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주식들이 오를 때는 같이 못오르고, 내릴 때는 영락없이 같이 따라 내리네요."
요즘 LG생활건강 종목토론방에서는 이런 답답함 가득한 토로가 쏟아집니다. K-뷰티 업종 전반이 글로벌 확장세를 바탕으로 주가 상승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LG생활건강만 홀로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인데요. 한때 주가가 1주당 100만 원을 넘는 등 '황제주'로 불리던 위상이 무색한 모습입니다.
최근 국내 주식시장에선 이른바 K-뷰티 주식이 화제입니다. 에이피알, 아모레퍼시픽 등 화장품 대장주들을 비롯한 주요 뷰티 기업들은 지정학적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견조한 주가 상승세를 기록 중인데요. 실제 에이피알은 지난 3개월간 주가가 70.4% 오르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고, 아모레퍼시픽은 같은 기간 8.7% 상승했습니다. 이밖에 달바글로벌(29.6%), 실리콘투(6.8%), 코스메카코리아(22.9%) 등도 주가가 올랐습니다.
한국 화장품주들의 주가가 상승한 건 미국과 일본을 넘어 유럽 시장에서도 성과를 내며 실적 개선 기대감을 키운 영향입니다. 글로벌 수요 다변화와 브랜드 경쟁력 강화가 투자심리를 지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반면 LG생활건강은 정반대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다른 화장품주들이 일제히 상승한 사이 LG생활건강은 최근 3개월간 주가가 5.1% 하락했습니다. 기간을 더 넓혀 1년 추이를 보면 주가는 약 19.7% 하락하며 업종 내 상대적 부진이 두드러집니다.
실적 악화가 직접적인 원인으로 꼽힙니다. LG생활건강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회사의 지난해 매출액은 6조3555억 원으로 전년 대비 6.7% 감소했습니다. 영업이익은 1707억 원으로 전년 대비 63% 급감했고, 당기순이익은 2024년 2039억 원 흑자에서 지난해 858억 원 적자로 전환했습니다. 과거 초우량기업이던 이 회사가 적자를 기록한 것은 적어도 2000년대 이후로는 처음 있는 일입니다.
중국 화장품 경기가 한창 좋았던 2021년의 경우, 회사의 그해 영업이익은 1조2900억 원, 당기순익은 8611억 원을 각각 기록했습니다. 당시 주가는 한때 178만 원까지 상승하며 황제주로 불렸으나, 현재는 20만 원대 박스권에 머무는 상황입니다. 이는 약 15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내려앉은 가격입니다.
문제는 핵심 사업인 뷰티 부문의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중국 수요 회복 지연과 면세 채널 약세, 브랜드 경쟁력 약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영업적자가 이어지는 상황이죠. 지난해 LG생활건강의 핵심 사업인 화장품 부문의 경우 매출은 전년 대비 16.5% 줄어든 2조3500억 원에 머물렀고, 976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로 돌아섰습니다.
과거 고성장을 이끌었던 럭셔리 브랜드 중심 전략이 최근 시장 환경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LG생활건강은 그간 중국 고객을 대상으로 주력 럭셔리 브랜드 '더후'를 내세워 고성장을 이뤘으나, 최근 한국콜마와 코스맥스를 생산기반으로 둔 인디 브랜드들이 가성비와 트렌드를 앞세워 글로벌 수요를 흡수하는 사이 중국 소비 둔화와 럭셔리 수요 약세의 직격탄을 맞은 것입니다.
증권가에서도 보수적인 시각이 우세합니다. 주요 증권사들은 LG생활건강의 매출과 이익 부진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며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를 잇달아 하향 조정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LG생활건강이 중국 의존도 축소와 브랜드 포트폴리오 재정비 등 구조적인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분석합니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뷰티사업부의 영업적자가 지난 4분기에 이어 지속될 것"이라며 "미국과 중국 등에서 LG생건 제품의 브랜드력이 단기간에 올라오기는 힘들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4분기에나 뷰티사업부가 영업적자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김 연구원은 이어 "전사 이익에서 뷰티 사업부의 이익 기여도가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에 현재 밸류에이션은 부담스럽다"라며 투자 의견 '중립'을 유지했습니다.
권우정 교보증권 연구원도 "LG생활건강은 작년 하반기부터 화장품 사업을 중심으로 강도 높은 재편에 나섰지만, 실적 개선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올해 상반기까지는 구조조정 영향이 불가피한 만큼 당분간 보수적 접근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주주들의 요구도 커지고 있습니다. 일부 투자자들은 주가 부양을 위해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 정책 강화를 요구하는 한편, 중장기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 확대 필요성도 제기하고 있습니다. 이에 회사는 2025년부터 2027년까지 3년간 보유 자사주를 전량 소각한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실제 지난해 7월 일부 물량에 대한 주식 소각도 이미 결정했습니다.
회사는 지난 3월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해외 지역별 집중 전략과 10대 브랜드 육성을 통해 올해를 반드시 성장 전환의 해로 만들겠다"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구조 개편과 해외 포트폴리오 전환이라는 방향성에는 공감대가 형성된 셈이죠→. 다만 유통 재정비와 인력 효율화, 브랜드 투자 확대가 병행되는 과정에서 단기 수익성 부담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성과가 가시화되기까지는 보수적인 평가가 이어질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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