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왁싱은 이미 대중화됐다. 순면은 훌륭한 생리대 소재지만 왁싱이 대중화된 현재엔 더 나은 소재의 생리대가 필요하다. 왁싱을 한 여성을 의학적으로 보호하기에는 대나무 섬유가 훨씬 우위에 있다고 판단한다."
15일 매일신문과 인터뷰에 나선 정선화 두번째봄여성의원 원장은 대나무 섬유로 만든 생리대를 내놓으며 이같이 말했다. 산부인과 전문의인 정 원장은 지난 2월 자신이 직접 개발하고 만들어 낸 생리대 브랜드 '라노베(LANOVE)'를 시장에 내놨다.
산부인과 전문의가 왜 갑자기 생리대를 내놓게 됐을까. 정 원장은 "산부인과 진료실에서 매일 환자를 마주하며 최근 몇 년간 뚜렷한 변화를 목격했다. 브라질리언 왁싱이나 레이저 제모로 외음부 환경이 크게 달라진 것"이라며 "외음부에 털이 사라지면 피부가 생리대 표면에 직접 밀착돼 마찰이 잦아지고 털이 머금어주던 공기층이 사라져 내부가 훨씬 쉽게 습해진다"고 했다.
여성위생용품시장에서 '순면 100%'는 오랫동안 가장 안전하고 무난한 소재로 인식돼 왔다. 그런데 정 원장은 최근 급격히 늘어난 왁싱 문화에서 또 다른 '책임감'을 느꼈다고 한다.
그는 "순면은 자극이 적고 흡수력이 좋지만 수분을 머금고 있는 '보습성'이 강해 왁싱 뒤 민감해진 피부에는 오히려 땀과 생리혈을 가둬 짓무름과 끈적임을 유발하기 쉽다"며 "반면 대나무 섬유는 순면 대비 흡수 및 습기 발산속도가 압도적으로 빠른 '속건성' 소재다. 습한 환경을 빠르게 없앤다. 안전성을 넘어 현대 여성의 변화된 외음부 환경을 의학적으로 보호하기에 대나무 섬유가 훨씬 우위에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쉽게 말해 순면 생리대와 대나무 섬유 생리대 둘 다 흡수력이 좋다. 다만 왁싱을 한 여성에게는 속건성을 지닌, 즉 더 빠르게 건조한 환경을 만들 수 있는 대나무 섬유 생리대가 의학적으로 더 낫다는 판단에서 이와 같은 생리대를 개발한 것이었다.
생리혈과 분비물이 흡수된 생리대는 순면이든 대나무 소재든 재료를 불문하고 세균 증식의 매개가 될 수 있다. 구조적 개선으로 통기성 확보가 가능한데 굳이 원재료 소재를 대나무 섬유로 변경한 이유는 뭘까.
그는 "생리대에 타공을 늘리거나 백 시트(Back Sheet)를 개선하는 등의 구조적 통기성 확보도 중요하지만 여성이 오래 앉아 있거나 달라붙는 옷을 입어 압박이 가해지면 물리적인 통기성은 바로 사라진다. 결국 생리혈이 직접 머무는 '탑 시트(Top Sheet)' 원재료를 바꾸는 게 본질적인 문제 해결 방식"이라며 "대나무 섬유는 식물 자체적으로 천연 항균 및 항진균 성분을 품고 있다. 구조적 통기성이 저하돼도 대나무 섬유 자체가 유해균의 발육 시간을 억제하고 냄새 원인을 차단하는 1차 방어선 역할을 해준다"고 말했다.
대나무 섬유 생리대를 만들게 된 계기는 생리기간만 되면 만성 질염과 외음부 모낭염, 가려움증을 호소하는 환자를 만나면서부터였다. 그는 "생리대를 바꿔 보세요"라는 뻔한 조언 보다는 확실한 대안을 제시하고 싶었다. 그러던 중 유아용 섬유나 민감성 피부용 침구 류에 대나무 소재가 쓰였을 때 피부 짓무름이 극적으로 개선된다는 점에 주목하게 됐다.
정 원장은 "시중의 대나무 생리대는 순면이나 화학 섬유 위에 대나무 추출물을 극소량 묻히는 '코팅' 방식이 대부분이었다. 이는 몇 번의 마찰이나 흡수로 항균력이 금방 상실된다"며 "난 타협하고 싶지 않았다. 대나무 원사자체를 100% 활용한 독자적인 원단 개발에 착수했다. 여기에 생체친화적이면서도 열기와 습기를 바깥으로 부드럽게 뿜어내는 옥수수 PLA 성분을 하부 구조에 결합해 항균·속건 생리대를 완성할 수 있었다"고 했다.
정 원장을 여기까지 오게 한 건 왁싱의 보편화다. 정 원장은 왁싱에는 장단점이 뚜렷하다고 했다. 그는 "생리 중 피가 털에 묻어 굳으면서 발생하는 악취와 찝찝함을 획기적으로 줄여준다. 세정 시 훨씬 직관적이고 깔끔하게 관리할 수 있다.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활동하는 여성에게 쾌적함을 선물한다"면서도 "털이 사라지면 피부와 속옷이 빈틈없이 밀착돼 내부가 훨씬 쉽게 습해진다. 질 내부 환경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장단점이 뚜렷하지만 왁싱은 이미 하나의 보편적인 라이프 스타일로 자리 잡았다. 환자가 "왁싱해도 괜찮나요?"란 질문을 던질 때마다 그는 이런 생각을 하며 새로운 생리대를 꿈꿨다고 한다.
"내가 산부인과 전문의인데 환자에게 '왁싱하세요' '왁싱 하지 마세요'라고 말하는 게 맞나... 차라리 내가 보완하지 뭐."


































댓글 많은 뉴스
홍준표, 검찰개혁 직격…"경찰 만능시대·범죄자 천국 우려"
민주당 '선관위 독립' 타령, 대수술 골든타임 놓쳤다
가변축 화물차, 내년부터 1년마다 분해점검 받는다
"투표용지 부족할 때 어딨었나?"…6·3 당일, 중앙선관위 비상임위원 전원 출입 기록 없어
李대통령 "여당은 냉철한 균형 감각에 의한 실행에 집중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