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이 노래 참 슬프다고 하면 대부분은 공감할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생뚱맞게 '왜?'가 등장한다. 특히 '강변 살자' 이 대목이 참 슬퍼! 하니 '슬프고말고요! 뭐든 합의를 못 보면 슬픈 법이지요.'라는 답이 돌아온다.
여기서 합의가 왜 나오느냐 질책하니 '강변 살자며? 엄마하고 누나하고 아직 동의를 안 한 거 아냐? 그러니까 자꾸 강변 살자, 강변 살자 노래를 하지', '아니면? 강변 죽자도 아니고 강변 살자는데 노래가 이 모양으로 슬플 이유가 뭐야? 다 합의를 못 본 탓이라니까!' 한다.
남덕현 작가는 <슬픔을 권함>에서 '이런 애들은 말이죠, 지 소원대로 강변에 집 짓고 살아도 슬퍼요. 어디 갖다 놔도 슬퍼', '왜요?', '그냥요. 그런 종자들이 있어요'라고 '슬픈 종자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어쨌거나 그러니 '합의'가 중요한 법이다. 법원은 오늘도 합의를 못 본 사람들로 북새통이다. 재판이 뭐 별건가, 어르고 달래 합의를 보게 하려다 종내에는 법이 정한 합의를 떠넘겨준다.
유무죄를 다투지 않는 교통사고나 사기 등 재산범죄, 성범죄 사건에서는 피해자와의 합의가 양형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인자이므로 그런 점에서 피고인은 합의를 대신해 달라고 변호사를 찾는다. 성범죄 사건의 경우는 변호인이라고 하더라도 피해자에게 직접 연락을 취해 합의를 시도할 수 없으므로, 피해자를 잘 설득해달라는 피고인 측의 전화를 피해자 변호인만 수없이 받게 되지만, 교통사고 등의 경우에는 피해자 측을 만나 적정한(?) 합의를 끌어내는 것이 변호사의 능력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교통사고 등의 피해자 측에 아무개의 변호인이라고 연락을 취할 때 상대방은 열이면 열 피해자인 자신에게는 코빼기도 안 보이고 사과 한마디 없이 변호사부터 '샀다'고 분개한다. 국선변호인이라고 밝혀도 다짜고짜 피고인에게 퍼부을 욕을 분이 풀릴 때까지 쏟아내는가 하면 '내 말 한번 들어보소' 식으로 자신의 억울함과 피해 상황을 읍소하기도 한다. 난처하고 당혹스럽다.
하지만 일단 피고인이 나쁜 놈이라고 같이 분개해준다. 고백하건대, 피고인의 국선변호인임을 망각한 채 피해자 측에 감정이입이 되었던 경우도 적지 않았다. '합의' 이외에 특별히 변론할 내용이 없는 사건이라면 수임료를 지출하는 대신 이를 합의금에 얹어 피해자 측에 제안하는 것이 피고인으로서는 원만한 합의의 가능성을 높이는 최선의 방책이 될 것이다.
피해자 국선변호인이었을 때 피고인 측 변호사가 소위 얼마나 비싼(?) 변호사인지를 물어보는 피해자가 있었다. 적정한 합의금이 얼마인가에 대한 답변과 마찬가지로 답할 수 없는 질문이었지만, 터무니없는 합의금을 제시하면서 피해자를 잘 설득해달라는 피고인 변호사의 전화를 받았을 때 적어도 자신이 받은 수임료보다는 더 많은 합의금을 제시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일까? 병원에 가면 의사 선생님, 간호사 선생님이 계시고, 동네 미용실에만 가도 헤어디자이너 선생님이 계시는데, 사람들은 당당하게 변호사를 사서 합의를 본다고 말한다. 이 말이 불편한 것은 상대방이 은연중에 대신 사죄하고, 원망과 분노를 대신 받아낸다는 데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급했다고 생각한다는 지점에서이다.
자신을 대신해서 법적으로 싸우고 방어하는 사람으로 변호사를 산다는 것은 자신을 대신해 군사적으로 싸워 줄 군인으로 용병을 구한다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도 용병처럼 구해지지 못하고 팔리는 변호사는 슬프다. 팔리는 변호사여서 슬프다.
남덕현은 '나는 슬플 때 가장 착하고, 슬플 때 가장 명징하며, 슬플 때 가장 전복적이다.'라고 고백하며 어설픈 희망과 기쁨보다는 차라리 절절한 슬픔과 절망이 고단한 삶을 치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담담히 말한다.
다시 김소월의 시 <엄마야 누나야>로 돌아와 보면, 강변 살자는 '합의'는 없었는지 모르겠으나 '뜰에는 반짝이는 은모래빛, 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가 있다. 그래서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는 여전히 슬프지만, 우리를 슬프게 하지는 않는다. 슬픈 변호사 또한 그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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