전에는 유명하다는 전집을 통째로 들이는 식의 책육아가 많았다면, 요즘은 우리 아이가 어떤 상태인지, 어떤 책을 좋아하는지부터 물어보는 부모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실제 책방을 찾는 부모들의 질문도 훨씬 구체적이다. '몇 개월인데 무슨 책을 보여줘야 하느냐'는 질문에서 나아가, 한글은 알지만 읽기 독립이 안 되는 아이, 책은 좋아하지만 교과 이해력이 부족한 아이, 독서 습관은 잡혔지만 사고력을 키워주고 싶은 아이 등 고민이 세분화됐다는 것이다.
장 씨는 "지금은 '좋다는 책'보다 '우리 아이에게 맞는 책'을 찾는 분위기"라며 "같은 개월 수여도 아이마다 성향과 독서 습관, 책을 좋아하는 포인트가 전부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책 추천에 앞서 부모에게 여러 질문부터 던진다고 했다. 아이 개월 수는 물론, 집에 어떤 책이 있는지, 하루 중 아이가 책을 꺼내오는 빈도는 어떤지, 주로 어떤 책을 좋아하는지, 책을 읽을 때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장면이나 유독 반응하는 부분이 있는지 등을 먼저 묻는다. 이를 통해 아이가 책이라는 매체 자체를 좋아하는지, 이야기의 흐름을 즐기는지, 아니면 부모와 집중하는 시간을 좋아하는지를 가늠한다는 설명이다.
장 씨는 "책 상담을 4천700가정 넘게 해오면서 느낀 건, 부모가 인터넷 정보만 믿고 '이 시기엔 이 책' 식으로 접근할수록 오히려 더 흔들린다는 점"이라며 "아이의 성향과 현재 독서 상태를 보고 골라야 실패가 적다"고 말했다.
그 역시 처음부터 이런 관점을 가졌던 것은 아니다. 두 남매를 키울 때만 해도 연령별 발달표에 맞춰 '이 시기엔 이런 책을 읽혀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직접 아이들을 키우면서, 또 수천 건의 상담을 하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장 씨는 독서가 사교육 불안과 입시 불안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바탕이 된다고 믿는다. 다만 그 출발은 '얼마나 빨리, 얼마나 많이'가 아니라 '얼마나 즐겁게 책과 친해지게 하느냐'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책육아가 너무 숙제처럼 되면 부모도 힘들고 아이도 책을 싫어하게 된다. 책은 결국 읽어주는 사람과 아이가 함께 즐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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