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관문이자 국가의 첫인상을 결정짓는 인천국제공항이 장기체류 노숙자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 한 방송 보도를 통해 드러난 현장은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공항의 명성이 무색할 지경이다. 미관과 위생 저해, 미화 근로자의 고충, 관리 당국의 안일함이 복합적으로 얽힌 총체적 난국을 보여준다. 공항 내 공용 공간은 이미 일부 노숙자들의 개인 생활터로 전락했다. 여행객용 의자와 공용 TV 주변에 살림을 차리고, 전력 콘센트를 독점하는 일은 일상이 되었다. 장애인 화장실을 무단 점유해 샤워와 빨래를 하며 바닥을 물바다로 만드는가 하면, 대소변으로 오염된 옷을 입은 채 대기 의자에 앉아 이용객들의 위생과 건강을 위협한다.
지나가는 여행객에게 담배를 요구하거나 욕설을 내뱉고, 공용 개수대에 입을 대고 물을 마시는 등 불쾌감과 공포를 안기는 민폐 행위도 서슴지 않는다. 더욱 심각한 것은 미화 근로자들에게 전가되는 감정 노동과 상처이다. 미화원들은 공항 이용객이 아닌 노숙인을 위해 청소하는 기분이라며 극심한 피로감과 회의감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정당하게 지적을 해도 돌아오는 것은 월급을 받으며 일하면서 왜 참견이냐거나, 자신들이 공항을 이용해 주기 때문에 월급을 받는 것이 아니냐는 식의 적반하장식 언어폭력뿐이라고 털어놓았다.
이런 상황에서 공항 당국의 대응은 안일함과 책임 회피에 급급하다. 장기체류 노숙인에 대한 기초적인 현황 파악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법적 한계를 들먹이며 관리 책임을 변명하기에 바쁘다. 한편, 일각에서는 노숙인의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이유로 이들을 무조건적으로 옹호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모습을 보며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인권이라는 개념이 얼마나 왜곡되어 해석되어 왔는지 되짚어보지 않을 수 없다.
'인권(human rights)'의 철학적 뿌리는 고대 스토아철학에서 출발해 근대에 꽃피운 자연법 사상과 로크의 천부인권론에 있다. 전자는 국가나 법 제정 이전부터 존재해 온 인간의 자연적 권리를 강조하는 사상이며, 후자는 모든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생명과 자유, 재산권을 지닌다는 내용이다. 역사적으로 인권은 절대 권력의 폭정에 맞서 권리를 획득하는 과정에서 체계화되었으며, 마그나 카르타(대헌장), 권리장전, 미국 독립선언서 등은 이 천부인권 사상을 명문화한 대표적 문서들이다. 인권의 근본적인 핵심은 누구에게나 예외 없이 적용되는 보편성과 무차별성이다. 의도적이든 무지에서 비롯되었든, 인권을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만을 위한 개념으로 한정해 해석해서는 안 된다. 인권의 출발점이자 존재 이유는 인간이라는 조건 하나만으로 동등한 존엄을 가진다는 원칙에 있는 것이다. 인권이 약자나 소수자의 권익을 대변하는 개념으로 쓰이는 이유는 그들에게 특혜를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모두에게 평등하게 적용되어야 할 보편적 권리가 그들에게서 침해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인권이 말하는 약자 보호란 침해된 권리를 원래의 보편적 수준으로 회복시키는 일이다.
따라서 노숙인의 처지를 배려한다는 명목으로 다른 근로자의 인권과 시민의 권리가 일방적으로 희생되어서는 안 된다. 한 사람의 권리가 타인의 권리를 침해할 때, 그 권리는 제한되는 것이 마땅하다. 내 인권이 중요하듯 타인의 인권도 똑같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권리를 주장하는 과정에서 타인에게 피해를 주거나 타인의 존엄을 짓밟을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특히 사회적 약자라는 지위가 타인에 대한 가해를 정당화하는 면죄부가 될 수 없다. 약자를 배려하고 보호하는 것은 사회적 책무이지만, 그 배려가 타인을 향한 언어폭력이나 위협, 부당한 대우까지 용인한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노숙인의 인권이 타인의 안전과 위생을 침해하고 현장 근로자의 인권을 해치는 행위까지 정당화할 수는 없다.
인천국제공항은 더 이상 법적 권한 부재라는 핑계 뒤에 숨어 방관해서는 안 된다. 정부와 관련 기관과의 적극적인 연계를 통해 노숙인 자립과 지원 체계를 구축하는 한편, 공항 내 질서 유지와 이용객과 근로자 보호를 위한 실질적인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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