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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대의 건축인문기행] 물의 사찰, 수어당(水御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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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못 아래 피안의 사찰

사찰을 드러내지 않는 과정적 공간, 속세의 벽을 돌아서면 타원형 연못이 나타난다.
사찰을 드러내지 않는 과정적 공간, 속세의 벽을 돌아서면 타원형 연못이 나타난다.

오사카에서 부터 고베를 거쳐 아와지 섬으로 이어지는 건축 답사 지역은 안도 다다오 건축 세계가 깊이 새겨져 있는 길이다. 오사카에서 태어나 독학으로 건축을 개척하고 활동하고 있는 이곳 일대에는 그의 많은 작품들이 이어지는 건축무대다. 그의 최대 규모 프로젝트 '유메부타이'가 섬 동편에 있고, 가까운 서쪽 나오시마에는 유명한 지추미술관(地中美術館)이 있다. 아와지 섬으로 들어오는 내해(內海) 위에는 거대한 현수교(懸垂橋) 아카시 대교가 있다. 2년 전 완성된 튀르키예 차나칼레 대교 이전까지 세계 최장 길이 현수교였고, 1995년 고베-아와지 대지진 진원지가 바로 아카시 대교 아래였다. 고베 아와지 섬 곳곳에는 대지진 조형물, 공공시설, 지진 균열 노지마 단층을 그대로 보존하는 재난 전시관도 있다. 아름다운 풍광의 섬은 대지진의 상처가 깊이 새겨져 있었다.

물의 사찰 수어당은 텅 빈 연못이다, 물 밑 아래 피안의 세상 절이다.
물의 사찰 수어당은 텅 빈 연못이다, 물 밑 아래 피안의 세상 절이다.

◆보이지 않는 사찰, 수어당

해변 작은 마을 언덕 위 본복사(本福寺)가 있다. 기존 본당과 납골 정원, 그 사이를 조금 더 올라가면 예상치 못한 장면을 만난다. 사찰도 탑도 없는 텅 빈 자갈마당, 콘크리트 높은 벽이 가로막고 서 있다. 직선 곡선 두 개 벽은 진입 동선을 길게 연장하여 건축을 바로 드러내지 않기 위한 안도 다다오의 가벽(facade)이다. 그 벽을 돌아서면 둥그런 연못이 주인공이다. 언덕 위에 절은 없고 보이지 않는 연못(蓮池) 아래에 수어당(水御堂)을 설계한 것이다. 연꽃이 피기에는 이른 여름이다.

수어당, 지상의 연못 스케치.
수어당, 지상의 연못 스케치.

안도 다다오의 '물의 교회'가 있듯, '물의 사찰' 수어당은 일본 불교 진언종 본복사의 부속 사찰이다. 절이 보이지 않는 건축 설계를 당연히 신도들은 반대했지만, 노 주지스님은 '불교의 원점으로 들어가는 연못 아래 사찰'을 적극 지원하며 수어당이 탄생하게 된다. 특별한 건축 탄생의 주역은 설계를 맡기고 지원한 주지스님은 부처님처럼 존경 받아야 마땅하다. 바티칸 성당 '천지창조'의 탄생은 미켈란젤로에게 천정화를 의뢰하고 기다려준 교황 율리오 2세의 공로이다. 그래서 건축 작품상 명패에는 건축가, 건축주, 시공사 이름을 나란히 새기는 것이다.

타원형(40×30m) 연못은 상징적 기하학이다. 불교의 순환과 환생, 생명 탄생 알의 상징이다. 연못 중앙을 가로 지르는 수직선은 지하 세계로 이르는 생명의 계단이다. 인류 구원의 상징은 하늘 위로 오르는 앙망(仰望)이었다. 피라미드 신전, 고딕 첨탑, 108계단, 이곳 수어당은 물속 계단 아래로의 앙망이다. 연못 아래로 향하는 계단은 몸과 마음을 씻는 경건한 세례 의식으로 느껴진다.

불교를 상징하는 타원형 연못의 기하학, 중앙을 가로 질러 내리면 지하 사찰이다.
불교를 상징하는 타원형 연못의 기하학, 중앙을 가로 질러 내리면 지하 사찰이다.

◆물의 아래, 불광(佛光)에 이르다.

연못에서 콘크리트 좁은 벽 사이 계단을 내려가는 시선 높이는 천천히 달라진다. 지상의 불국정토 연지(蓮池)에서 모세의 출애굽 홍해 바다 아래로 내려가는 듯, 위로는 밝은 하늘과 아래로 어둠으로 나누어진다. 연못 계단 아래에 내려서면 지상의 빛은 사라지고, 어둠에 익숙해지는 지하 통로에서는 점점 붉은 빛으로 거듭나는 공간이다. 작가 다니자키 준이치로는 '음예예찬(陰翳礼讃)'에서 '밝음도 아니요 어둠도 아닌 은은한 일본의 전통 공간'을 찬미한다. 일본 전통은 복도 마루는 밝은 외부에, 어두운 안쪽에 방을 배치하는 구조이다. 낮고 좁은 침침한 다실(茶室)에서 밝은 정원을 바라보며 차를 마신다. 지하의 수어당은 음예의 공간이다.

어둠에서 익숙해지고 나면 좁은 복도 홀, 벽체 기둥 천정은 모두 붉은 빛, 불광(佛光)의 세상에 물들게 된다. 노출된 서쪽으로 빛이 석양처럼 붉게 비쳐든다. 창살을 통과한 붉은 빛이 사방으로 흩어지고, 창살 그림자에 투사된 실내 공간은 불광(佛光)의 세상이다. 계단을 중심으로 왼쪽은 법당, 오른쪽은 요사 채와 사무공간이 타원곡선 복도로 연결하고 나누어진다. 요사채 사무실 생활 동선은 뒤쪽 외부로 열려 있다.

지하 법당은 선 명상의 공간이다. 방문객이 많으면 인원 제한을 걱정할 정도로 좁은 법당을 안내하는 스님 한 뿐이다. 다행히도 우리 일행들 외에는 방문객들은 없었다.

안도 다다오 건축들은 기하학의 형태, 빛 바람 물의 자연적 요소, 노출콘크리트의 상호 작용으로 건축 스토리를 드라마틱하게 표현한다. 수어당에서도 세 가지 요소가 나타난다. 노출콘크리트 가벽, 타원형 기하 형태, 연못 물 아래의 어둠과 빛의 요소를 극적으로 결합시킨 건축이다. 여기에서 물의 요소는 두 가지다. 수어당 인공 연못은 불교 성찰의 물이며, 언덕길을 내려가면서 펼쳐지는 오사카만 바다는 세상 세속의 물이다.

지하공간 법당은 불광(佛光)의 세상에 물들게 된다. 공간은 불광(佛光)의 세상이다.
지하공간 법당은 불광(佛光)의 세상에 물들게 된다. 공간은 불광(佛光)의 세상이다.

◆지진에도 강한 건축

수어당 완공 4년 후에 발생한 1995년 고베-아와지 대지진에서, 온전하게 살아남은 수어당은 새롭게 평가 받는 '강한 건축'이었다. 지상 지하가 일치된 원통형 콘크리트의 구조 특성 때문이었다. 온전히 담긴 연못물은 인근 주민들의 비상용수가 되었다. 다다오 건축의 주 특기인 노출콘크리트는 지상보다 지하 매립이 많다. 땅의 아래에 묻힌 일체화 구조는 지진에서도 강한 건축이라는 또 다른 장점을 입증하게 되었다.

그리스 건축가 비트루비스가 정의한 건축의 3대 요소 '기능, 구조, 미'는 수천 년이 지나서도 불변이다. 영혼 구원의 종교건축에 재난에 생명을 지키는 건축이야 말로 바로 최상의 건축인 것이다. 자연 재해도 아닌, 인간을 보호하는 건물을 표적으로 파괴하고 살상하는 테러와 전쟁은 최악의 비극인 것이다.

영혼의 집들이 모여 있는 납골원은 동네 가까이 생활 공존 형이다.
영혼의 집들이 모여 있는 납골원은 동네 가까이 생활 공존 형이다.

◆영혼의 공간, 납골원

지하에서 계단을 따라 지상으로 올라오는 것은, 다시 속세로 나오는 느낌이다. 좁은 틈새 위 하늘은 다시 넓어지고 연못 수면 위 속세로의 환생이다. 수어당 연못을 뒤로 하고, 다시 콘크리트 가벽을 되돌아 내려오면서 넓은 납골원(納骨園) 마당에 들어선다. 일본의 사찰들은 거의 동네 가까이에 납골 마당이 함께 있는 생활 공존 형이다. 도쿄 도심에서도 영혼의 납골공간은 세속을 초월하듯 가까이 공존하고 있었다. 각각 모양과 크기가 다른 납골 돌집들은 작은 미니어처 건축이다. 영혼들의 집들이 모여 마을을 이루고 있는 납골원은 이곳 사찰이 존재하는 이유처럼 보인다. 고베-아와지 대지진 이후, 납골원은 평지에 넓게 증설하게 되었다.

언덕 위에서는 오사카만 바다가 한 눈에 들어온다. 바다 건너 간사이국제공항은 이곳 아와지 산을 깎아서 바다를 매립하여 만든 해상 공항이다. 산을 깎은 상처를 채우기 안도 다다오 최대 프로젝트 휴양리조트 '유메부타이'가 세워졌다, 산언덕에는 대지진 희생자를 기리는 '100 계단의 정원'이 설계되었다. 간사이공항 건설 공사로 아와지 섬이 파여져 나갔고, 대지진으로 살이 찢겨져 나간 상처의 아와지 섬, 그 상처 위에 안도 다다오의 건축들이 있다.

건축가·전 대구경북건축가협회 회장

수어당, 배치 평면 스케치.
수어당, 배치 평면 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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