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식시장이 하루가 멀다 하고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면서 투자자들의 불신이 커지고 있다. 기업의 실적과 성장 가능성을 따지는 투자시장이라기보다 당장의 주가 방향을 맞히는 투기판에 가까워졌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시장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는 고위험 상품의 문부터 열어준 뒤, 과열이 현실화하자 뒤늦게 규제 강화에 나섰다.
◆비정상적인 주가흐름
지난달 31일 코스피는 사흘간의 급락을 딛고 17.91% 급등한 6,595.45에 마감했다. 하루 상승폭은 1,001.89포인트(p)로, 상승률과 상승폭 모두 역대 최대 기록이다. 미국 반도체주 투자심리 회복과 낙폭 과대에 따른 반발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장중 한때 18% 넘게 치솟았고, 장중 변동폭도 처음으로 1,000p를 넘어섰다.
자본시장 싱크탱크인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코스피 일간 수익률 변동성은 3.6%로, 지난해 1.4%의 두 배를 넘어섰다. 지난 3월과 6월 변동성은 각각 4.8%, 4.7%로 코로나19 충격으로 증시가 급락했던 2020년 3월의 4.2%보다도 높았다.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한국 증시의 이상 징후는 더욱 뚜렷하다. 세계 36개 주요국 증시의 평균 변동성은 지난해 1.1%에서 올해 1.2%로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
최근 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는 요인으로는 지난 5월 27일 출시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지목된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기초주식의 하루 수익률 두 배를 추종하기 위해 주가가 오르면 주식을 추가로 사고, 내리면 다시 팔아야 한다. 상승장에서 매수를, 하락장에서 매도를 늘리는 거래가 반복되면서 이미 형성된 가격 방향을 더욱 증폭할 가능성이 있다. 시장의 변동성이 상품 규모를 키우고, 커진 상품이 다시 시장의 변동성을 높이는 악순환이 만들어질 수 있는 셈이다.
개인투자자가 감당해야 할 위험도 단순히 손익이 두 배로 움직이는 데 그치지 않는다. 레버리지 ETF는 상승과 하락이 반복될수록 손실이 누적되는 이른바 '음의 복리효과'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기초주식이 하루 10% 오른 뒤 다음 날 9.1% 내리면 주가는 거의 원래 수준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2배 레버리지 상품은 첫날 20% 오른 뒤 다음 날 약 18.2% 하락해 원금보다 약 1.8% 낮아진다. 주가는 제자리인데 투자자 계좌에는 손실이 남는 구조다.
◆개미 손실 뒤에야 '규제' 내놔
금융당국은 상품 출시 이후 과열과 투자자 손실 우려가 커지고 나서야 제도 보완에 나섰다. 지난 16일 시장상황점검회의를 거쳐 신규 상장을 잠정 중단하고 기본예탁금 요건을 강화하는 등의 대책을 내놨다. 시장이 흔들린 뒤에야 문턱을 높인 셈이다.
뒤이어 지난달 29일에는 추가 대책으로 개인별 투자한도를 설정하고 긴급한 상황에서 당국이 시장 안정화 조치를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개정안의 핵심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배율을 금융당국이 한시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개정안이 발효되면 2배 수익률을 추종하는 현재 상품을 필요 시 1.5배나 1배 등으로 낮출 수 있게 된다.
해당 개정안 소식이 들리자 시장에서는 "배율을 임의로 조정할 거면 왜 상품을 내놨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배율은 투자자의 수익률과 직결되는 핵심 사항인 만큼 현행 자본시장법상 레버리지 배율 변경은 쉽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한 개인투자자는 "단일종목 레버지리 ETF가 얼마나 큰 변동성을 불러 일으키게 될지 예측도 못하고서 지금에서야 조정하겠다는 것은 정책 당국자들의 무능함, 무지를 보여주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추가 대책으로 인해 지수형 레버리지 ETF로 개인투자자의 자금이 지수형 레버리지 ETF로 대거 옮겨가는 '풍선효과'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과열된 주식 시장의 투자 열풍이 뒤늦은 규제 이후에도 가라앉지 못하면서 변동성이 여전히 높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역 대학의 한 경영학 교수는 "상품을 일률적으로 금지하면 투자자의 선택권과 다른 파생상품과의 형평성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예탁금과 사전교육, 위험 고지 등 고위험 상품에 걸맞은 진입 장치를 마련해 시장 자율과 투자자 보호 사이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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