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재(36) 씨는 경북 의성군에서 콩고물영농조합법인을 세워 '상생 농업·농촌'을 그려가는 청년농업인이다. 법인 소속 청년 8명과 함께 고령의 농업인들을 위해 영농 대행부터 수매까지 지원하고 있다. 그렇다고 '젊으니까 무조건 도와주자' 하는 차원은 아니다. 청년농업인들도 잘 되고 지역 농가들도 동반 발전하자는 것이 모토다.
◆농부의 딸, 고향으로 돌아와
3년 차 농부인 강민재 씨는 현재 백태와 서리태 등 콩 농사(6만6천116㎡)와 사과 농사(4천959㎡)를 짓고 있다. 학창시절 운동선수였고 성인이 돼선 생산직 회사를 6년 정도 다녔다. 이후 고향인 의성으로 돌아와 의성군체육회에서 생활체육 및 장애인생활체육 지도자 생활을 했다.
그런데 학창시절부터 머리 쓰는 일보다 몸 쓰는 일을 더 많이 한 탓인지 서류에 쌓여 아이디어를 내고 자리에 앉아 있어야 하는 일이 적성에 맞지 않았다. 그래서 농업으로 눈을 돌렸다. 태어나고 자란 점곡면에서 40여년 농업에 몸담아온 부모님과 함께 한다면 뭐든 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이를 키우면서 좋은 먹거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체감했기에 직접 농사를 짓고 싶은 마음도 컸다.
막상 이런 결정을 가족들에게 알렸을 때 모두가 반대했다. 특히 어머니는 안 된다고 따라다니며 말렸고 구박 아닌 구박까지 했다. 세 명의 언니들과 오빠도 "엄마아빠가 그렇게 고생한 걸 보고서도 농사를 지으려고 하냐"며 미쳤다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대농이라고 부르며 인정도 해주고 응원의 말도 아끼지 않는다.
◆지역과 상생하며 농업 기반 구축
점곡면은 인구가 1천300여명에 불과한데다 대다수가 고령의 농업인들이다. 농사라는 게 어느 것 하나 손이 안 가는 것이 없는 법인데 고령의 어르신들이 이를 감당하기엔 많은 어려움이 있다. 파종 때면 로타리 작업을 할 기계가 없어 이웃 농업인들에게 부탁하러 다니기 바쁘고, 드론을 사용할 줄 모르니 손수 하나하나 풀을 메고 제초제를 치며 약 줄을 당겨 방제한다.
이런 모습을 무수히 목격한 그는 어르신들을 도와 할 수 있는 게 무얼까 고민하다 2024년 12월 지역의 다른 청년농업인들과 함께 콩고물영농조합법인을 만들었다. 지역과 함께 상생하는 방법을 찾아보고자 시작한 일이다. 법인 대표는 강민재 씨가 맡았고 조합원은 그를 포함 여성 3명, 남성 5명으로 구성됐다. 현재 법인이 대행하고 있는 일은 로타리 작업, 파종, 드론 방제, 수확 후 선별작업, 판매까지 농업 전 과정을 아우른다.
그렇다고 단순 봉사 차원은 아니다. 각종 대행에 따른 부대수익을 거두고 있고, 지역 농가와의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오랜 영농 경험에서 축적된 재배기술 및 현장 노하우도 배우고 있다. 그러니 상생이다. 청년들과 고령 농업인들이 서로 도와가며 동반 성장해나가는 것이다.
법인은 올 1월 경북농업기술원과 의성군농업기술센터의 '청년농업인 지역상생 협동모델 구축사업'에도 선정됐다. 이를 통해 창고와 선별기계를 갖출 수 있게 됐다. 이전에는 수확한 콩의 선별작업을 위해 농기계임대사업소를 이용했었다. 문제는 대행 물량이 많아지면서 과부하가 걸렸던 것인데 이제는 차질 없이 처리할 수 있게 됐다.
◆지역 상생의 원칙 아래 생산·가공
강민재 씨는 농사를 지으면서 소득이 이전보다 4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 기준 농업소득은 6천만원이고, 농업 외 소득도 2천만원 정도 된다. 농업 외 소득은 지역에서 젊은층이 담당하는 일(주민자치회, 시설 운영, 풀베기 사업 등)에서 주로 발생하고, 단발성으로 외부 강의(전공 관련)와 체험 활동 등에 뒤따르는 수입도 간혹 있다. 농사 전 직업의 소득은 연간 2천800만원 정도로 일반 직장인의 최저임금 수준이었다.
향후에는 개인 차원 보다는 영농조합법인을 통한 소득 증대를 모색하고 있다. 콩 재배를 위한 공동영농 농지를 49만5천868㎡까지 늘려갈 예정이고, 생산 뿐 아니라 가공품도 개발할 계획이다. 가공품은 지역 상생에 걸맞게 지역에 있는 가공장(방앗간 규모)을 활용해 선식, 두부 등을 시작으로 콩고물영농조합만의 이야기가 담긴 상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해나갈 생각이다.
단기적으로는 3년 안에 생산량 70톤(t)을 목표로 하고 있고, 5년 후에는 생산량 100톤과 조합원 30명이 목표다. 그는 "지역의 콩 생산농가와 협업해 대기업과 우리 콩을 활용한 제품을 개발하고 싶다"며 "생산도 가공도 늘 지역 상생을 염두에 두고 추진한다는 게 우리 법인의 원칙"이라고 했다.
◆몸은 고달파도 보람 있어
그에게 1년 중 가장 바쁜 시기(농번기)는 봄, 여름, 가을이고 가장 여유로운 시기(농한기)는 1~2월이다. 하루 일과도 이에 따라 달라지는데, 농번기에는 새벽 4시에 일어나 아이들 아침식사 준비 등을 해두고 밭으로 나간다. 일을 하다 오전 7시 30분에는 집에 돌아가야 한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기 위해서다. 이후 또다시 밭으로 향한다.
콩밭이나 과수원에서 일을 하다 보면 사무장을 맡고 있는 점곡체육문화센터 회원들에게 문의 전화가 오기도 해 때때로 센터에 가서 일 처리를 해줘야 할 상황도 생긴다. 주민자치회 일도 맡고 있어 점곡면사무소에는 이장들보다 더 자주 가는 것 같고, 학부모회 일로 학교에도 종종 방문한다. 이 밖에도 거주하고 있는 서변1리 마을사업에 참여할 일도 있고 농업기술센터 교육도 들어야 한다. 이와 대조적으로 농한기 하루 일과는 비교적 여유롭다. 아이들 케어하고 면사무소 및 체육문화센터 업무 정도만 보면 된다.
그는 사실 농사를 시작하던 해(2023년)에 이혼을 해 현재 편모가정으로 아들 둘을 키우고 있다. 농업도, 가정도 모두 혼자 맡아 하다 보니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하지만 곡물이 익어가고 아이들 커나가는 것을 볼 때면 그렇게 흐뭇할 수가 없다. 사실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 아이들 학습 지도는 물론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 등 모든 면에서 소홀한 점이 많다. 그런데도 이제는 두 아이 다 초등학생이 돼 바쁜 엄마를 이해해줄 줄 안다. 사실 둘째는 작년만 해도 새벽에 조용히 밭에 나가려고 하면 가지말라며 떼를 쓰곤 했다. 그래서 한번은 콩밭에 데리고 나가 풀 치우는 일을 시켰더니 몇 번 장화 신고 뒤뚱뒤뚱 거리며 밖에 버리고 오더니 얼마 안 돼 "집에 가서 형이랑 있겠다"고 했다. 그게 귀엽기도 하고 한편으로 미안하기도 해 얼른 집에 데려다 줬던 기억이 있다.
그랬던 어린 아들이 지금은 콩밭을 지나갈 때 마다 "엄마! 콩 진짜 많이 컸어. 나도 식물은 잘 키울 수 있을 것 같다"고 한다. 농업의 소중함을 조금씩 알아가는 것 같아 참 대견스럽다.
◆지역과 청년의 상생 구조가 핵심
그에게 농촌과 농업은 희망이다. 다음 세대 또 그 다음 세대에도 농업은 사라질 수 없는 유일한 것이라 생각한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아무리 외국에서 농식품을 싸고 맛있게 만들어내도 국산, 토종, 신토불이를 선호한다. 이런 특성 때문에 농업으로 고소득을 올릴 수 있고 미래가 있지만, 문제는 농업에 종사하는 인구가 점점 줄어든다는 점이다. 대안은 청년이 돌아오는 농촌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지역과 귀농한 청년들이 상생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를 위해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할 급선무로는 '귀농 청년들의 안정적인 일자리 보장 정책'을 꼽았다. 지역과 상생하는 농업법인 등이 멘토가 돼 청년들이 지역민들과 유대관계를 쌓을 수 있도록 공동영농 참여 기회를 주자는 것이다.
아울러 '농지 관리 위탁제' 시행도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농지를 구하는 것은 귀농 단계에서 청년들이 가장 어려움에 봉착하는 부분인데, 기존 농업인들이 가지고 있는 농지를 몇 년 이상 청년 귀농인들에 위탁계약하면 농업인 자격은 유지하게 해주되 추가 지원을 해주는 방식이다. 더불어 기존 농가들도 부담스러워하는 '기계 지원 사업'을 확대 추진해야 청년들의 귀농을 촉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존 농업인들의 어려움은 귀농 청년들이 도와주고 농업인들은 청년들이 자리잡을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상생 구조가 만들어질 때, 농업·농촌은 진정한 희망의 공간이 될 수 있다"며 "청년들도 도시에서 아무리 애써도 나아지지 않는 삶을 살고 있다면 주저 말고 농촌으로 와 희망 찬 미래를 그려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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