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요일,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오디세이'가 개봉되었다. 서점가에서는 제목에 '오디세이'가 포함된 도서의 판매량이 595% 증가했다고 한다. 일찌감치 호메로스의 원작 읽기를 기획한 독서 모임도 적지 않다. 오디세우스가 고향 이타케로 돌아오는 10년의 장대한 여정에 앞서 살펴야 할 것은 당연히 트로이 전쟁이다. 다름 아닌 호메로스의 '일리아스'.
뛰어난 인물이나 그가 지닌 재능을 묘사할 때 곧잘 신 또는 천상의 섭리를 거론한다. 카라얀은 조수미를 가리켜 '신이 내린 목소리'라 했고, 금세기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 하이페츠의 죽음 앞에서 버나드 쇼가 "신이 그의 재능을 질투해서 일찍 데려갔다." 고 조사한 일화는 유명하다. 한편 빼어난 외모를 말할 때 '신이 빚은'이라는 표현도 쓴다. 그렇다면 신을 언급하지 않고도 최고의 찬사를 보낼 수 있을까? 단연 떠오르는 문장이 있다. '일리아스' 속으로 들어가 보자.
기원전 12세기경, 아프로디테의 도움으로 헬레네를 납치한 트로이 왕자 파리스를 응징하고 아내를 되찾기 위해 메넬라오스는 형 아가멤논에게 참전을 요청한다. 이타케 왕 오디세우스와 테티스의 아들 아킬레우스가 고민 끝에 참전하고, 아가멤논을 총사령관으로 하는 그리스 연합군의 수많은 범선이 헬레네를 되찾아오기 위해 트로이로 향했다. 바야흐로 트로이 전쟁의 서막이 오른 것. 도대체, 헬레네의 미모가 어느 정도였으면 한 여자를 두고 10년 전쟁이 벌어졌을까?
'일리아스'의 한 장면. 헬레네의 남편 메넬라오스와 트로이 왕자 파리스의 단판 승부가 벌어질 즈음, 헬레네는 하얀 면사포로 얼굴을 가리고 진주 같은 눈물을 흘리며 트로이의 성벽으로 달려간다. 이때, 성벽에 있던 왕국의 원로들이 그녀를 바라보는데, 작가 호메로스는 이 무기력한 원로들을 메뚜기에 비교하였고, 이를 번역한 로버트 페이글스는 '매미'라고 칭한다.
'숲속의 나뭇가지에 앉아 가냘픈 목소리를 내보내는 매미들처럼. 꼭 그처럼 (중략) 이때 헬레네가 성탑 위로 올라오는 모습을 보고 그들은 나직이 물 흐르듯 거침없이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트로이아인들과 훌륭한 정강이받이를 댄 아카이오이족이 저런 여인 때문에 오랫동안 고생하는 것은 나무랄 일이 아니오. 그 생김새가 흡사 불사의 여신을 닮았으니 말이오."' -'일리아스'(천병희 역, 107쪽)
하지만 이 정도로는 왠지 부족하다. 신을 빌리지 않고 최고의 찬사를 보낼 방법을 얘기해야 할 차례. 트로이의 노쇠한 원로들이 '두 나라가 죽을 고생을 해도 좋을 만큼 놀라운 미모의 소유자'라 자조했을 정도로 뛰어난 미인에게 붙여진 최고의 찬사로, 나는 16세기 영국 극작가 말로(Marlowe)의 문장을 꼽는다. 그는 헬레네의 미모를 가리켜 "1,000척의 배를 바다에 띄운 얼굴"이라고 했다, 1000척의 배를 바다에 띄운 미모라니. 한 인간의 아름다움을 이토록 멋지게 표현한 예를 아직 나는 알지 못한다.
트로이 전쟁에서 오디세우스의 이타케 귀환까지를 그린 '일리아스'와 '오뒷세이아'는 아킬레우스의 분노에서 시작해 페넬로페의 침대에서 끝맺는 장엄한 대서사시다. 이참에 호메로스 원작에 빠져보는 것도 귀한 경험이 될 터인즉, 축약본이나 해설서 말고 벽돌 두께의 제대로 된 원전 번역본으로 읽어보기 권한다. 인류의 새벽은 이렇게 시작되었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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