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의성의 한 주택가. 대문을 열고 들어서자 쥐떼가 튀어 올랐다. 집 안은 발 디딜 틈이 없었고 방마다 치킨 봉투 수백 개가 쌓여 있었다. 지적장애를 가진 어머니와 남매가 함께 사는 집이었다. 가족들은 지원금으로 살아가고 있었고 직업활동을 하지 않고 있었다. 하루의 대부분은 집 안에서 흘러갔고, 그 시간은 점점 사회와의 연결을 끊어내고 있었다.
"청소야 하면 되죠. 그런데 그걸로 끝날 문제가 아니더라고요." 당시 청소 작업을 맡았던 황상문(35) 씨는 단순한 정리를 넘어 지자체에 심리치료와 직업훈련 연계를 요청했다. 그리고 몇 달 뒤, 무기력했던 가족이 취업해 일상을 되찾았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는 그때야 비로소 '진짜 청소'가 끝났다고 느꼈다. 물건을 치우는 일을 넘어 삶을 다시 움직이게 하는 일. 그의 청소는 그렇게 '사회로 돌아가는 마중물'이 되고 있었다.
◆ 새로운 삶을 여는 청소
황 씨는 경북 안동에서 유품정리 기업 천국박스를 운영하는 청년 예비사회적기업 대표다. 유품 정리를 넘어 은둔형 외톨이의 방, 취약계층의 주거환경, 무연고 사망자의 집까지 그의 손이 닿는다. "쓰레기집을 치워 햇빛이 드는 공간으로 바꾸는 일은 단순한 청소가 아니다. 어떤 경우에는 다시 시작을 돕는 일이 되고, 어떤 경우에는 한 사람의 마지막을 정리하는 일이기도 하다."
현장은 때로 한 사람의 삶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한 고독사 현장에서였다. 집 안 곳곳에는 가전제품마다 쪽지가 붙어 있었다. 냉장고, 혈압계, 의료기기. 쪽지에는 마치 누군가에게 말을 건네듯 글이 적혀 있었다. '오늘은 혈압이 높네. 항상 고맙다.' 처음에는 엉뚱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쪽지가 하나둘 늘어날수록 생각이 바뀌었다.
서랍 속에서 발견한 파스 한 장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많이 쑤실 때 내게 붙어 있어라. 시원하게 해주고 쑤시지 않게 해주렴.' 누군가와의 대화가 절실했던 삶이었다. "그걸 보면서 느꼈다. 이건 단순히 치워야 할 공간이 아니라, 한 사람이 끝까지 버티며 살아낸 흔적이구나. 그래서 더 조심스럽게 다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겨진 가족에게는 마주하기 어려운 시간을 대신 견디며, 이별을 시작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이기도 하다. "'손대기 두려운 막막함을 대신해 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가장 많이 받는다. 모든 걸 버려달라던 분들도 부모님의 수의나 오래된 사진 앞에서는 결국 무너지기도 한다. 그러나 그 눈물이야말로 후련함과 그리움이 섞인, 비로소 시작되는 진짜 이별의 신호라고 생각한다."
◆ 보이지 않는 노동, 길게는 5일 꼬박
현장은 길게는 5일이 걸리기도 한다. 수십 년간 쌓인 쓰레기가 마당까지 가득 찬 집도 있다. 그러나 더 힘든 것은 몸이 아니라 마음이다. "현장을 다녀오면 며칠간 잔상이 남는다. 공간만 봐도 그 사람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느껴질 때가 있다."사람을 직접 만나지 않아도, 그 공간에 남아 있는 고통이 고스란히 전해진다는 것이다.
노동 강도에 비해 수익성은 낮다. 그럼에도 황 씨가 일을 계속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내가 직접 겪었던 그 막막함을 아직도 잊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의 시작은 자신의 고향집이었다. 인도네시아 주재원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집은 오랜 기간 방치돼 쓰레기장처럼 변해 있었다. 도움을 받을 곳이 없어 직접 치우기 시작한 것이 출발이었다. 이후 수도권 업체에서 일을 배우며 현장을 익혔다. 민속학을 전공하며 쌓아온 '사람과 사물의 관계'에 대한 이해는 유품 속 삶을 읽어내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집을 정리하고 나니 가족 간 묵혀 있던 감정도 풀리고, 이웃과도 다시 연결됐다. 그래서 이 일은 돈만 보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 남겨진 과제들
유품정리 현장은 지역소멸의 최전선이기도 하다. 초고령화가 진행된 경북에서는 빈집 증가 속도가 곧 유품정리 의뢰 증가로 이어진다. 특히 소멸 위험 지역일수록 그 비율은 더 높다. 대도시에서는 특수청소와 유품정리가 절반 수준이지만, 지방에서는 빈집 유품정리가 70%를 넘는다.
문제는 정리가 끝난 이후다. 빈집은 그대로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황 씨는 안동 태화동에서 진행 중인 '하우스 태화' 프로젝트처럼, 정리된 공간을 스테이·워케이션 공간으로 재생하는 모델을 꿈꾼다. 그는 "죽음의 공간을 다시 삶의 공간으로 바꾸는 선순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선순환이 이어지기 위해서는 '죽음 이후'를 이야기하는 문화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돌봄 정책은 예방 중심으로 설계돼 있어 유품정리 비용이 대부분 개인에게 전가되고, 이는 다시 빈집 방치로 이어지는 구조다. 그는 "일본처럼 유품정리를 제도화하고 생전 정리 서비스를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빈집 정리에 대한 공공 지원과 데이터 활용을 통해 방치된 공간을 청년 주거 등으로 순환시키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빈집이 흉물이 되기 전에 다시 쓰일 수 있도록 하는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그의 일은 결국 '정리'에 머물지 않는다. 마지막을 맞은 누군가의 곁을 정리하고, 남겨진 사람들의 시간을 대신 견디며, 비워진 공간이 다시 삶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잇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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