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관리비 고지서(告知書)에서 아는 단어는 '합계 금액'. '장기수선충당금'(장충금)이란 뭘까? "겨우 몇 만원"이란 방심 속에서 돈은 차곡차곡 쌓인다. 178억원의 장충금을 노리고 조폭 두목 출신이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 된다. 방영 중인 드라마 '아파트' 얘기다.
드라마 '아파트'는 흥미로운 소동극(騷動劇)이다. 장충금을 둘러싼 비리와 관리 권력의 갈등, 평범한 주민들이 부조리에 맞서는 모습은 코믹하다. 극적(劇的) 과장이 있지만, '현실의 모방'이기에 뒷맛은 씁쓸하다. '아파트' 극본을 쓴 김윤영 작가는 언론 인터뷰에서 "내 집과 이웃에게 관심을 가져보게 만드는 작품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드라마가 던지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공동주택은 주민 모두의 관심으로 유지된다는 평범한 사실이다.
'아파트' 첫 회가 방영된 지 10여 일 뒤, 현실 아파트에서 비극이 벌어졌다. 경북 경산시의 한 아파트에서 8명의 사상자(死傷者)를 낸 방화 참사가 발생한 것이다. 관리 운영을 둘러싼 오랜 갈등과 누적된 감정이 끔찍한 결과를 초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주민이 요구한 지자체의 행정감사에서 관리비 공개 부실과 계약 절차 미흡 등의 문제가 확인됐다. 사소해 보였던 불신이 쌓여, 결국 아파트 공동체가 무너진 것이다.
이런 갈등은 특정 아파트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관리업체가 퇴직충당금이나 4대 보험료 등을 선지급받고도 남은 돈을 제대로 돌려주지 않거나, 각종 비용을 부풀려 관리비를 집행한 사례가 많다. 입찰 공정성과 업체 선정, 공사비 적정성을 놓고 법정 다툼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복마전(伏魔殿)이 따로 없다.
허술한 제도가 문제다. 장충금 집행 기준은 단지마다 다르다. 관리비가 어떻게 쓰였는지 주민이 쉽게 확인하기 어렵다. 잘못을 바로잡으려면 소송이란 지난(至難)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아파트 공동체의 일에 관심을 쏟는 주민이 많다면, 비리(非理)가 설 자리는 그만큼 줄어들 것이다.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대단지 아파트에선 입주자대표회의 회장과 동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이 치열하다. 반면 작은 단지는 회장과 동대표를 할 사람이 없어 매번 어려움을 겪는다. 출근길, 아파트 게시판에 붙은 동대표 후보 등록 재공고가 마음에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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