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세까지 살아도 70년을 병상에서 보낸다면, 그건 축복이 아닙니다"
지난 13일 대구 방촌든든한정형외과 진료실에서 만난 박지은 대표원장은 이렇게 잘라 말했다. 60세에 정년을 맞아도 그 뒤로 90년이 남는다. 그 90년을 어떤 몸으로 버티느냐, 이것이 그의 문제의식이다.
박 원장은 연간 4만여 명의 60세 이상 노인 환자를 진료해온 정형외과 전문의다. 서울대병원 정형외과 외래교수와 임상자문의를 지냈다. 노년의 몸을 가장 가까이서 들여다본 그에게 물었다.
- 인간이 정말 150세까지 살 수 있나?
▶ 이론상 가능하다. 15년 전과 비교해 평균 수명이 5~10년 늘었다. 지금 70대 중반은 젊은 축에 든다. 기대수명 연장과 의료기술 발달로 장수 인구는 계속 급증할 것이다.
- 기술은 어디까지 왔나?
▶ 세포를 젊게 되돌리는 실험이 사람에게 시작됐다. 10년 전엔 상상이던 게 지금은 임상이다. 속도가 놀랍다. 다만 아직 초기 단계다. 안전성 검증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 가장 큰 걸림돌은 무엇인가?
▶ 암이다. 세포를 되돌리는 힘은 세포를 폭주시키는 힘과 종이 한 장 차이다. 브레이크 없이 액셀만 밟으면 사고가 난다. 그 경계를 찾는 게 관건이다.
- 비용은 어떤가?
▶ 비용도 벽이다. 유전자치료는 한 번에 수억 원이 들 수 있다. 자칫 '부자만 오래 사는 시대'가 될 수 있다.
-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오해는 무엇인가?
▶ '오래 사는 것'과 '건강하게 사는 것'을 혼동한다. 목표는 수명이 아니라 건강수명이어야 한다. 젊게, 오래. 그게 핵심이다.
- 누워 지내는 시간이 왜 그렇게 위험한가?
▶ 와상으로 병상에 누워 지내면 근감소가 빠르게 진행된다. 근손실이 오면 몸의 움직임이 줄고, 이로 인해 위장과 내장 기능이 떨어지고, 사망 위험이 치솟는다. 오래 사는 것 자체는 목표가 될 수 없다. 즉 수명(lifespan)이 아니라 건강수명(healthspan)이다.
- 나이 드는 몸의 변화는 어떻게 봐야 하나?
▶ 노화를 그저 받아들일 자연현상이 아니라, 관리할 '건강 신호'로 봐야 한다. 눈이 침침하고 다리에 힘이 빠지는 변화를 나이 탓으로만 넘기면 치료와 관리 시기를 놓친다. 과거엔 늙는 것을 순리로 봤지만, 지금은 노화에 원인이 있고 손댈 수 있는 생물학적 과정으로 본다. '노화는 질병'이라는 발상의 전환이다.
- 왜 나이가 들면 기력이 떨어지고 피부 탄력이 주나?
▶ 주민등록상 나이와 몸의 나이는 다르다. 노화의 핵심 열쇠가 텔로미어(telomere)다. 흔히 운동화 끈 끝의 플라스틱 캡에 비유된다. 끈이 풀리지 않도록 잡아주는 캡처럼 텔로미어는 유전 정보가 담긴 염색체가 손상되지 않도록 보호한다.
- 그 캡이 닳으면 어떻게 되나?
▶ 백혈구 텔로미어는 보통 염기쌍 7,000~1만1,600개를 갖는데 5,000개로 줄면 알츠하이머·심혈관질환·암 등 사망 위험이 커진다. 흥미롭게도 100세를 넘긴 일부 장수인은 오히려 텔로미어가 길어진다.
- 회복력은 나이에 따라 얼마나 떨어지나?
▶ 시간표가 뚜렷하다. 뼈가 부러져 완치될 때까지 어린이는 2~4주, 성인은 4~6주, 중장년층은 6~8주가 걸린다. 건강한 40세는 병에서 낫는 데 2주, 80세는 6주가 걸린다. 그리고 120~150세엔 회복력이 사실상 '0'이 된다. 이 벽을 넘어서는 것이 곧 150세의 관문이다.
-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무엇인가?
▶ 답은 소박하다. 잘 움직이고, 잘 자고, 덜 먹고, 사람과의 관계를 지키는 것이다. 어떤 신약도 이 기본을 못 이긴다. 첨단 기술은 그 위에 얹는 것이다. 활성산소와 만성염증을 일으키는 탄수화물·당 섭취 같은 생활 습관부터 끊어야 한다.
- 특별히 챙겨야 할 부위가 있나?
▶ 하체 근육이 건강수명의 출발점이다. 걷고 서고 균형 잡는 힘이 유지돼야 노년에도 스스로 생활한다. 한 발 서기 같은 간단한 동작으로 몸 상태를 자주 점검하라.
- 식습관은 어떻게 해야 하나?
▶ 혈당 관리가 핵심이다. 회식·음주가 잦은 중장년일수록 단백질을 먼저 먹고 식사 순서를 조절하라. 작은 습관이 혈당 급등과 근육 손실을 늦춘다. 고혈압·당뇨·고지혈증도 나이 탓이 아니라 관리할 질환이다.
※ 박지은 원장의 건강수명 늘리기 5원칙
① 움직여라 - 규칙적 운동이 가장 강력한 항노화제다. 근육이 줄면 노화가 빨라진다.
② 덜 먹어라 - 소식과 절제. 과식은 노화의 스위치를 켠다.
③ 잘 자라 - 수면 중 몸은 손상을 복구한다. 잠이 곧 회복이다.
④ 사람과의 관계를 지켜라 - 외로움은 병이다. 이웃과 웃는 노인이 오래 산다.
⑤ 덜 태우고 덜 마셔라 - 흡연·과음은 세포를 늙힌다. 끊는 것이 가장 확실한 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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