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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야의 대중가요 문학을 품다]<8>한국적 세레나데 '소야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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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소야곡을 AI이미지로 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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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야곡(小夜曲)은 서양 음악의 세레나데(Serenade)를 번역한 말이다. 달빛 교교한 밤에 연인의 창가를 바라보며 부르는 사랑의 노래를 이른다. 1930~50년대 트로트 가요의 제목에서 자주 등장하며 식민지와 분단 그리고 전쟁 전후의 시대 감성을 집약한 것이기도 하다. 대중가요의 첫 세레나데는 남인수의 '애수의 소야곡'이다. 이 노래와 정서적으로 상통하는 클래식 음악이 슈베르트의 '세레나데'이다.

슈베르트의 세레나데는 다른 음악가들의 작품과 달리 가장 애달픈 감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저 달빛 아래 들리는 소리'로 시작하는 독일의 시인 루트비히 렐슈타프의 시에 곡을 붙인 슈베르트의 세레나데는 이루지 못한 사랑에 대한 애잔하고 슬픈 정조를 담고 있다. 달빛에 젖은 가이없는 그리움이 창문 너머 연인의 실루엣에만 맴돌다 돌아오는, 그저 가슴에 머문 사랑이다.

남인수의 '애수의 소야곡'(1937)도 그렇다. '운다고 옛사랑이 오리요마는, 눈물로 달래보는 구슬픈 이 밤, 고요히 창을 열고 별빛을 보면, 그 누가 불러주나 휘파람 소리'. 이 노래는 일제강점기와 광복 이후에 이르는 숱한 히트곡의 요람인 '박시춘-남인수 콤비'의 첫 성공작이었다. 음반을 낸 오케레코드사도 이 노래를 계기로 전성기를 구가했다.

'애수의 소야곡'은 전주곡의 기타 멜로디가 참으로 애상적이다. 가사 또한 떠나간 연인을 그리면서 우수에 젖어 있는 체념적 서정을 담고 있다. 애절한 선율이 남인수 특유의 미성과 어우러지며 명곡을 이룬 것이다. 노래의 원곡은 '눈물의 해협'이었다. 대중의 반응이 미지근하자 멜로디는 그대로 두고 제목과 가사만 바꿨다. 대중가요 가사의 중요성을 웅변하는 비화이다.

작사가 이부풍(본명 박노홍) 또한 동아일보 신춘문예에서 각본상을 수상한 문인이다. 내용도 자전적인 것이라고 한다. 사랑을 나누었던 여인이 떠나간 후에 잊어야 하는 아픔을 노랫말로 썼다는 것이다. '애수의 소야곡'은 사랑을 잃은 슬픔과 외로움을 대변하고 있다. 운다고 가버린 사랑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그래도 그리움은 어쩔 수 없다. 그래서 속울음에 젖어 있는 것이다.

'애수의 소야곡'은 고독한 눈물의 노래이다. 떠난 임을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자세로 그리워하는 모습, 그것은 '임의 부재(不在)'와 '임의 침묵'에 대한 고유한 정서를 대중가요로 변주한 것이다. 서른한 살에 세상을 떠난 슈베르트가 생애의 마지막에 작곡한 세레나데와 마흔네 살의 일기로 재회한 첫사랑과도 이별하고 떠나야 했던 남인수의 소야곡에는 짙은 페이소스(Pathos)가 스며있다.

'다시 한번 그 얼굴이 보고 싶어라, 몸부림치며 울며 떠난 사람아, 저 달이 밝혀주는 이 창가에서, 이 밤도 너를 찾는 이 밤도, 너를 찾는 노래 부른다'. 1950년대 중반 고향인 경남 진주에서 폐병으로 요양 중이던 남인수가 사력을 다해 '추억의 소야곡'을 부른 것은 가사의 첫 소절 '그 얼굴' 때문이었다. 그것은 바로 '목포의 눈물' 가수 이난영이었던 것이다.

작사가 한산도 또한 애초에 남인수와 이난영을 주인공으로 삼아 노랫말을 엮었다고 한다. 두 예인은 1934년 목포가요제에서 처음 만나 연정을 품었다. 꽃다운 시절이었다. 그런데 이난영이 공연단장이던 김해송과 결혼하면서 사랑은 멀어져갔다. 그렇게 20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 남인수는 '추억의 소야곡'을 부르며 홀로 된 첫사랑의 품으로 돌아갔지만, 머잖아 '애수의 소야곡'을 들으며 세상을 떠났다.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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