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반도체 랠리를 앞세운 코스피의 질주가 이어지면서 한국 증시를 바라보는 글로벌 투자자들의 시선도 달라지고 있다. 올해 들어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국내 증시는 이번에는 오랜 '신흥국' 꼬리표를 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15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달 초 한국 증시는 미국과 중국, 일본, 홍콩, 대만에 이어 세계 6위 규모를 기록했다. 1년 전보다 7계단 오른 수준이다.
하지만 국제 투자시장에서 한국은 여전히 중국과 인도, 브라질 등과 함께 '신흥국'으로 분류된다. 오는 24일 발표되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연례 시장 분류 리뷰에서 한국 증시가 선진국지수(DM) 편입을 위한 관찰대상국에 다시 이름을 올릴 수 있을지가 시장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MSCI는 전 세계 주식시장을 선진시장과 신흥시장, 프런티어시장 등으로 구분해 지수를 산출한다. 현재 미국과 일본, 영국 등 23개국이 선진국지수에 포함돼 있지만 한국은 중국과 인도, 브라질 등과 함께 신흥국지수에 머물러 있다.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은 단순한 상징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선진국지수를 추종하는 글로벌 자금은 신흥국지수보다 규모가 훨씬 크고 연기금과 국부펀드 등 장기 자금 비중도 높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실제 선진국지수 편입 시 국내 증시에 수십조원 규모의 장기 자금 유입 효과가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자금 유입뿐 아니라 한국 증시의 고질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완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도 기대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이 선진국지수 문을 두드린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한국은 1992년 MSCI 신흥국지수에 편입된 뒤 2008년 처음으로 워치리스트에 이름을 올렸지만 원화 환전의 불편함과 시장 접근성 문제 등이 지적되며 승격이 미뤄졌다. 2014년에는 관찰대상국 명단에서도 제외됐다.
이후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 폐지와 거래시간 연장 등 제도 개선이 이어졌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특히 2023년 말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는 시장 규칙의 예측 가능성을 훼손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MSCI 평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다만 이번에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정부는 최근 몇 년간 MSCI가 지적해 온 시장 접근성 개선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공매도를 전면 재개했고 영문 공시 확대를 추진했다. 외국인 투자자 등록 절차도 간소화됐다. 오는 7월부터는 외환시장 거래시간도 사실상 24시간 체계로 확대된다.
경제계도 직접 움직였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지난 14일 미국 뉴욕 소재 MSCI 본사를 방문해 한국의 선진시장 편입 필요성을 설명하는 건의서를 전달했다. 정부 차원의 제도 개선에 더해 경제계까지 직접 설득에 나서는 등 선진시장 편입을 위한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증권가에서도 올해 관찰대상국 편입 가능성을 예년보다 높게 보고 있다.
이경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올해 MSCI 선진지수 편입 관련 시장 접근성 리뷰 및 워치리스트 발표에서 한국은 60% 이상 확률로 긍정적인 결과를 예상한다"며 "외국인 외환시장 자유화는 완전 이행 수준은 아니지만 역외 원화결제 기관 제도 도입과 외환시장 24시간 개장이 예정된 점을 고려하면 평가 등급 상향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매도 자유 관련 이슈는 사실상 해소됐고 영문 공시와 외국인 통합계좌 역시 개선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낙관론만 있는 것은 아니다.
외환시장 자유화 수준과 투자자 등록 및 계좌 개설, 증권 이동성(Transferability), 투자상품 가용성 등 일부 항목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특히 상당수 개선안이 시행 초기 단계인 만큼 실제 투자자들이 변화된 환경을 체감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권범석 삼성증권 선임연구원은 "선진국으로 분류된 국가들도 모든 평가 항목에서 완벽한 평가를 받은 것은 아니다"며 "남아 있는 과제들이 실제 투자 환경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글로벌 투자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이번 리뷰에서 워치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더라도 곧바로 선진국으로 승격되는 것은 아니다. MSCI는 통상 관찰대상국을 최소 1년 이상 평가한 뒤 다음 시장 분류 리뷰를 통해 최종 재분류 여부를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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