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은행주들은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반도체주에 투자 자금이 집중되면서 대표적인 고배당 업종인 은행주가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과 강화된 주주환원 정책, 양호한 실적 등을 근거로 하반기 은행주 반등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 상장된 은행주 10종목으로 구성된 'KRX 은행 지수'는 지난 5월 한 달간 8.5% 하락했다. 이는 같은 기간 KRX 반도체(31.1%), KRX 자동차(27.9%), KRX 300 자유소비재(36.8%) 등 주요 섹터들이 상승하며 전체 증시 상승세를 주도한 것과는 상반된 흐름이다.
실제 KB금융, 신한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등 주요 은행업종 주가는 지난달 한 자릿수 대 하락률을 기록하며 시장 수익률을 크게 밑돌고 있다.
올해로 놓고 봐도 KRX은행 지수는 14.5% 올랐다. 같은 기간 KRX 정보기술(205.8%), KRX반도체(163.3%) 등이 폭등한 것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반도체 초호황의 직접적인 수혜를 입지 않은 KRX건설(96.2%)·KRX자동차(65.0%)·KRX에너지화학(29.5%) 등과 비교해도 상승 폭이 제한됐다.
은행주 부진의 가장 큰 배경으로는 반도체 중심의 증시 쏠림 현상이 꼽힌다.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와 글로벌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감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 대규모 자금이 유입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성장주로 이동했다는 분석이다.
고배당주의 투자 매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증시 상승 국면에서는 안정적인 배당수익보다 주가 상승에 따른 자본 차익을 노리는 투자 성향이 강해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은행주에 대한 기관 및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세도 다소 둔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매 동향 역시 은행주에 불리하게 작용했다. 은행주는 외국인 보유 비중이 높은 업종인 만큼 외국인 자금 흐름에 주가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특징이 있다.
실제로 지난해 밸류업 프로그램 수혜 기대감으로 은행주 비중을 늘렸던 외국인은 올해 들어 미국·이란 전쟁 등 매크로 환경 악화에 대한 우려로 은행주에 대한 매도세를 보였다.
다만 증권가에선 하반기 금리 인상이 은행주의 반등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앞서 한국은행은 지난달 28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마친 뒤 "물가를 보나 성장을 보나 환율을 보나 부동산을 보나 갈 길이 비교적 명확하다"라며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시장에서도 한국은행이 내달부터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일반적으로 금리 상승은 예대금리차 확대를 통해 은행의 순이자마진(NIM) 증가로 이어질 수 있어 은행주에 우호적인 환경으로 평가된다.
은행권의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도 투자 매력을 높이는 요인이다. 금리 상승에 따른 이익 개선이 주주환원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금융당국 역시 자본 건전성을 유지하는 범위 내에서 주주환원을 장려하고 있어 관련 정책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주요 금융지주들은 최근 수년간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를 꾸준히 늘려왔다. 4대 금융지주가 올해 1분기까지 마련한 비과세 배당 재원은 총 31조1000억 원 규모로 향후 3~5년간 비과세 배당에 활용될 예정이다.
조아해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이익 증가 및 비은행 이익 확대 등으로 은행주는 보통주자본비율(CET1) 개선을 기반으로 적극적인 주주환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라며 "양호한 이익 창출 능력, 자본 규제 합리화 등과 함께 주주환원 매력도 높아지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조 연구원은 또한 "은행들은 비과세·분리과세 배당 정책을 지속하는 데다 2분기 실적 발표에서 하반기 자사주 매입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주요 금융지주들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여전히 1배를 밑도는 수준에 머무는 등 실적 대비 저평가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은경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은행 업종은 글로벌 주요 은행 대비 저평가 상태"라며 "국내 증시가 가파르게 오르는 가운데 코스피 내 은행 업종 비율은 3.3%까지 하락한 만큼, 높은 밸류에이션 매력도를 고려해 비중 확대를 추천한다"라고 말했다.
다만 은행주가 뚜렷한 상승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환율 변동성이 완화되고 외국인 자금이 다시 유입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현시점에서 은행주는 수급의 키를 쥐고 있는 외국인이 돌아와야 의미 있는 반등이 가능하다"라며 "이에 대한 전제조건은 원·달러 환율 안정화, 건전성 관련 우려 해소 등일 것으로 판단한다"라고 말했다.
최 연구원은 그러면서 "시간이 걸릴 뿐이지 지나친 소외 현상은 결국 완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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