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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라언덕] 오늘은 죽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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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광호 차장

서광호 차장
서광호 차장

"죽지 마"

이렇게 시작하는 랩퍼 '매드클라운'의 음악. 제목도 '죽지 마'다. 이 음악을 들으며, 가사를 꼽씹는다. "완벽하게 안 살아도 돼…한 시간만 더 살아보자…한 달만 더 살아보자…지나가면 진짜 아무것도 아냐."

최근 이 '죽지 마'가 계속 머릿속을 맴돈다. 그 이유는 1999년 10월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당시 나는 입대한 지 4개월째였다. 그리고 그달, 입대 동기 A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고참이 괴롭혔다는 소문이 있었지만, 유서가 없어 자세한 사정을 알기는 힘들었다.

주변에선 "A가 심약했다"고 섣부른 진단을 내렸다. 그 증거로 나와 내 동기들이 거론됐다. "다른 사람은 별탈 없이 지내는데, A는 마음이 여려서 잘못된 선택을 했을 것"이라는 추측이었다.

자기 죄책감을 덜려는 헛소리였다. 왜냐하면, 누구라도 그러한 선택을 했을 만큼 당시 우리 동기들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내 다들 쉬쉬하며 A에 대한 언급을 줄였다. 부풀었다 꺼지는 거품처럼, 마치 그런 일이 없었던 것처럼.

이후 나의 고참은 잠잠해졌다. 신경질이 누그러졌고, 다그침은 잦아들었다. 혹시나 내가 동요할까봐 눈치를 봤던 것이다. 그건 위로나 걱정이 아니었다. '불똥이 튈까'하는 자기 방어였다. 그리고 '감시'에 가까운 관심이 이어졌다. 자살 충동의 '전염'을 막으려는 안절부절이었다.

그로부터 2년 후 전역날. 입대 때 맡긴 신분증을 돌려받았다. 먼저 세상을 떠난 A의 신분증만 덩그러니 남았다. 사진 속 A는 맑은 눈으로 옅은 미소를 지었다. 훈련소를 함께 견뎌낸 A는 전역 신고를 함께 하지 못했다.

어둡고 긴 터널을 통과해 살아있다는, 살아냈다는 실감에 서늘한 소름이 돋았다. 죽음이란 것이 너무나 가볍고, 아득해지는 느낌이 밀려왔다. 허탈함과 미안함이 복잡하게 뒤엉켰다. 하루하루 꾸역꾸역 삶을 지켜낸 나를, 누군가가 내려다 보는 기분이었다.

안타깝게도, 내가 경험한 1999년은 끝나지 않았다. 여전히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들의 뉴스가 넘쳐 난다.

며칠 전, 참담한 소식을 마주했다. 울산의 30대 아버지가 7살, 5살, 3살, 그리고 생후 5개월 된 핏덩이까지 네 아이를 홀로 품고 세상을 등졌다. 전북 군산에선 밀린 월세를 남긴 채 70대 노모와 30대 아들이 숨을 거뒀고, 임실에서도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를 돌보던 손자 등 3명이 비극적인 마침표를 찍었다.

이는 허술한 국가 시스템과 우리 사회의 무관심이 낳은 결과다. 울산 일가족은 이미 1년 전부터 복지 사각지대 발굴 명단에 올랐다. 문제는 당사자가 직접 신청해야 하는 행정 편의주의였다. 그래서 신청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찾아가는 복지'로 안전망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국가 제도가 바뀌고, 생의 낭떠러지 앞에 선 사람들을 온전히 보듬을 때까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미안하지만 조금만 더 버텨 달라 말하고 싶다.

그리고 오늘, 매드클라운의 마지막 가사를 들려주고 싶다. 안타깝고 다급하게. 누군가의 부모, 형제, 자녀, 친구, 동료들. 그리고 40명(하루 평균 자살자 수)의 A에게 단호하게 당부한다. 애절하게 부탁한다.

"우리 오늘 보고, 내일 보고, 모레 또 봐. 매일 매일 오래 봐. 오늘은 죽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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