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관리비와 장기수선충당금(장충금)을 둘러싼 갈등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지자체 행정감사는 물론 형사 고소, 소송 등 극단(極端)으로 치닫는 사례도 많다. 주민들이 맡긴 '공동의 재산'이 새고 있는데도 이를 막을 제도는 허술하기 그지없다.
최근 대구에서는 아파트 관리업체가 퇴직급여충당금과 연차수당, 4대 보험료 등을 선지급받고도 미사용 금액을 정산(精算)하지 않거나 각종 비용을 부풀려 관리비를 빼돌린 사례가 잇따랐다. 법원 판결을 통해 수천만원을 돌려받은 아파트도 있지만, 이는 '빙산의 일각'일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서는 1천 가구 규모 아파트에서 연간 1억원 안팎의 미정산 금액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장충금 갈등은 더 심각하다. 수억~수십억원 규모의 공사에서 입찰 절차와 사업자 선정, 공사비 적정성(適正性)을 둘러싼 분쟁이 끊이지 않는다. 주민 동의 절차를 제대로 거쳤는지, 특정 업체에 유리한 입찰 조건을 만들지는 않았는지 등을 놓고 입주민과 입주자대표회의가 법정 공방(攻防)까지 벌이는 사례가 잇따른다. 최근 5년간 대구시 공동주택 감사 결과에 따르면 54개 단지에서 1천241건의 지적 사항이 나오기도 했다.
관리비 분쟁(紛爭)이 끊이지 않는 것은 허술한 제도 탓이다. 현행 공동주택관리규약은 관리비 정산을 사실상 권고하는 수준에 그친다. 관리업체가 미사용 관리비를 제때 반환하지 않아도 입주민이 직접 자료를 확보해 소송하지 않으면 돌려받기 어렵다. 장충금 집행도 단지별 관리규약에 크게 의존하다 보니 절차와 기준이 제각각이다. 공사 규모가 커질수록 이해관계가 얽히고 분쟁이 반복되는 이유다.
정부 차원의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 일정 금액 이상의 공사는 주민 전자투표를 통한 의결(議決)과 외부 전문 기관의 적정성 검증을 의무화하고, 장충금과 관리비 정산 내역은 표준화된 방식으로 공개하도록 해야 한다. 관리비 횡령과 부실 집행은 주민의 재산을 침해하는 범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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