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를 외부에서 감시할 독립 감사기구 신설을 두고, 중앙회가 제시한 운영 비용이 정부 추산보다 3배 가까이 부풀려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농협개혁추진단은 1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신설될 '농협감사위원회' 운영 비용을 놓고 중앙회와 벌이고 있는 입장 차이를 공개 비판했다. 중앙회 측은 감사위원회가 신설되면 조합 감사 250명, 지주·자회사 감사 150명, 운영지원 50~100명 등 최대 500명의 인력이 필요해 연간 1천400억~1천500억원이 든다고 주장한다. 반면 추진단은 현재 중앙회 내 조합감사위원회·감사위원회 운영 인력이 232명에 불과하다는 점을 들어, 250명 수준에서 운영하면 500억원 내외면 충분하다고 반박했다.
원승연 추진단 공동단장은 "금융감독원 재직 당시 경험에 비춰봐도 농협 감사 업무는 각 조합의 사업 구조가 유사해 표준화된 방식으로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며 "지금 232명이 일하고 있는데 왜 500명이 필요한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1천500억원이라는 수치는 비용 산정이 부풀려졌거나 기존 감사 조직이 비효율적으로 운영돼 온 결과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농협, 직선제엔 '찬성'·감사위 독립엔 '반대' 고수
중앙회는 최근 조합원 직선제 도입에 대해서는 수용 의사를 밝혔으나, 외부 감사위원회 신설에는 반대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추진단은 이를 두고 "최근 사회 전반에서 요구되는 책임성과 투명성 강화 흐름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정면 비판했다.
원 단장은 "민주화 이후 우리 사회는 각 기관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확대해 왔는데 자율성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책임성과 투명성이 전제돼야 한다"며 "농협에서 이런 기본적인 원칙이 위반되고 사회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감사위원회 독립은 이러한 원칙에 따른 가장 기본적인 제도"라며 물러설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조합 감사권이 중앙회 고유 권한이라는 농협 측 주장에 대해서도 농식품부는 "1995~1999년 농협법에는 중앙회의 조합 감사 권한이 명시돼 있지 않았던 적도 있다"며 "이는 입법정책의 영역"이라고 선을 그었다.
신설될 농협감사위원회는 중앙회에 소속되지 않는 별도의 특수법인으로, 중앙회·지주·자회사·조합 전반을 감사 사각지대 없이 들여다보는 기구다. 당정은 지난 3월 11일 위원 7명에 위원장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안을 발표했으나, '관치' 비판이 제기되자 위원장을 외부위원 중 호선하고 정부 추천 위원을 농식품부 1명으로 줄이는 대안을 검토 중이다.
윤원습 농식품부 농업정책관은 "농협 개혁안의 핵심은 조합원 직선제와 감사위원회 외부화"라며 "여러 비판을 반영해 수용할 수 있는 부분은 수용하되 이 두 가지는 끝까지 관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선거 비용 두 배 격차…"음성 선거비 없애는 효과"
중앙회장 선출 방식은 현행 조합장 1천110명에 의한 간선제에서 187만 조합원(중복 가입 제외) 직선제로 전환된다. 차기 중앙회장 선거부터 직선제를 적용하되, 2031년 3월부터는 동시조합장선거와 회장선거를 함께 치르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차기 중앙회장 임기를 1년 단축해 2028년 3월부터 2031년 3월까지로 맞추는 방안이 부칙 개정으로 추진된다.
선거비용 추산도 격차가 크다. 농협 측은 위탁경비 318억8천만원에 선거운동비 87억4천만원을 더해 약 406억원이 들 것으로 추산했다. 2023년 동시조합장선거 당시 1인당 위탁단가 1만7천원을 적용한 수치다. 반면 농식품부는 위탁경비 170억~190억원, 선거운동비 38억원 등 208억~228억원으로 봤다. 중앙회장 선거는 전국 단위 투개표가 가능한 만큼 1천110개 선거구별로 투개표를 치러야 하는 동시조합장선거 단가보다 낮은 대선 1인당 관리비용 6천800원을 적용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농식품부는 이 단가에 대해 선거관리위원회와 직접 협의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추진단은 간선제에서 음성적으로 투입되던 비용도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경호 추진단 경제사업활성화분과 간사는 "1천110명의 조합장이 투표하는 기존 선거에서는 공식 위탁비용 외에 선거 과정에서 음성적으로 투입되는 돈이 많았고, 그 때문에 부정의 고리가 만들어졌다"며 "직선제로 전환하면 이 음성적 비용이 사라지는 효과가 있어 농협이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선거비용 정부 분담 요구에 대해서는 "농협법상 내부 대표자를 뽑는 선거인 만큼 공직선거처럼 세금으로 부담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앞서 조합·중앙회 회계장부 열람권은 당정 협의 단계에서 조합원 1인 청구만으로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이 논의됐으나, 현재 국회 법안소위에서는 '20인 또는 100분의 3 이상'으로 후퇴하는 방향이 논의 중이다. 현행 기준(100인 또는 100분의 3 이상)보다는 완화됐지만, 고령층이 많고 인적 네트워크가 좁은 농촌 현장에서 20명을 모으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인사추천위원회 구성도 당정이 발표한 정부 추천 위원 확대안에서 농식품부 1명으로 줄이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 추진단은 "공적 감시 역할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고 설명하지만, 농협 측은 관치·낙하산 인사 가능성을 제기하며 반발하고 있다.
"초기 방안보다 전반적으로 후퇴했다"는 지적에 대해 윤 정책관은 "아직 해소되지 않은 쟁점은 법안소위 과정에서 충분히 설명해 합의를 이뤄낼 예정"이라고 답했다.
◆ 2차 개혁안 7~8월 발표 목표…지배구조 '인적 분할'도 거론
2차 개혁안은 조합·조합원 제도, 경제사업 활성화, 농협 지배구조 등 3개 분과에서 각 4~5회 논의가 진행 중이다. 기본 방향은 '농협을 농민의 품으로 돌려준다'는 것으로, 조합원 주권 강화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과 현장 체감형 제도 개선에 방점을 둔다.
지배구조 분과에서는 중앙회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김기태 추진단 지배구조분과 간사는 "현재 물적분할 구조를 유지할지 인적분할로 전환할지 토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적분할 전환은 지주회사 주식을 일선 지역농협 조합원에게 나눠줘 중앙회의 통제에서 벗어나게 하겠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금융지주에서 발생하는 약 2조원 규모의 이익이 무이자 자금으로 배분되는 구조에 대한 가이드라인 법제화도 논의 대상이다.
경제사업 분야에서는 신용사업 여건이 좋은 도시 농협의 수익 일부를 농촌 조합의 경제사업 손실 보전에 활용하는 상생기금 조성, 도시 하나로마트에서 농촌 조합산 농산물 직거래를 확대하는 방안 등이 검토 중이다.
장 간사는 "도시 조합은 수익성이 높은 반면 농촌 조합은 경제사업 기반이 약한 경우가 많다"며 "상생기금 방식으로 격차를 줄이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합원 제도 분과에서는 품목조합 가입 요건을 경제사업 실적 중심으로 현실화하고, 청년농의 경우 출자금 분납 허용 및 이사 참여 기회 확대 등을 검토 중이다.
2차 개혁안은 1차 개혁안의 국회 입법 완료를 전제로 7~8월 발표될 예정이다. 그러나 감사위원회 독립화를 둘러싼 정부와 농협 간 갈등이 해소되지 않아 1차 개혁안 처리 자체가 하반기 국회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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