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변동성을 보이는 국내 증시에서 은행주가 대표적인 '피난처'로 떠오르고 있다. 대형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급등락이 반복되는 가운데 안정적인 실적과 주주환원 정책을 앞세워 주요 업종 가운데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며 존재감을 키우는 모습이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순이자마진(NIM) 개선과 원·달러 환율 하락, 역대 최대 수준의 실적까지 맞물리면서 은행주를 둘러싼 투자 환경도 한층 우호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평가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7월 KRX은행지수는 7.21% 상승하며 거래소 업종지수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20.57% 하락했고 KRX반도체(-31.33%), KRX100(-23.87%), KRX건설(-13.56%) 등 주요 업종도 일제히 약세를 나타냈다.
반면 KRX운송(5.26%), KRX필수소비재(2.24%) 등 다른 방어 업종의 상승률도 은행주에는 미치지 못했다. 시장에서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성장주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상대적으로 실적 안정성과 배당 매력이 높은 은행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은행주의 존재감은 최근 반도체주의 극심한 변동성 속에서 더욱 부각됐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지난달 28일부터 30일까지 3거래일 동안 27% 넘게 급락한 뒤 31일 하루 만에 30% 가까이 반등하는 등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했다. 증시를 주도했던 반도체주의 변동성이 커질수록 안정적인 이익과 자본력을 갖춘 은행주가 상대적인 투자 대안으로 주목받는 모습이다.
실적 역시 은행주의 강세를 뒷받침하고 있다.
KB금융과 신한금융, 하나금융, 우리금융, NH농협금융 등 5대 금융지주의 올해 2분기 합산 순이익은 6조9201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6% 증가하며 분기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시장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이익 증가와 자산관리(WM), 투자은행(IB) 등 비이자이익 확대가 호실적을 이끌었다.
호실적에 힘입어 금융지주들은 배당 확대를 중심으로 주주환원을 강화하고 있다. KB금융은 8109억 원, 신한지주는 6963억 원, 하나금융지주는 6151억 원, 우리금융지주는 3210억 원을 각각 배당했고, 배당금 증가율은 각각 21.1%, 25.4%, 23.0%, 9.1%를 기록했다.
증권가도 잇따라 은행주의 기업가치를 다시 평가하고 있다.
KB금융의 2분기 실적 발표 이후 보고서를 낸 증권사 15곳 가운데 5곳이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했다. 유안타증권은 목표주가를 23만5000원으로 올리며 증권가 최고 목표주가를 제시했고, 기존 가장 낮은 목표주가를 제시했던 iM증권도 목표주가를 20만5000원으로 올렸다. 이에 따라 KB금융의 목표주가는 모두 20만 원대로 높아졌다.
신한금융과 하나금융도 목표주가 상향이 이어지고 있다. 신한금융은 4개 증권사가 목표주가를 상향하면서 목표주가 상단이 기존 13만 원대에서 15만 원으로 높아졌고, 하나금융 역시 6개 증권사가 목표주가를 올리며 대부분 16만~17만 원대를 제시했다.
김은갑 키움증권 연구원은 신한금융에 대해 "주주환원율 목표 50%는 이미 달성된 상황에서 새로운 기업가치 제고 계획이 발표된 만큼 향후 50%를 웃도는 주주환원율도 기대할 수 있다"며 "이익 증가율이 높아지고 있어 배당과 자기주식 취득 규모가 증가할 여지가 커지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은행주를 둘러싼 거시환경도 우호적이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은행의 수익성 개선 기대가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은행 잔액 기준 예대금리차는 지난해 5월 2.19%를 저점으로 올해 5월 2.28%까지 확대됐다. 상승 폭은 크지 않지만 장기간 이어졌던 하락세가 반등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은행 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도 상승세를 보이면서 NIM의 추가 개선 가능성도 제기된다. 키움증권은 올해 은행업 이자이익 증가율을 5.6%로 전망했다. 금리 상승이 이어질 경우 이자이익 전망치도 추가 상향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김은갑 연구원은 "은행 잔액 기준 예대금리차가 지난해 5월을 저점으로 상승 전환한 데다 코픽스 금리도 지속 상승하고 있어 NIM의 추가 개선이 가시화되고 있다"라며 "지난 3년간 연간 2% 안팎에 그쳤던 은행권의 이자이익 증가율이 올해는 5.6%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에는 환율도 은행주에 새로운 호재로 떠오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최근 1435원대까지 하락하며 2분기 말보다 약 114원 낮아졌다. 하나증권은 현재 환율 수준이 유지될 경우 하나금융과 IBK기업은행 등이 3분기에만 각각 1000억 원 이상의 외화환산이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했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현재 상황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다시 급등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라며 "환율 하락이 가져오는 긍정적 영향이 은행주 주가에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라고 밝혔다.
최 연구원은 "KB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등은 현재 환율이 유지될 경우 3분기 보통주자본(CET1)비율이 약 20~30bp(1bp=0.01%포인트) 상승하는 효과가 예상된다"라며 "이는 주주환원 확대 기대를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순이자마진도 소폭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 홍콩 ELS 과징금 환입과 환율 하락에 따른 외화환산이익까지 더해지면 3분기 실적도 상당히 양호할 것"이라며 "실적 안정성이 높고 매크로 환경도 은행주에 우호적인 만큼 은행주에 대한 비중 확대 의견을 유지한다"고 덧붙였다.
외국계 투자은행도 은행주를 유망 업종으로 꼽고 있다.
JP모건은 최근 한국 증시의 디레버리징(차입 축소) 과정이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향후 투자 전략으로 은행업종을 추천했다. JP모건은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에 따른 NIM 확대와 자산건전성 개선이 기대되는 대표적인 수혜 업종"이라며 "자산건전성 개선과 순이자마진 확대가 기대되는 은행주를 선호 업종으로 제시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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