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의 불은 언제나 켜져 있지만, 그 불을 지탱하는 혈액은 늘 충분하지 않다. 교통사고부터 중증 질환, 응급 수술까지. 생명을 살리는 모든 순간에는 '누군가의 헌혈'이 전제돼 있다.
문제는 혈액이 장기간 보관이 어렵고, 인공적으로 만들어낼 수도 없다. 결국 필요한 만큼, 필요한 순간에 확보해두는 수밖에 없다. 안정적인 혈액 수급을 위해서는 현재의 헌혈 흐름을 짚어봐야 한다. 최근 10여 년간 헌혈은 어떤 변화를 겪어왔는지, 그리고 그 구조는 얼마나 지속 가능한지 살펴봤다.
◆ 참여자 ↓ 반복 참여↑
지난 2012년부터 2024년까지 12년간 헌혈자 수를 분석한 결과, 전체 헌혈자는 감소 추세를 보였다. 2014년 169만6천95명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이듬해부터 감소세로 돌아섰다. 코로나19 유행 시기에는 120만 명대까지 떨어졌다. 2022년 132만7천587명으로 일시 반등했지만 다시 감소해, 2024년에는 126만4천525명이 헌혈에 참여했다.
다행히 헌혈자 실인원은 줄어드는 반면, 총 헌혈 건수는 최근 다시 증가하고 있다. 헌혈자 1인당 평균 헌혈 횟수는 2012년 1.65건에서 2024년 2.26건으로 늘었다. 참여 인원은 감소했지만, 참여자들의 헌혈 빈도는 높아지는 구조다.
혈액형별로는 A형이 34.0%(96만9천509건)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고, O형(27.4%), B형(26.7%), AB형(11.5%) 순으로 나타났다. 대구·경북 역시 Rh(+) 기준 A형(33.0%), O형(28.1%), B형(27.2%), AB형(11.3%) 순으로, 전국 평균과 유사한 분포를 보였다.
월별로는 11월이 25만5천373건(8.9%)으로 가장 많았고, 12월(25만1천591건, 8.8%)이 뒤를 이었다. 연말로 갈수록 헌혈이 집중되는 경향이 나타난다. 반면 2월은 21만8천763건(7.7%)으로 가장 낮았다.
◆ 10~20대 쏠림 구조
2024년 기준, 젊은 층의 참여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20대는 전체 헌혈 실적의 35.5%(101만2천371건)를 차지해 가장 높은 비중을 기록했으며, 16~19세는 19.3%(55만1천80건)로 그 뒤를 이었다.
반면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참여 비중은 급격히 낮아졌다. 30대는 15.9%(45만4천801건), 40대는 16.9%(48만2천389건)로 비슷한 수준을 보였으며, 50대는 10.4%(29만5천705건), 60대 이상은 2.1%(5만9천194건)에 그쳤다.
이 같은 차이는 헌혈 방식과 맞닿아 있다. 전체 헌혈량의 26.3%가 단체 헌혈에서 이뤄지는데, 이들 단체는 10~20대의 참여 비중이 높은 곳에 집중돼 있다. 실제로 고등학교(7.7%), 군부대(8.2%), 대학교(2.6%) 등은 모두 젊은 층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이다. 단체 중심의 헌혈 구조가 자연스럽게 10~20대 참여 비중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한 셈이다.
◆ 대구경북도 10대가 견인
2024년 전국 헌혈률은 5.6%였다. 지역별로는 울산(9.9%), 서울(9.8%), 강원(9.6%)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헌혈 건수 기준으로는 인구가 집중된 서울이 91만8천174건으로 가장 많았고, 대구·경북(24만1천523건)과 대전·세종·충남(24만1천483건)이 비슷한 수준으로 뒤를 이었다.
대구·경북의 높은 실적은 역시나 10대 참여가 견인했다. 10대(16~19세) 비중은 23.1%로 전국 평균(19.3%)보다 높았고, 고등학교 단체 헌혈 비중(8.8%) 역시 전국 평균(7.7%)을 상회했다.
헌혈자 수는 줄고, 일부 참여자에게 의존하는 구조는 점점 짙어지고 있다. 특히 젊은 층과 단체 헌혈에 기댄 현재의 구조는, 인구 감소와 학령인구 축소가 현실화될수록 한계를 드러낼 가능성이 크다.
결국 안정적인 혈액 수급을 위해서는 특정 연령대에 집중된 참여 구조를 분산시킬 필요가 있다. 참여 비중이 낮은 30~50대 이상이 일상적으로 헌혈에 나설 수 있도록, 시간과 접근성, 인식 개선을 아우르는 유인책 마련이 요구된다.
혈액은 위기 상황에서 단기간에 확보할 수 있는 자원이 아니다. 보다 넓은 연령층이 꾸준히 참여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 그것이 곧 의료 안전망을 유지하는 가장 현실적인 해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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