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은 종종 우리를 낯선 감각의 세계로 이끈다. 익숙한 인간의 눈으로만 세계를 바라보는 습관에서 벗어나, 전혀 다른 존재의 방식으로 현실을 생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현대미술가 토마스 사라세노는 바로 그런 작가다. 그의 작업을 이해하는 데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은 거대한 설치 규모나 첨단 기술이 아니라, 오히려 아주 작고 미세한 존재인 거미이다.
사라세노의 작업 앞에 서면 먼저 가느다란 선들이 시선을 붙든다. 공중에 떠 있는 듯한 실들은 너무 얇고 투명해 금세 사라질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놀라울 만큼 정교한 질서를 이루고 있다. 어두운 전시장 안에서 조명을 받은 거미줄은 밤하늘의 별자리 같기도 하고, 공중에 매달린 미래 도시의 지도 같기도 하다. 선과 선이 교차하고, 중심과 주변이 끊임없이 연결되며, 보이지 않는 긴장과 균형이 하나의 구조를 이룬다. 일상에서 무심히 지나치는 거미집이 하나의 건축이자 하나의 우주처럼 드러나는 것이다.
사라세노에게 거미줄은 단순한 자연의 부산물이나 장식적인 형상이 아니다. 거미가 살아가기 위해 짜 올린 집이면서, 동시에 외부 세계의 진동을 감지하는 감각기관이다. 먹이를 포착하는 덫인 동시에 주변 환경과 관계를 맺는 소통의 장치이기도 하다. 거미줄은 거미의 몸 바깥에 놓인 사물이 아니라 몸의 연장이다. 이 때문에 사라세노의 작업에서 거미줄은 조형물이면서도 감각 체계이고, 건축물이면서도 하나의 언어가 된다.
이러한 생각은 설치작품 〈In Orbit〉에서 매우 인상적으로 드러난다. 이 작품은 지상에서 25미터 이상 높이에 설치된 거의 투명한 철망 구조로 이루어져 있으며, 관람자가 실제로 그 안에 들어가 몸으로 경험하도록 만든 작업이다. 관람객은 철망 위를 걸으며 이동하고, 한 사람의 움직임은 곧바로 전체 구조에 진동처럼 전달된다.
따라서 이 설치는 단순히 눈으로 감상하는 작품이 아니라, 여러 사람의 움직임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적 공간으로 작동한다. 작품 속에서 관람자는 마치 공중에 떠 있는 하나의 망 안으로 들어간 듯한 감각을 경험하게 된다.형식적으로 보면 〈In Orbit〉는 거미줄의 구조와 매우 밀접한 상상력 위에 세워져 있다. 사라세노는 공간을 고정된 건축물이 아니라 진동과 긴장, 연결이 이루는 네트워크로 이해한다.
이 작품에서 관람자는 마치 거미줄 위의 한 점처럼 전체 구조 속에 편입된다. 인간은 더 이상 바깥에서 세계를 내려다보는 관찰자가 아니라, 타인의 움직임과 장력의 변화를 함께 느끼는 존재가 된다. 이는 인간이 시각 중심으로 공간을 인식해 온 익숙한 방식을 흔들고, 몸의 균형감각과 감응을 통해 공간을 새롭게 체험하게 만든다.
이 작품은 사라세노의 핵심 관심사인 비인간적 감각, 상호연결성, 공존의 구조를 잘 보여 준다. 철망 위에 올라선 관람자는 독립된 개인처럼 움직이지만, 실제로는 타인의 움직임과 구조 전체의 변화에 끊임없이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In Orbit〉는 단순한 체험형 설치가 아니라, "우리는 서로 얽힌 존재"라는 사라세노의 세계관을 감각적으로 드러내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예술은 결국 거미를 재현하는 데 있지 않다. 거미와 거미줄을 통해 인간만이 세계의 중심이라는 오래된 믿음을 다시 묻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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