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 아이들은 그 어느 때보다 많은 텍스트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스마트폰 화면 위로 무수한 글자들이 쏟아지고, 짧은 영상과 이미지가 쉼 없이 흘러갑니다. 그런데 정작 책 한 권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아이는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읽는 척은 하지만 읽지 못하는 것, 보이지만 이해하지 못하는 것, 이것이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문해력의 위기입니다. 문해력은 세상을 이해하고 자신의 생각을 가다듬고 타인과 깊이 연결되는 힘입니다. 읽는 삶을 가꾸는 것이 결국 삶 자체를 가꾸는 일이 됨을 알려주는 두 권의 책을 소개합니다.
◆ 읽지 않는 아이는 무엇을 잃게 되는가
'문해력 격차'(김지원·민정홍 지음)는 읽기 교육 전문가인 두 저자가 오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쓴 책입니다. 제목 아래 붙은 부제, '읽지 않는 아이는 어떻게 읽지 못하는 어른이 되는가'는 단지 아이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어린 시절 읽기의 경험이 평생의 사고력과 삶의 질을 어떻게 결정하는지를 보여주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입니다.
저자들은 문해력이 단순히 독해 점수나 어휘량의 문제가 아님을 강조합니다. 제대로 읽는 경험이 쌓이지 않으면 아이는 정보를 습득할 수는 있어도 그것을 연결하고 해석하고 자신의 언어로 표현하는 능력을 기르기 어렵습니다. 문해력의 격차는 학습 격차로 이어지고, 그 격차는 성인이 된 이후에도 좀처럼 좁혀지지 않습니다. 더 안타까운 것은, 이 격차가 단순히 공부 잘하는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의 차이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복잡한 세상을 읽어내는 힘, 상대방의 말을 온전히 이해하는 힘, 자신의 생각을 설득력 있게 펼치는 힘 모두가 읽기의 경험 위에 쌓이기 때문입니다. 책은 문해력 격차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리고 가정에서 어떤 방식으로 읽기 환경을 만들어 줄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안내합니다.
저자들은 EBS 다큐멘터리 PD 출신으로, 7년간의 현장 취재와 국내외 연구를 바탕으로 책을 썼습니다. 문해력 학원과 교재가 넘쳐나는데도 읽고 쓰기 어려워하는 아이들은 오히려 늘고 있다는 역설을 냉정하게 짚으면서, 문해력 저하가 개인의 의지 문제가 아니라 환경과 사회 구조의 문제임을 설득력 있게 보여줍니다. 초등 1학년 교실에 만 3세 수준과 만 8세 수준의 문해력을 가진 아이가 함께 앉아 있다는 현실, 그리고 이 격차가 어떻게 벌어지고 좁혀지지 않는지를 다루는 이 책은,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문해력에 대한 상식을 조용히 흔들어 놓습니다.
◆ AI 시대, 읽기를 선택한다는 것
'읽기의 위기'(크리스토프 엥게만 지음)는 독일의 미디어 이론가인 저자가 AI 시대에 읽기라는 행위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근본적으로 묻는 책입니다. 저자는 이토록 읽을거리가 풍성하고 문해율이 높은 시대는 없었지만, 정작 직접 책을 읽는 사람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는 역설을 날카롭게 짚습니다. 팟캐스트와 유튜브, 요약 서비스와 AI 챗봇이 읽기를 대신하는 세계에서 우리는 과연 무엇을 잃고 있는 것일까요?
저자는 읽기가 단순히 정보를 입수하는 행위가 아니라 생각을 형성하고 자아를 구성하는 과정임을 강조합니다. 스스로 문장을 따라가며 사유하고, 낯선 표현 앞에서 멈추고, 저자와 조용히 대화하는 그 느린 경험이 사라질 때 우리가 잃는 것은 정보가 아니라 깊이 생각하는 능력 그 자체라는 것이지요. AI가 빠르고 정확하게 요약해 주는 시대일수록, 오히려 직접 읽고 스스로 사유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의 거리는 더욱 벌어집니다. 읽기는 느리지만 그 느림이 사람을 단단하게 만드는 법이니까요.
이 책은 읽기의 미래를 걱정하면서도 읽기의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아이에게 스스로 읽게 하는 것, 요약이 아닌 원문을 함께 읽는 것, 읽은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 이 작은 실천들이 AI 시대를 살아갈 아이에게 어떤 힘이 되는지를 이 책은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말해줍니다.
저자는 우리가 읽기를 그만둔 것이 아니라 '읽는 방식' 자체가 근본적으로 달라졌다고 진단하며, AI와 유튜브·팟캐스트가 만들어낸 새로운 구술 문화 속에서 인간이 스스로 읽는 능력을 조금씩 다른 것에 위임하고 있음을 날카롭게 분석합니다. 근대 이전 라틴어를 읽을 수 있는 소수에게만 지식이 집중됐던 것처럼, 앞으로는 스스로 읽고 사유하는 능력이 새로운 특권이 될 수 있다는 저자의 경고는 우리가 꼭 되짚어 보아야 할 지점입니다.
대구시교육청 학부모독서문화지원교사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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