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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질어질' 코스피에 투자자예탁금 감소…"증시 이탈 아닌 실탄 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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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이란 충돌·금리 인상에 대기자금 전월比 22.6% 감소
증시 이탈 우려에도 개인 순매수 지속…"저가 매수 영향"
증권가 "실탄 고갈 아닌 배치…수급 붕괴로 보기 일러"

2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2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의 군사 충돌 재개와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투자자예탁금이 빠르게 줄고 있다. 일각에선 투자자들이 증시를 떠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지만, 증권가에서는 개인투자자들이 하락장에서 적극적으로 저가 매수에 나선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2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108조819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달 초와 비교했을 때 약 22.6% 줄어든 규모로, 미국과 이란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며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됐던 지난 4월 초와 비슷한 수준이다.

투자자예탁금은 주식 투자에 활용하기 위해 증권계좌에 맡겨둔 대기성 자금이다. 일반적으로 예탁금이 줄면 추가 매수 여력이 약해졌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여기에 기준금리 인상으로 예금 금리가 오르면서 일부 자금이 안전자산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극심한 변동성이 이어지면서 개인투자자들이 증시를 떠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최근 코스피는 하루 만에 10% 넘게 급락한 뒤 이틀 만에 6% 이상 반등하고, 다음 거래일 다시 7% 가까이 하락하는 등 롤러코스터 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단기간 급등락이 반복되면서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됐다는 평가다.

투자자예탁금 감소세도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은행이 올해 하반기 들어 3년 6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한 데 이어 추가 인상 가능성까지 시사하면서 예적금 등 금리형 상품의 매력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부 대기성 자금이 증시를 떠나 안전자산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예탁금 감소만으로 개인투자자의 증시 이탈이나 수급 약화를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의견이 나온다.

예탁금 감소는 추가 매수 여력 축소를 의미할 수 있지만, 지난 6월 말 이후 하락장에서도 개인의 개별 종목과 국내 주식형 상장지수펀드(ETF) 순매수가 이어졌다는 점에서 대기자금이 실제 매수에 투입된 결과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즉, 투자심리 위축에 따른 증시 이탈이라기보다 조정장을 활용한 저가 매수 과정에서 예탁금이 소진됐다는 설명이다.

실제 현대차증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는 지난달 22일 이후 하락장에서 국내 개별 종목을 약 27조 원, 국내 주식형 ETF를 약 8조8000억 원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투자자예탁금은 약 21조 원 감소했다. 예탁금이 줄어든 만큼 실제 주식과 ETF 매수에 자금이 투입됐다는 의미다.

특히 이번 강세장에서는 과거 '동학개미운동'과 달리 국내 주식형 ETF로의 자금 유입이 두드러졌다는 점도 특징으로 꼽힌다. 지난 5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출시 이후에는 개인 자금이 관련 상품으로 집중되며 조정장에서 적극적인 저가 매수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김재승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특히 이번 강세장에서는 과거 동학개미운동과 달리 국내 주식형 ETF로의 자금 유입이 두드러졌다는 점이 특징으로 꼽힌다"라며 "지난 5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출시 이후에는 개인 자금이 관련 상품으로 집중되며 조정장에서 적극적인 저가 매수에 나섰다"라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또한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확대된 상황에서 국내 증시 하락 시 고객 예탁금이 감소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코스피 7000~8500선 사이에서 개인 투자자의 매수세가 집중됐다는 점에서 투자 여력 감소보다는 향후 반등시 매도 출회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신영증권도 투자자예탁금 감소를 개인 수급 약화로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신영증권은 지난해 11월 이후 개인투자자의 실제 증시 유입 자금이 약 112조 원으로 추산했다. 이는 같은 기간 투자자예탁금 잔고 증가액(33조4000억 원)의 3배가 넘는 규모다. 예탁금 잔고만으로는 실제 개인 투자자금의 유입 규모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분석이다.

이상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투자자예탁금은 본래 주가지수와 함께 움직이는 지표"라며 "실질적인 자금 유출입을 반영한 기준으로는 아직 순유입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이어 "오히려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신용융자와 미수거래 등 레버리지 자금"이라며 "조달 비용이 커질 경우 매수세가 둔화하거나 반대매매가 발생해 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는 만큼 관련 지표를 지속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라고 진단했다.

과거 사례를 봐도 급락 국면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곧바로 시장을 떠난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신영증권이 지난 2000년 이후 코스피가 하루 5% 이상 하락한 48차례를 분석한 결과, 급락 이후 1주일 평균 수익률은 3.6%, 3개월 평균 수익률은 13.2%를 기록했다. 6개월 뒤에도 부진했던 사례 대부분은 IT 버블 붕괴나 글로벌 금융위기 등 시스템 리스크가 발생했던 시기에 집중됐다.

이 연구원은 "현재 조정을 금융시스템 위기나 버블 붕괴의 시작으로 보기 어려운 만큼 급락장에서 공포에 따른 과도한 매도는 경계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현재 시장 역시 펀더멘털 훼손보다는 지정학적 리스크와 통화정책, 외국인 수급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인 만큼 개인 수급이 아직 무너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즉 예탁금 감소를 개인 투자자의 증시 이탈이 아니라 대기자금이 실제 투자로 옮겨간 결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김재승 연구원은 "고객 예탁금 감소는 결과일 뿐 원인이 아니다"라며 "실탄이 고갈됐다기보다 실제 주식 매수에 배치된 것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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