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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버리지 ETF 규제 손봤다는데…'핵심 빠진 처방'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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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탁금 3000만원·매매단위 20배로…회전매매엔 '무대책'
"소액 투자자만 막는다"…형평성 논란에 '뒷북' 비판까지
시장 규모 반토막 목표에도 업계 "실효성은 없을 것"

삼성전자·SK하이닉스. 연합뉴스
삼성전자·SK하이닉스. 연합뉴스

정부가 개인투자자 과열 논란을 빚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보완책을 내놨지만, 시장에서는 실효성을 두고 의문이 이어지고 있다. 진입 문턱을 높이는 수준에 그친 데다 과열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된 초단기 회전매매를 직접 억제할 장치는 빠졌기 때문이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6일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에 대한 보완 대책을 발표했다. 지난 5월 27일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우량주를 기초자산으로 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처음 상장된 지 약 한 달 반 만에 나온 조치다.

정부는 우선 기본예탁금을 기존 1000만 원에서 3000만 원으로 상향했다. 기존에는 예탁금 일부를 보유 주식으로 대체 인정받을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3000만 원 전액을 현금으로 상시 보유해야 거래가 가능해지도록 요건을 강화했다.

매매단위도 1주에서 20주로 바꿨다. 소액으로 잦은 매매를 반복하기 어렵게 해 단기 투기적 거래를 일부라도 억제하겠다는 취지다. 사전 교육도 2시간에서 3시간으로 강화하기로 했다.

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신규 상품 상장을 잠정 중단하고, 관련 광고도 전면 제한하기로 했다. 아울러 괴리율(시장가격과 순자산가치의 차이) 관리를 강화해 가격 왜곡 우려에도 대응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조치로 현재 약 12조 원 수준인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시장 규모가 4~5조 원대로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다. 다만 상장폐지는 검토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상품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시장 과열이 문제라는 것이다.

그러나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번 대책이 시장 구조를 바꿀 정도의 효과를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가장 큰 이유는 과열을 유발하는 거래 행태 자체에는 직접 손을 대지 않았기 때문이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하루에도 수차례 사고파는 초단기 매매 비중이 높은 상품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관련 상품에는 하루 거래대금이 수조 원씩 몰릴 정도로 투기성 거래가 이어졌지만, 이번 대책에는 하루 거래 횟수를 제한하거나 과열 시 거래를 일시 중단하는 등 직접적인 거래 안정화 장치는 포함되지 않았다.

실제 지난 코스피 급락 국면에서는 관련 레버리지 ETF가 평균 25% 안팎 급락하며 투자자 피해 우려가 현실화하기도 했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예탁금을 3000만 원으로 높여도 그만한 자산을 보유한 투자자는 매매단위만 조정해 그대로 거래할 수 있다"라며 "실제 회전매매를 주도하는 투자층 상당수는 계속 거래할 가능성이 높아 시장의 거래 양상이 근본적으로 달라질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시장 규모를 절반 이하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지만 실제로는 신규 진입자 일부만 걸러내는 효과에 그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투자자 사이에서는 사실상 '부자 우대' 정책이라는 불만도 나온다. 예탁금 상향은 소액 투자자의 진입만 어렵게 할 뿐, 3000만 원 이상 현금을 마련할 수 있는 투자자는 동일한 상품에 계속 투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험성을 이유로 규제하면서도 자산 규모에 따라 사실상 투자 가능 여부가 갈리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정책 대응 시점이 늦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금융감독원은 상품 출시 직후부터 투자 쏠림과 변동성 확대 가능성을 인지하고 지난 6월부터 투자자 보호 방안을 검토해 왔지만, 실제 보완책이 나오기까지는 상장 후 약 50일이 걸렸다.

그 사이 삼성전자·SK하이닉스 관련 레버리지 ETF에는 대규모 자금이 유입됐고 거래가 급증하는 등 과열 양상이 이어졌다. 투자 열기가 최고조에 달한 이후 뒤늦게 대응에 나선 만큼 초기 과열을 막기에는 시기를 놓쳤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 일각에서는 투자자 보호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과도한 규제가 해외 상품으로의 자금 이탈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또 다른 운용업계 관계자는 "국내 상품만 규제를 강화하면 투자자들이 미국 등 해외 레버리지 ETF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라며 "투자자 보호와 시장 경쟁력 사이의 균형을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조치만으로 과열이 단기간에 진정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시각이 우세하다"라며 "예탁금 상향과 매매단위 조정만으로는 초단기 투기성 거래를 근본적으로 억제하기 어렵고, 변동성을 실질적으로 줄이려면 회전율 제한이나 운용배수 완화, 거래 일시중단 장치 등 보다 직접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는 이번 대책이 끝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금융당국은 시장 과열이 문제이지 상품 자체는 정상이라는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추가 모니터링과 투자자 교육·거래 자격 강화 등 후속 대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전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어떻게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느냐에 대해선 추가로 당국과 자산운용사, 증권사가 논의해야 할 것 같다"라며 "이 상품이 특정 시기와 시간 시장에 주는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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