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급'이란 권투나 유도 같은 스포츠에서 경기자의 체중에 따라 매겨진 등급을 뜻한다. 세상을 바라보고, 텍스트를 읽고, 사리를 분별하는 '이해'에도 체급이 존재한다. 우리는 매일 정보의 폭포를 맞는다. 어떤 이가 정보를 발전시켜 새로운 통찰을 끌어낼 때, 어떤 이는 맥락(脈絡)을 왜곡하며 갈등을 일으킨다. 정보의 강물에서 유영(遊泳)하는 이 차이를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옛글이 있다. 세 마리의 짐승이 강을 건넌다는 뜻의 '삼수도하(三獸渡河)'가 그것으로, 부처의 설법을 듣고 깨닫는 사람의 깊이 차이를 설명하며, 토끼와 말, 코끼리가 강을 건너는 모습에 비유했다.
토끼가 하수(河水)를 건너면 몸이 물 위에 떠서 쓸려가고, 말이 하수를 건너면 몸의 반쯤은 물에 잠겨 애를 먹고, 오직 커다란 코끼리만 강 밑바닥에 당당히 발을 딛고 거센 물결을 가르며 건너간다는 이 이야기는 현재 정보 사회의 모습을 대변하는 은유로 삼을 수 있다. 여기서 강을 건너는 행위는 정보나 진리를 받아들이는 과정이며, 거센 강물의 흐름은 정보의 폭주와 세상의 복잡성이다. 그리고 강을 건너는 세 동물의 체구는 각 개인이 가진 이해의 체급이다.
오늘날의 정보 지형에서 '토끼 체급의 이해'를 가진 이들은 자극적이고 짧은 형식의 영상이나 단편적인 머리기사만 쫓아다니며 휩쓸리는 수준이다. 정보의 맥락을 깊이 파악하지 못하고 표면에 떠서, 말단적 논란이나 가짜 뉴스라는 물살에도 쉽게 떠내려간다. 반면 '말 체급의 이해'는 겉으로 보이는 팩트나 텍스트는 이해하지만, 정보 이면에 숨겨진 맥락이나 구조적 본질까지는 파악하지 못한다. 반쯤 물에 잠긴 채 애를 쓰며 강을 건너듯 지식을 소비하지만, 그것을 자신의 삶에 유기적으로 체화하거나 확장하지는 못하는 수준이다.
반면 '코끼리 체급의 이해'로, 고(高) 체급의 분별력을 가진 이들은 정보의 물살이 아무리 거세고 복잡해도 중심을 잃지 않는다. 쏟아지는 주장 속에서 본질을 정확히 짚어내며, 정보의 밑바닥에 탄탄한 비판적·발전적 사고의 발을 내디딘다. 물결을 헤치고 거침없이 자기 길을 가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그렇다면 동일한 정보를 두고도 사람마다 이해의 체급이 달라지는 원인은 무엇일까? 가장 큰 원인은 맥락 없는 한 줄의 문장, 자극적인 한 장면만 잘라 소비하는 습관 탓에 생긴 '맥락 파악 능력의 결여'이다. 여기에 믿고 싶은 것만 취하는 확증 편향과, 복잡한 사안을 깊이 고민하기보다 빠르게 결론 내리려는 조급함이 더해져 사유의 깊이를 얕게 만든다.
결국 정보의 강에서 휩쓸려가는 토끼에 머무르지 않고, 강바닥을 딛고 서는 코끼리로 성장하려면 사유의 체급을 올리는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 단편적인 정보를 대충 훑는 습관을 줄이고, 길고 복잡한 글을 끝까지 읽어내며 "이 정보의 전제와 맥락은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반문해야 한다. 고전이나 깊이 있는 텍스트를 읽는 것은 사유의 체중을 늘려 이해의 체급을 올리는 가장 확실한 훈련이다.
또한, 어떤 정보를 접했을 때 즉각적으로 반응하거나 감정적으로 동요하지 않는 연습도 필수적이다. 출처를 확인하고 반대편의 시각은 어떠한지 검증하는 수평적 독해 습관을 들여야 한다. 내가 딛고 선 강바닥이 단단한 진실인지, 아니면 푹 꺼지는 모래톱인지 발로 밟아보듯 검증하는 태도가 코끼리의 발걸음을 만든다. 이렇게 얻은 이해를 바탕으로 정보를 자신의 언어로 재구성하고, 사회와 삶을 발전시키는 에너지를 창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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