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재봉쇄 소식이 들려오지만 일단 미국과 이란의 종전(終戰) 양해각서(MOU) 체결 이후 국제유가는 빠르게 안정되고 있다. 국내 원유 도입량의 70%를 차지하는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106달러에서 73달러대로 떨어졌다. 중동발 에너지 위기가 최악을 벗어나고 있으나 체감 현실은 다르다. 주유소 기름값은 2천원 안팎에 머물고, 물가는 좀처럼 내려올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국제유가 상승에는 즉각 반응하지만 하락 반영까지는 2~3주 이상 걸린다. 그런데 정작 문제는 이런 시차(時差)가 아니다. 국제유가 하락에도 해상과 항공 화물 운임은 여전히 비싸서 기업들의 물류비 부담은 줄지 않았다. 건설공사비지수도 상승했고, 아스콘과 아스팔트 제품 가격은 1년 새 30%가량 뛰었다. 유가가 안정돼도 자재 가격과 인건비가 과거 수준으로 돌아가는 경우는 드물다.
지금껏 물가 상승의 원인을 코로나19 팬데믹,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전쟁 등 외부 변수(變數)에서 찾았는데, 외부 충격이 사라진 뒤에도 물가가 높은 수준에 머문다면 원인 분석부터 달라야 한다. 과거 석유와 원자재 가격이 좌우했던 물가는 외식, 물류, 금융, 의료, 교육 등 서비스 비용에 움직인다. 금융·보험 서비스 비용도 통계 작성 이후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게다가 일부 대기업 성과급 잔치가 부동산 시장마저 흔들고 있다.
물가는 유가보다 더디게 움직이고, 한 번 오른 가격은 내려오지 않는다. 전쟁은 끝났지만 고물가는 유령처럼 떠돈다. 이런 현상이 일시적이 아니라 저물가가 당연했던 시대가 마침내 끝나가는 신호일 수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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