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주요국들이 잇달아 'T+1(매매 다음 날 결제)' 체제 전환에 나선 가운데, 국내 자본시장도 결제 주기 단축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시장에서는 개인투자자 편익 확대와 글로벌 정합성 확보 필요성에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외환시장 접근성과 후선 업무 자동화, 외국인 투자자 대응 체계 구축 등 현실적인 과제가 적지 않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26일 한국거래소·한국예탁결제원·한국증권학회는 거래소 서울 사옥 컨퍼런스홀에서 '증권시장 결제주기 단축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정부·학계·업계·유관기관 관계자와 개인투자자들이 참석해 결제주기 단축의 필요성과 선결과제, 쟁점사항 등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최근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결제 주기 단축은 가장 중요한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미국이 지난 2024년 T+1 체제를 도입한 데 이어 EU(유럽연합), 홍콩 등의 국가들도 관련 일정을 확정하자 글로벌 시장 전반에서 결제 주기 단축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어서다.
반면 아시아 시장은 상대적으로 신중한 접근을 보이고 있다. 최훈 거래소 청산결제부장은 "미국·유럽 투자자와 달리 아시아 시장은 외환 조달과 결제 업무를 처리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구조"라며 "호주와 뉴질랜드가 2030년 도입을 검토하는 것도 이러한 시차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금융당국과 유관기관들도 미국의 결제 주기 단축 계획 발표 이후 ▲국내 결제 주기 단축 추진 타당성 연구용역 실시 ▲주요 업무 변경 필요 사항 검토 ▲결제 주기 워킹그룹 발족·이해관계자 의견 수렴 등의 대응을 해왔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3월 청와대에서 열린 자본시장 관련 간담회에서 "주식은 오늘 팔았는데 왜 돈은 모레 주냐"며 결제 주기 단축을 의제로 제시한 바 있다.
특히 올해 4월 27~5월 1일에는 T+1 관련 현지 실사를 위해 뉴욕·런던 등에 방문했다. 최 본부장은 이번 현지 실사에서의 주요 시사점으로 ▲시장참여자 간 참여·소통의 중요성 ▲POST-Trade 자동화 ▲장기적 편익분석 접근 ▲금융당국의 리더십 등을 꼽았다.
이어 발표에 나선 노성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T+1 전환 시 기대 효과·선결과제'를 주제로 결제 주기 단축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위험 요인을 분석했다. 노 연구위원은 결제 주기 단축 시 ▲가격 변동성 위험 완화·결제위험 감소 ▲증거금 부담 완화 ▲유동성 개선·거래비용 절감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짚었다.
그는 "매매 체결 이후 실제 결제까지 시간이 길어질수록 미결제 금액이 늘어나고 결제 불이행 리스크도 커질 수밖에 없다"며 "결제 주기를 하루 단축하면 미결제 노출 기간이 절반으로 줄어들어 리스크도 감소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결제주기 단축 과정에서 예상되는 핵심 위험 요인으로 ▲결제 실패 위험 증가 ▲기관 후선 업무 부담 확대 ▲대차거래 상환 문제 ▲외환 결제 주기 불일치 등을 제시했다. 이 같은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안전한 T+1 전환을 위한 과제로는 ▲비용·편익의 정량적 분석 ▲후선 업무 자동화 ▲대차거래 시스템 고도화 ▲외환시장 접근성 개선 ▲국내외 기관 간 협력 강화 등을 강조했다.
노 연구위원은 "단기적인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장기적으로 한국 증시의 접근성과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가 추진돼야 한다"고 부연했다.
패널 토론에서는 개인 투자자와 업계, 외국인 투자자 측 의견이 엇갈렸다. 개인 투자자 대표로 참석한 이정윤 세무사는 "국내 주식 투자자는 이미 1500만명 수준에 이르렀고 하루 거래대금의 60% 이상을 개인이 차지하고 있다"며 "결제 주기 단축 논의에서 가장 중요한 이해관계자는 개인 투자자"라고 강조했다. 그는 "연휴가 끼면 실제 매도 대금을 받기까지 5~6일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며 "T+1 도입은 단순한 이자 문제가 아니라 자금 운용 기회를 앞당기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증권업계는 시스템 안정성과 외국인 투자자 대응 부담을 우려했다. 노승진 미래에셋증권 결제본부장은 "외국인 투자자의 경우 여전히 수작업 기반 결제 프로세스가 많다"며 "결제 자동화가 완전히 이뤄지지 않으면 T+1 체제에서 결제 불이행 위험이 현실화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은아 SK증권 IT인프라본부장도 "결제 주기 단축은 사실상 증권사 시스템 전반을 재설계해야 하는 수준의 변화"라며 "ETF AP·LP 업무, 미수거래, 증거금 산출 방식 등 고객 자산과 직결된 시스템을 모두 수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투자자 업무를 대행하는 글로벌 수탁기관 측에서는 외환시장 문제를 핵심 리스크로 꼽았다. 김미강 SC은행 이사는 "외국인 투자자의 경우 매매일부터 결제일까지 여러 단계의 환전·결제 절차가 필요하다"며 "결제 주기 단축 시 환전 수요가 특정 시간에 집중되면서 환율 변동성과 결제 실패 위험이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린든 차오(Lyndon Chao) 아시아증권산업·금융시장협회(ASIFMA) 전무(Managing Director)는 "한국 시장은 이미 결제 실패율이 사실상 0%에 가까운 매우 안정적인 시장"이라며 "미국이나 유럽처럼 결제 실패율이 높은 시장과 달리 T+1 도입 편익이 제한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원화는 역외 유동성이 충분하지 않고 외환 접근성 제약도 존재한다"며 "거래 시간 연장과 결제 주기 단축이 동시에 추진될 경우 운영 리스크가 급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유관기관·금융당국은 글로벌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T+1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박상욱 거래소 청산결제본부장은 "결제 안정성과 시스템 정확성이 가장 중요하지만, 글로벌 자본시장 환경 변화 속에서 적시에 대응하는 것도 필요하다"며 "시장 참가자들과 충분한 협의를 거쳐 안정적인 전환 로드맵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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