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모노드라마가 다시 유행하고 있다. 지현준, 백석광의 <나는 나의 아내다>, 김히어라, 김주연, 김규남의 <플리백>(연강홀), 그리고 7월부터 공연에 들어가는 더줌아트센터 윤성원의 1인극 <갈라진 마음들>이 연이어 공연되고 있다. 다른 얘기지만, 개그계는 1990년대 대학로와 강남을 중심으로 성행했던 스탠드업 코미디가 다시 대세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스탠드업 코미디의 대명사는 고인이 된 코미디언 김형곤 아닐까. <병사와 수녀>는 스탠드업 코미디를 연극화한 공연이다. 요즘 대세는 이상준이다. 직설적인 농담과 풍자적인 욕설, 한 사람을 집요하게 파고들고 비트는 개그식 비약으로 쇼츠부터 이상준 코미디쇼 공연장까지 20대부터 고령까지 작정하고 웃고 싶어 하는 분들의 팬층이 두껍다.
두산연강홀에서는 1인극 〈플리백〉(Fleabag·'지저분한 사람', '문제투성이', '누추한 사람'이라는 뜻, 류주연 연출)이 9월 6일까지 약 3개월간 장기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제작사 브러쉬씨어터(주) 입장에서는 상당한 승부수다. 620석 규모의 연강홀에서 1인극을 장기공연으로 올린다는 것 자체가 확신 없이는 쉽지 않은 선택이다. 〈플리백〉은 2013년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새로운 형식의 1인극으로 평가받았다. 스탠드업 코미디 형식과 모노드라마를 섞은 스탠드업 모놀로그(1인 고백극)라고 할까. 스탠드업 코미디는 아닌데 유사하고, 모노드라마라고 하기에는 한 여성의 인생 고백이 극으로 스토리화된 점이 다르다. 초연 당시에는 극작가이자 배우인 피비 월러브리지가 직접 쓰고 출연했고, 비키 존스가 연출했다. 이후 BBC와 아마존 프라임을 통해 드라마로 제작되면서 <플리백>은 영국에서 모노드라마의 트렌드가 됐다.
다른 점은 작정하고 웃기려는 웃음의 강도가 노골적이지 않으면서도 영국식 유머와 블랙코미디를 표방한 스탠드업 모노드라마 형식의 공연이다. 플리백의 거침없고 과감한 행동과 말투, 야하고 노골적인 이야기에 플리백 인생 이야기를 더해 친한 친구를 잃은 한 여성의 죄책감과 상실 등을 마주하는 모놀로그다. 주변에도 이런 친구 한 명은 있을 것 같다. 굉장히 웃기면서도 거침없이 자기표현을 밉지 않게 세게 하는 사람. 그러면서도 그 이야기에 가슴이 팍 아프고, 웃기고 연민의 감정이 느껴질 때… 뭐라 말하기가 참. 한마디로 플리백이 풀어놓는 인생 이야기가 짠하면서도 그녀의 행동은 당당하고 솔직한 게 웃음을 주는 포인트가 있다고 할까. 공연은 김히어라 버전의 공연을 봤는데 90분 정도다. 관객들도 아마존 프라임으로 방영된 <플리백> 때문인지, 1층은 만석에 가까웠고 무대에는 의자 하나가 놓여 있다. 공연이 끝날 때까지 의자 하나, 영상, 플리백이 만나는 인물들의 소리가 전부다.
초연은 자신의 인생 서사를 고백하는 스탠드업 코미디 형태의 모노드라마여서, 연기하기보다 자신의 상처와 욕망을 객석 앞에서 날것 그대로 고백하는 공연의 형식에 가까웠을 텐데 김히어라는 극중인물로 분한 분위기를 제외하고는 연기하기보다 그녀의 경험과 현재의 인생 서사를 들려주는, 연기가 가공된 고백적 토크에 가까워 보였다. 플리백은 허둥거리며 들어오면서 면접을 보는 것으로 시작된다. 무대 뒤로는 영상이 보이는 이미지가 프레임화되고 그녀가 거쳐 간 인물들은 소리로 전달되는 식이다. 면접부터 엉망이다. 거침없는 성적인 이야기, 면접 도중 덥다며 상의를 올리기도 하고, 안절부절못하는 그녀의 태도에 "면접 도중 남자를 유혹하는 거냐며" 핀잔을 듣기도 하고 면접은 망치게 된다.
이후부터 그녀의 찐 인생 이야기가 시작된다. 친구 부(Boo)와 카페를 운영하던 일. 친구 남친의 외도로 충동적으로 자전거도로에 뛰어들어 목숨을 잃은 사건, 카페가 폭망해 빌린 돈도 갚지 못하고 있는 현실, 섹스를 즐겼던 외설적인 이야기부터 야한 농담까지… 거침없이 풀어놓는다. 자신이 만난 남친들과 과거 인생 이야기의 다양한 경험적 에피소드를 풀어놓는 식이다. 그런데 그녀가 만났던 남자친구들이 기이하다. 죽고 못 살면서도 헤어지고 다시 만남을 요구했던 동거남, 지하철에서 만난 한 남자, 그녀보다 그녀의 야한 사진을 원했던 과거 남자친구까지 등장한다. 웃음이 터지는 포인트는 기이한 남자들의 요구를 받아준 그녀의 솔직한 상황 묘사와 거침없는 표현에 있다.
여기까지가 연극적 스탠드업 코미디 같고, 그사이에 드러나지 않는 그녀의 상실감과 외로움, 현실을 마주하며 도발적이면서도 당당하게 살아가는 태도와 그녀의 이야기 뒤에 숨겨진 인생의 아픔이 극적이고 희비극적이다. 관객들의 반응은 이렇다. "정말 미친 듯이 웃었는데 마지막에는 울었다", "내 이야기 같았다", "배우가 나에게만 말을 거는 것 같았다", "블랙코미디인 줄 알았는데 상실에 대한 이야기였다." 영국식 스탠드업 코미디 형식과 모노드라마를 융합한 스탠드업 모놀로그가 국내 무대에서 어느 정도 공감을 얻고 성공할지는 모르지만 기존 모노드라마와는 차이와 재미, 웃음과 공감이 있는 공연이다.
김건표 대경대 연극영화과 교수(연극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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