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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김수용] 소버린 AI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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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용 논설실장
김수용 논설실장

미국이 반도체와 인공지능(AI)을 국가안보 자산으로 규정하고 대중국 첨단 칩 수출을 통제하기 시작한 이후 AI는 지정학적 갈등의 핵심 변수가 됐다. 기술 개발보다 통제 주도권(主導權)이 중요한 시대다. 특정 국가의 AI 플랫폼과 클라우드에 의존하면 데이터 흐름, 알고리즘 작동 방식, 의사 결정 체계까지 외부의 영향을 받게 된다. 세계 각국이 독자적 생태계, 즉 소버린(Sovereign) AI 확보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그런데 이런 전략은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AI 서비스를 위해 필요한 모든 기술을 자급자족하는 구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최첨단 LLM(대규모 언어 모델) 학습에만 수억달러가 투입되며, GPU 등 고성능 반도체는 확보조차 어렵다. 한 국가가 수만 대의 GPU를 확보하는 동안 빅테크 기업 한 곳이 수십만 대를 쓸어 담아 버린다. 한 국가의 의지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영역이다.

그렇다고 소버린 AI를 포기할 수는 없다. 기술을 빌려 쓰면 결국 통제권까지 넘겨줄 수밖에 없다. 이런 딜레마 속에 'AI 회복탄력성(AI Resilience)'이 주목(注目)받고 있다. 모든 것을 직접 개발해 보유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 기술을 활용하더라도 통제 가능한 구조를 확보하는 게 핵심이다. 데이터 주권을 유지하고 핵심 인프라는 일정 수준 이상 확보하되, 나머지는 글로벌 생태계와 연결하는 방식이다. 소버린 AI는 '가능한 한 많이 직접 보유하라'는 접근인 데 비해 AI 회복탄력성은 '완전히 갖지 못해도 통제 가능한 상태를 유지하라'는 접근이다. 소버린 AI에 대한 현실적 보완이다.

기술 주권은 반드시 확보해야 할 중장기 목표다. 그러나 소버린 AI가 '디지털 애국심'과 결부돼 정치적 담론(談論)으로 흘러선 안 된다. 막대한 혈세가 국산 AI 모델 개발이라는 치적 쌓기에 이용돼선 곤란하다. 기술적·경제적 검토 없이 정치적 이해관계나 진영 논리에 매몰(埋沒)돼 추진된다면 거대한 재정 적자와 기술적 고립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독자적 기술이라는 낭만적 구호가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 위에 탄탄한 경쟁력을 확보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소버린 AI는 성공 가능 여부를 떠나 지혜를 발휘해야 할 현실적 선택의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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