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바라보고 고민해온, 오늘날의 '조용한 전쟁'을 기록하고 싶었습니다. 총성과 폭격은 없지만 갈등과 경쟁, 혐오, 분열, 피로, 무기력, 서로를 향한 끊임없는 긴장이 존재하는 이 시대의 전쟁을 그려내고자 했죠."
지난 14일 대구미술관에서 개막한 다티스트 선정 작가 심윤의 개인전 '회색 극장' 속 작품들의 첫 인상은 다소 무겁고 어둡게 다가온다. 하지만 의지와 상관없는 듯한 몸의 움직임, 작품 제목 등을 찬찬히 살펴보면 피식 웃음 짓게 되고, 이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작품 속 인물들이 곧 우리의 모습임을 알게 되기 때문.
최근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는 무엇을 위해 버티고 있는지, 매일 출근하고 경쟁하며 참고 살아가는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해 답을 말하기보다, 그 질문을 오래 붙잡아두려는 작업들"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작가와의 일문일답.
- 전시 제목 '회색 극장'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있나.
▶오랫동안 색을 최대한 절제한, 흑백의 화면을 통해 형태와 인간의 몸, 감정에 집중해왔다. 회색은 그 흑과 백 사이, 경계의 색이다. 선과 악, 옳고 그름을 명확하게 나눌 수 없는 모호하고 불확실한 이 시대와 복잡한 인간의 모습을 상징한다. 또한 극장은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를 비유한 공간이다.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며 살아간다. 마치 하나의 무대 위 배우들과 닮아있다. 결국 회색 극장은, 회색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삶의 무대를 의미한다.
- 작품을 선명하게 그리기보다, 에어브러시로 경계를 흐릿하게 그린 이유는.
▶우리는 세상을 선명하게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다. 기억도 흐릿하고 감정도 명확하게 설명되지 않으며, 사람과 사람의 관계도 여러 층위로 겹쳐져 있다. 에어브러시는 서로 다른 이미지를 중첩시키고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드는 힘을 갖고 있기에 그런 불확실한 상태를 표현하는 데 적합했다.
특히 작품 속 인물들은 특정한 누군가이면서도 우리 모두의 모습이기도 하다. 얼굴은 점차 흐려지고 개별성은 희미해지지만, 오히려 그 안에서 동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의 보편적인 모습이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 '조용한 게르니카' 시리즈에 등장하는 황소, 말, 제복을 입은 인물 등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황소는 거대한 구조와 권력을 상징한다. 개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시대를 움직이는 힘이며, 자본과 제도, 역사처럼 멈추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거대한 흐름을 의미한다. 황소 위에 무기력하게 탄 인물은 현대사회의 구조적 힘에 휩쓸려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반대로 말은 인간과 함께 상처를 짊어지고 시대를 통과하는 존재다. 오늘을 견디고 내일을 향해 삶을 끌고 가는 힘이자 여정의 상징이다.
제복은 사회가 개인에게 부여한 역할과 책임을 상징한다. 누구나 각자의 자리에서 보이지 않는 제복을 입고 살아간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 역할과 책임이 개인보다 앞서는 시대를 얘기하고 싶었다.
- '천국의 문' 작품을 통해서는 인간의 어떤 모습을 얘기하고 싶었나.
▶'천국의 문'은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가장 마지막에 제작한 작품이다. 관람객들이 나가면서 다시 한 번 마주할 작품이기에, 마지막으로 어떤 장면을 보여주고 싶은지 많이 고민했다.
이 작품에는 무언가를 향해 올라가고, 서로 기대고, 매달린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모두 다른 모습이지만, 혼자의 힘만으로는 설 수 없는 존재들이다. 이 장면을 통해 인간은 결국 관계 속에서 살아가며, 서로를 붙잡고 버티는 존재라는 점을 얘기하고 싶었다.
가장 위에 자리한 복면가왕은 얼굴을 숨긴 채 노래한다. 나이도, 직업도, 사회적 지위도 알지 못한 채 오직 목소리에만 집중하는 순간이다. 잠시나마 역할과 계급, 경쟁을 내려놓는 순간처럼 느껴졌다. 지친 사람들에게 잠시 숨을 고르게 하는 상징적인 존재인 셈이다.
- 관람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얘기는.
▶전시를 보며 우리의 삶을 잠시 멈춰 바라보고, 각자의 방식으로 사색해보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오늘도 이렇게 버티며 살아가고 있는가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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