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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영감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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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대흠 극작가

조대흠 극작가
조대흠 극작가

창작자라고 하면 흔히 카페나 바에 앉아 불현듯 떠오른 '영감'으로 적어 내려가는 천재적인 모습을 상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고백하건대, 내게 영감이란 늘 원할 때 곁에 없는 존재다. 마감일의 마지막까지도 나타나지 않으니 결국에는 늘 시간에 쫓겨 벼락치기 하듯 글을 쓰기 일쑤다. 그러니 매일춘추의 집필 제안을 수락하고 노트북 앞에 앉은 지금도 그 대단한 영감님이 내 곁에 있을 리 만무하다. 지금도 나는 마감일이라는 압박 덕분에 깜빡이는 커서를 움직이고 있으니까.

게다가 이미 세상에는 기발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차고 넘친다. 스마트폰만 켜면 도파민이 쏟아지는 시대에 '내가 쓰지 않더라도 볼 게 이렇게 많은데, 굳이 나까지?'라는 회의감이 들기도 한다. 첫 인사를 멋들어진 예술론으로 포장하겠다는 생각도 잠시, 나는 결국 가장 익숙한 방식을 택하기로 했다. 그저 솔직해지는 것. 나는 그리 대단한 창작자가 아니고, 그 누구도 나에게 대단한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너무 잘 알고 있다.

인정하자면 나의 실상은 천재성과 거리가 멀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재능이 내겐 없다. 대신 나는 주변의 이야기에서 소재를 찾고, 이를 기워 붙이는 바느질에 가까운 일을 한다. 거창한 메시지를 쓰는 작가라기보다는 이야기 조각을 모아내는 바느질꾼에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스스로를 너무 낮춘다고 말할지 몰라도, 내가 쓰는 인물들은 일상의 판타지를 꿈꾸는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내 시선이 낮고 내가 완벽하지 않기에, 이런 서툰 삶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는 건지도 모르겠다.

앞으로 내가 지면을 통해 나누고 싶은 것 역시 대단한 게 아니다. 나와 내 글 속 인물들과 닮은 소박한 이야기를 받아 적을까 한다. 대단한 울림을 주지 못하더라도, 작은 끄덕임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오늘도 곁에 없는 영감님 덕분에 솔직한 고백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작가는 엉덩이로 글을 쓴다는 말이 있다. 그 말을 떠올리니 늘 시간에 쫓겨 벼락치기를 하던 내 모습이 부끄러워진다. 어쩌면 영감은 불현듯 찾아오는 게 아니라 묵묵히 의자에서 버틴 자에게 찾아오는 보상일지도 모르겠다.

영감이 떠오르지 않아서라는 말은 그만큼 끈질기게 매달리지 못했다는 또다른 자기고백이 돼버렸다. 앞으로 있을 수십 번의 마감 압박을 견뎌내는 것이 나의 영감님을 마주하는 길이라는 생각도 든다. 이제 겨우 첫 칸을 채웠다. 남은 칸들 중에는 부디 그 분을 만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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