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고집이 돌아왔다. 고집 센 옹고집만 돌아온 것이 아니다. 진짜와 가짜가 뒤섞이고, 옹고집과 똑같은 허옹가가 나타나고, 양화대교까지 펼쳐지는 신(新) 옹고집전이다. 강훈구·서동민 콤비가 고전〈옹고집 전〉을 바탕으로 대본을 쓰고 연출한 국립극장 레퍼토리시즌 기획공연〈옹옹옹〉은 무장애 접근성 연극이다. 그런 만큼 <옹옹옹〉(국립극장 레파토리 시즌공연) 은 강훈구 연출로서는 처음 시도하는 접근성 연극이다. 수어와 자막, 음성해설 같은 접근성 장치를 무장애를 위한 관람 지원의 기능으로만 두지 않고 극의 장면과 배우들의 연기, 움직임과 유쾌한 놀이성 안으로 끌어들인다는 점에서 강훈구·서동민 콤비 특유의 재기발랄함이 살아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투박한 듯하면서도 극은 살아나고, 묘한 듯하면서도 공감이 가고, 서투른 듯하면서도 절로 흥이 나는 연극이다. 세련미보다는 일부러 비워두고 어긋나게 하는 데서 웃음이 터지고, 엉성한 듯한 낯섦마저 우리 소리로, '옹헤야' 메들리로, 때로는 뮤지컬과 록, 트로트와 발라드를 장구, 꽹과리, 아쟁, 양금과 섞어 강렬한 퓨전 비트를 만들면서도 고전의 해학성을 판소리 등으로 융복합시킨〈옹옹옹〉은 접근성 연극성을 한 단계 확장한 작품이다.
◇수어 통역사도 배우로 분하는 강훈구식 접근성 연극, 퓨전 마당놀이 <옹옹옹>
수어 통역사들이 극 중 인물의 분신처럼 역할자로 분해 배우들과 극이 종점을 향할 때까지 연기한다는 점에서도 첫 사례다. 저신장 배우인 김유남이 옹고집으로 분해 때로는 전동스쿠터를 타고 등장해 랩도 하고, 판소리도 하며 극 중 인물로 분하는데, 강훈구 연출은 이러한 장치들이 신체적 차이를 특별하거나 낯설게 부각하지 않고〈옹고집전〉에 딱 맞는 접근성 연극으로 스며들게 한다는 게 이 작품의 장점이다. 배우와 수어 통역사,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가 자연스럽게 뒤섞인다. 거참… 강훈구식 퓨전 마당놀이전〈옹옹옹〉은 90년대 한가위 특집으로 편성된 무장애 퓨전 마당놀이 같다. 고전의 맛을 살리는 해학과 풍자성을 강훈구 방식의 현대적 놀이성으로 뒤집는 재치, 한가위 씨름대회를 마주하는 것 같은 몰입감의 진지함과 적절한 긴장감, 고전〈웃으면 복이 와요〉처럼 누구나 공감하는 웃음, 한가위〈가요무대〉처럼 특집무대를 보는 것 같은 무대 구성의 콜라보들이 넉넉한 한가위처럼 박혀있는 연극이다. 프로시니엄 무대를 바라보는 관객들도 마당극처럼 형상화한 무대에서 터지는 장면들에 연신 깔깔대고, 키득대면서도 박수를 치는 작품이다. 공연 뒤 강훈구 연출은 "제가 한 작업 중에 가장 힘들었던 작품입니다"라고 할까. 그만큼 강훈구의〈옹옹옹〉은 접근성 연극이라서 그렇다.
대본을 쓴 서동민의 등장과 강훈구의 콤비성도 살아 있다. 서사는〈옹고집전〉의 원 서사인 부유하지만, 욕심 많고 인색한 옹고집, 부모에게 불효하고 가난한 사람들을 업신여기는 옹고집을 혼내주기 위해 도사가 가짜 옹고집을 만들어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인데, 옹고집만을 중심으로 풀어가지 않는다. 서동민은 한발 더 나아가 이 작품이 던지는 진짜와 가짜, 편견의 세상, 기회와 공정, 물질만능주의, 인간의 소유 욕망, 비움과 채움의 시선들을 진짜와 가짜의 판별법에 담아낸다. 학 대사는 "옹 좌수어른께선 스스로 진짜라는 것을 어찌 아시는 것입니까?"라고 묻고, 진짜와 가짜의 구별법을 인간의 삶으로 돌려놓는다. 강훈구 연출은 이러한 서동민의 시선을 무대와 배우, 수어 통역사와 음악, 움직임과 놀이성으로 풀어낸다. 진짜와 가짜, 편견의 세상, 물질만능주의와 인간의 소유 욕망, 비움과 채움의 시선들이 옹고집과 허옹가를 넘나들면서 '옹'이라는 한 음절로 모인다. 그래서 제목이 〈옹 옹 옹〉이다.
부의 집착과 소유의 욕망으로 인해 누군가를 가짜로 내몰고 진짜가 될 수 없는 세상, 하나의 옹고집이 아닌 옹고집적인 집착과 소유의 욕망이 인간의 내면에 누구나 존재할 수 있다는 것. 무대도 '옹'의 음절을 형상화한 마당놀이 판으로 공간화했고, 전체적인 분위기는 옹고집이 소유하고자 하는 금 항아리 빛의 구조이다. 그래서〈옹옹옹〉은 "하나의 옹고집이 아니라 우리 안의 수많은 옹고집, 편견과 집착, 소유하려는 욕망의 '옹 옹 옹'이다 ."재미있게 의미를 풀어보면, 첫 번째 '옹'은 부를 옹기처럼 담으려는 욕망의 '옹', 두 번째 '옹'은 진짜와 가짜를 구별할 수 없을 만큼 소유에 집착해 비움이 필요한 옹고집의 '옹', 세 번째 '옹'은 편견을 버리고 인간 누구나 다르지 않게 살아가는 똑같은 옹기의 공정한 세상을 향한 '옹'이다.
강훈구는 이 세 가지 '옹'의 의미를 무대를 통해 담아낸다. 무대에는 세 '옹'을 상징하는 항아리 옹기(甕器)들이 보이고 싸리비들을 배치한다. '옹기'가 인간이 채우려는 옹고집적인 소유라면, 싸리비는 학 대사의 주술로도 진짜와 가짜를 구별할 수 없는 인간의 욕망과 집착, 허상을 쓸어내야 하는 비움의 오브제이다. 연극은 첫 장면부터 강렬한 비트로 수명의 극 중 인물들이 삿갓을 쓴 학 대사로 분해, 옹고집의 허상을 '진짜'와 '가짜'를 구분할 수 없는 '옹 옹 옹' 퍼포먼스로 시작된다.
루이뷔통 백을 메고 "옹, 오 옹, 옹 옹" 하며 국악 리듬으로 등장하는 옹고집 딸, 똘똘한 아파트며 건물주 아들, 의사 며느리, 평생 옹고집의 사랑을 받지 못한 부인 등 옹 씨 가족들의 등장부터 풍자가 만만치 않다. '옹헤야'부터 '옹'으로 시작되는 16대조까지 옹씨 가문의 패러디 속도도 좋고, 진짜보다 가짜가 판치는 세상에 옹고집이 세상 배우기에 나선 뒤 가짜 옹고집 가문이 사랑으로 다산의 가문이 되는 옥동자 출생 장면은 〈옹고집전〉의 해학과 풍자를 녹여내는 하이라이트다. 세상 밖에서 사랑하는 법, 남을 배려하는 법, 편견의 시선을 버리는 법, 세상의 이치를 깨닫고 진짜로 돌아온 옹고집이 깨달은 것은 금 항아리도 버릴 줄 아는 비움의 철학이다. 무대 마지막 항아리에 들어 있는 싸리 빗자루가 말해주듯 강훈구·서동민 콤비의〈옹옹옹〉이 이 시대에 전하는 메시지는 편견도, 부의 욕망도 버리고 진짜 인생을 찾으니 한가위만 같은〈옹옹옹〉이랄까.
속사포 같은 랩을 날리고 판소리로 분위기 잡고, 록과 발라드 리듬으로 옹,옹,옹대는 김솔지, 김유남, 류세일, 지혜연, 추다혜 배우들의 재주도 비상하고 김유남 배우는 옹고집전에 딱이다. 수어 통역사들과의 등장이 극의 균열을 만들 만도 한데 110분을 끌고 가니 관객 환호가 대단하고,〈옹옹옹〉의 신나는 '허옹가'를 들을 수 있는 것은 덤이다.
김건표 대경대 연극영화과 교수(연극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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