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7년 초여름,경북 어느 작은 시골마을. 국민학생들이 십리밖 학교까지 등교할때는 하늘은 내내 맑아 있었다. 아이들은 아무런 걱정없이 학교로 향했다. 운동장에서 흙먼지를 일으키며 놀던 하루였다. 그날의 하늘은, 적어도 등교할 때만큼은, 비라는 단어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수업이 끝날 무렵이었다. 교실 창문 너머로 갑자기 하늘이 흐려지더니, 바람이 세치게 불기 시작했다. 칠판 위 분필가루가 날리고, 아이들의 시선이 하나둘 창밖으로 쏠렸다. 먼 곳에서 들려오는 천둥 소리가 교실을 채웠다.그리고 예고도 없이, 기다림도 없이 소낙비가 한꺼번에 쏟아 부었다.
그래도 아이들은 큰 비가 멈추기를 기다리며 교실 창문 너머로 운동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빗줄기가 끊어질 듯 이어지고, 운동장은 순식간에 작은 웅덩이들로 변해 있었다. 교실 문 앞에 모여 서서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어떡하지?"라는 말이 눈빛 사이로 오갔다.
그때 한 아이가 가방에서 구겨진 비닐을 꺼냈다. 도시락에 김치국물 흐를까봐 싸왔던 비닐봉지였을까, 아니면 집에서 혹시 몰라 챙겨온 것이었을까. 어쨌든 금세 동네아이들은 비닐속으로 모여 들었다. 그것은 모두의 것이 되었다. 몇몇 아이들이 비닐의 가장자리를 잡고 머리 위로 펼쳤다. 처음엔 작아 보였지만, 아이들이 점점 더 가까이 모이자 그 안에 자리가 생겼다.
"야 붙어, 더 붙어!"
누군가 외치자 아이들은 어깨를 밀착했다. 비닐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은 북소리처럼 요란하게 울렸다.앞사람의 발뒤꿈치를 보며 군대 제식훈련처럼 보폭을 맞추며 걸었다.등에 멘 가방 속에는 빈 양은 도시락이 걸을 때마다 '달그락달그락' 소리를 내며 아이들의 박자를 맞춰준다.
흙길은 이미 물러 고무신이 빠질 때마다 자꾸만 벗겨지려 하지만, 아이들의 발걸음은 주저함 없이 집을 향해 걸었다. 누군가의 바짓단이 젖고, 속까지 축축해졌지만, 아이들은 한 걸음, 또 한 걸음 멈추지 않았다. 비닐이 바람에 들릴 때마다 아이들은 더 꽉 붙었다.
비닐 밖으로 반쯤 벗어난 아이에게, 옆에 있던 친구가 바짝 붙어라며 살짝 공간을 내주었다.그렇게 비를 피하는 일은 자연스럽게 서로를 보살피는 일이 되었다.
마을 어귀가 가까워질수록, 하나 둘씩 아이들은 흩어졌다. "내일 보자!" 짧은 인사를 남기고, 각자의 골목으로 뛰어 들어갔다.집에 도착한 아이는 젖은 옷을 털며 엄마를 찾아 불렀다. 세월이 흘러 그날의 기억 속에는 축축함보다도, 함께 걸었던 따뜻한 체온이 아직도 그들의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아 있다.
14회 은상 장보인 작 '빗속 하교'는 지금처럼 튼튼한 3단 자동 우산이나 화려한 레인코트가 없던 시절,커다란 비닐 한 장을 다 같이 머리 위로 쓰고 걸어가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그 시절 추억을 소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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