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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 이슈] TV·신문 힘 잃은 '시사풍자', OTT·유튜브 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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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플레이 'SNL코리아'에 출연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 김문수 전 국민의힘 대선 후보 부인 설난영 여사. 쿠팡플레이 캡처

작년에 왔던 각설이가 죽지도 않고 또 왔다. 여기서 각설이는 OTT 쿠팡플레이에서 지난 3월 28일부터 새 시즌(리부트 시즌8)을 방영 중인 'SNL코리아'다. 본래 의미인 떠돌며 구걸하는 광대가 아니라, 잘 나가는 시사풍자 미디어다.

SNL코리아는 선거철과 인연이 깊은데, 지난해 21대 대선 기간엔 유력 정치인들을 대거 출연시켜 정치풍자의 재료로 활용했고, 올해 6.3 지방선거 시즌에도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를 첫 방송에 섭외하는 등 선거판 주요 무대 중 하나를 차지할 전망이다.

정치인들은 자칫 망가지더라도 대중적 인기를 보상으로 얻을 수 있기에 기꺼이 캐스팅에 응한다.

◆국힘보다 나은 SNL '대여공세'?

한 전 대표는 SNL코리아에서 인기 연애 리얼리티프로그램 '나는 솔로'를 패러디한 '나는 후보' 코너에 출연,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 맹공을 퍼부었다. 이 대통령이 과거 자신의 조폭 연루 의혹을 첫 보도한 SBS '그것이 알고 싶다'를 향해 지난 3월 20일 사과를 요구한 걸 비꼰듯 SNS코리아 제작진은 '연애하다 불리한 소리 들으면 SBS, 아니 애인에게 고소하겠다고 엄포 놓는 남친'과 '직장 동료 뒷담화 하다가 회사 잘린 백수 남친' 등 2개 보기를 제시하며 누가 더 빌런(악당)인지 물었다.

이에 한 전 대표는 "대통령 권한 잡았다고 해서 자기한테 좀 불리한 보도를 했던 방송국 자체를 조져버리는 것은 좋은 정치도 아니고 나라를 퇴행시키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또 이 대통령에게 영상편지를 남겨달라는 부탁엔 "정치를 좀 대승적으로 하라"고 일침했다.

한 전 대표는 지난해 국민의힘 대선 경선 기간에도 SNL코리아에 출연했다. 경선 기간 계속 살아남을 유력 후보라서 섭외된 맥락이었다. 한 전 대표는 그해 4월 21일 녹화에 참여했고 방송은 26일 이뤄졌는데, 1차 경선 컷오프 결과 발표는 녹화 바로 다음날 이뤄졌다. 즉, SNL코리아는 한 전 대표의 1차 경선 통과에 베팅을 하고 그를 섭외했던 셈이다.

쿠팡플레이
쿠팡플레이 'SNL코리아'에 출연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를 풍자한 코미디언 정성호와 만났다. 두 사람에 대해선 6.3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맞대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를 가리킨 시사풍자 꽁트인 셈이다. 쿠팡플레이 캡처

이어 대선 본선 시기였던 같은해 5월 24일엔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배우자 설난영 여사 섭외를 파격적으로 성사시켰다. 방송 내용으로도 상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부인 김혜경 여사를 대놓고 디스(비판)하는 한국 정치풍자 초유의 사례를 썼다.

이때도 SNL코리아는 김 여사의 사법리스크인 셈인 경기도 법인카드 사적 유용 논란을 꼬집은 질문을 꺼냈다. '법카(법인카드)로 사 먹은 김혜경 여사와 명품백 받은 김건희 여사 중 내조를 더 못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묻자 설 여사는 "첫번째(김혜경 여사)"라고 답했다.

또 김 여사 이름으로 삼행시를 해달라는 요청에 "김빠져요. 혜경궁 김씨. 경을 칠 노릇입니다"라고 당시 김혜경 여사와 연결고리 의혹이 제기된 SNS 계정을 언급했다. 설 여사는 편의점 상황극에선 아르바이트생 역할을 맡아 김 여사 분장을 한 개그우먼 정이랑에게 "법카 사용하지 마세요. 앞으로는"이라고 충고했다.

그러면서 SNL코리아는 지난해 시즌 막판(설난영)과 이번 시즌 첫 회(한동훈)에서 연이어 이 대통령을 저격한 셈인데, 최근 국민의힘 안에서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여투쟁'을 정당보다 더 인상 깊게 구사한 셈이 됐다. 물론 SNL코리아는 현 여권 정치인들도 균형감 있게 캐스팅한다. 당장 다음 출연자가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경선에 출전한 박주민 예비후보다.

KBS
KBS '유머 1번지' 시사풍자 코너 '회장님 회장님 우리 회장님'. KBS 유튜브 캡처

◆뉴스가 소홀히 한 이슈 코미디로 풍자

이런 높은 수위의 정치풍자를 과거엔 지상파 TV가 주도했다. 심지어 정부가 100% 지분을 가진 셈인 KBS가 중심에 있었다.

1986년 첫 방송된 KBS '유머 1번지'의 간판 코너 '회장님 회장님 우리 회장님'이 시초다. 가상의 재벌 비룡그룹 임원 회의 꽁트로 각종 시사 이슈를 풍자했다. 회장 역 배우 김형곤을 비롯해 김학래·엄용수·양종철 등 당대 스타 코미디언들이 출연했다.

지금과 비교해도 '독한' 시사풍자가 특징이었다. 1987년 1월 14일 발생한 박종철 고문 치사 사건 브리핑에서 논란이 된 사망 원인 설명인 "책상을 '탁' 치니까 '억' 하고 죽었다"를 그대로 "테이블을 '탁' 하고 치니 도자기가 '퍽' 하고 깨졌다"로 패러디한 게 대표적이다.

'코미디 텍스트와 풍자의 정치학'(2015)을 펴낸 이기형 경희대 미디어학과 교수는 "저녁 뉴스가 제대로 짚어내지 못하는 동시에 대중의 관심이 상당한 일련의 부정적이거나 불합리한 사회적 쟁점들을 코미디 텍스트가 예리하게 빗대며 웃음과 조롱 그리고 해학과 비판 정신으로 특정 쟁점들을 까발리고 조명했다"고 분석했다. KBS 뉴스에서 제대로 거론치 못한 이슈를 KBS 개그프로그램에서 시사풍자로 다루며 TV의 공론장 역할을 살렸다는 얘기다.

2011년 KBS 개그콘서트
2011년 KBS 개그콘서트 '사마귀 유치원' 코너에서 "국회의원 되기 참 쉽죠"라는 풍자 개그로 당시 강용석 국민의힘 의원으로부터 집단모욕죄로 고소 당했던 개그맨 최효종(중앙). KBS 유튜브 캡처

◆개그콘서트 필두 전성시대

이후 KBS '개그콘서트'(이하 개콘)가 이같은 공론장 형성 기능을 맡았다. '봉숭아 학당'을 비롯해 '나를 술푸게 하는 세상' '불편한 진실' '비상대책위원회' '사마귀 유치원' '민상토론' 같은 코너가 시사풍자를 녹여냈다.

당시 개콘의 시사풍자 미디어로서의 체급은 현직 국회의원이 고소전을 만들 정도였다. 2011년 사마귀 유치원 코너에서 개그맨 최효종이 "국회의원 되는 거 어렵지 않아요"라며 풍자 개그를 하자 당시 강용석 국민의힘 의원이 집단모욕죄로 고소했다. 그러자 개콘 여러 코너에서 동료 코미디언들이 이 고소를 풍자하는 개그를 펼치는 반격으로 정치풍자의 묘미를 드러냈다. 결국 고소는 취하됐다.

2012년 SNL코리아 정치풍자 코너
2012년 SNL코리아 정치풍자 코너 '여의도 텔레토비'의 18대 대선 후보 풍자 캐릭터들. 왼쪽부터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풍자 '또',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풍자 '문제니', 안철수 무소속 후보 풍자 '안쳤어'. CJ E&M 제공

2012년엔 OTT(쿠팡플레이)가 아니라 케이블 채널(tvN) 시절 SNL코리아의 정치풍자 코너 '여의도 텔레토비'가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에 의해 선거방송심의위에 회부됐다. 당시 18대 대선의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풍자한 '또' 캐릭터에 대해 "특정 후보를 비하하고 욕설이 난무한다"고 새누리당이 이의를 제기했지만, 심의위는 문제가 없다며 '불문' 결론을 냈다.

2015년 방송된 개콘 '민상토론'은 이명박 전 대통령 기업특혜 논란과 박근혜 정부 중간평가 등 정치 현안을 다룬 것은 물론, 롯데 형제의 난과 대한한공 땅콩 회항 등 재벌 문제도 다루며 시사교양프로그램에서나 할 법한 심층적 접근도 시도했다.

그러다 정부 메르스 사태 대응을 비판적으로 풍자한 걸 두고 한 시민단체가 민원을 제기, 방심위(현 방미통위)가 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했다며 징계를 내렸고, 이후 코너가 폐지되자 외압 논란도 불거졌다.

◆팬덤정치에 몸 사리는 지상파

이후 개콘의 시사풍자 기능은 약해졌고, KBS(개콘, 폭소클럽, 웃음 충전소)가 중심에 선 가운데 MBC(개그야)·SBS(웃음을 찾는 사람들)가 보조를 맞추던 지상파 TV 주도의 시사풍자 시대도 끝났다는 평가가 나왔다.

팬덤정치 흐름이 강해지며 특정 정치인에 대한 풍자가 나오면 지지자들의 항의가 방송사 시청자 게시판 등에 쏟아지고 더 나아가 방심위 등 규제 당국에 민원을 넣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게 누적되면 심의·재허가에 불리해질 것으로 판단한 방송사들이 몸을 사린 게 시사풍자의 약화를 넘어 실종 상태를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2021년 11월 26일 경향TV 유튜브 '정치풍자 개그가 사라진 불편한 진실' 편에 출연한 개콘 출신 개그맨 황현희는 "전 국민의 사랑을 받겠다고 시작한 정치풍자인데, 많게는 국민 절반가량의 환호 대신 비판을 애초부터 각오해야 한다면 누가 그걸 시작하려 하겠나"라고 진단했다.

20대 대선 시기였던 2021년 이재명·김혜경 후보 부부와 윤석열·김건희 후보 부부를 풍자한 코미디언들이 함께 등장한 SNL코리아. 쿠팡플레이 캡처
20대 대선 시기였던 2021년 이재명·김혜경 후보 부부와 윤석열·김건희 후보 부부를 풍자한 코미디언들이 함께 등장한 SNL코리아. 쿠팡플레이 캡처

◆OTT·유튜브 시사풍자판 접수

이 틈을 지상파보다 규제가 덜한 OTT, 정확히는 tvN(TV)에서 쿠팡플레이(OTT)로 플랫폼을 옮긴 SNL코리아가 공략하고 있는 모습이다. 시사풍자 분야 중에서도 정치판이 주 타깃이다. 그간 이재명·윤석열·이준석·홍준표·안철수·유승민·오세훈·김문수·이낙연·조국·윤상현·김동연·박지원·나경원·김부겸·정청래·한동훈 등 유명 정치인들이 앞다퉈 출연했다. 또 코미디언 안영미가 뉴스 앵커로 분하는 '위켄드 업데이트'는 매주 화제의 이슈를 시사풍자로 풀어낸다.

역시 규제 외곽에 있는 유튜브도 시사풍자가 활발한 미디어다. 유튜브는 '진보 대 보수'의 진영 편향 구도가 뚜렷한 가운데 코미디언 출신들이 '정치 유튜버'로 나선 게 주요 특징이다. 여러 채널 가운데 같은 개콘 출신 강성범이 친민주 성향 '강성범TV' 유튜브(구독자 70만)를, 김영민은 보수 성향 '내시십분' 유튜브(50만)를 운영하며 입담을 바탕으로 정치풍자에 주력하고 있는 게 상징적 사례다.

유튜브는 기성 언론도 뒤늦게나마 최소 하나씩은 채널을 파 시사 이슈를 다루며 풍자 기능도 곁들이는 창구인데, 방송·신문 둘 다 과도한 수위는 자제하는 관성을 보이며 주도권을 잡지 못하고 있다.

YTN
YTN '돌발영상'. YTN 유튜브 캡처
JTBC
JTBC '설전'. JTBC 유튜브 캡처
세계적 인기를 얻은 넷플릭스 드라마
세계적 인기를 얻은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을 패러디한 SBS 21대 대선 개표방송. SBS 캡처

유튜브 말고 본업을 살펴보면, TV 방송의 경우 YTN '돌발뉴스'정도가 시사풍자 프로그램의 명맥을 잇고 있다. 시사와 예능을 결합한 JTBC '설전' 종영 후 TV조선 '강적들' 같은 아류 프로그램들이 이어지고 있지만, 시사풍자 기능은 전보다 약하다. 다만, 선거 개표 방송 때나 유머와 패러디를 가미한 기획으로 표현의 자유를 만끽한다.

신문은 김성환(동아일보 '고바우'), 박재동(한겨레 만평), 박순찬(경향신문 '장도리') 같은 스타급 시사만화가들이 잇따라 퇴장하며 존재감이 급격히 떨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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