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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속으로] 안상수 작가 "내게 'ㅎ'은 무한한 상상을 일으키는 촉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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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수체' 만든 타이포그래픽 아티스트
수십년 간 구축해온 문자 조형세계 조망
8월 27일까지 경주 복합문화공간 플레이스씨

안상수
안상수 '한글도깨비' 전시 전경. 이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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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수 '한글도깨비' 전시 전경. 이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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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수 '한글도깨비' 전시 전경. 이연정 기자
경주 플레이스씨에서 안상수(왼쪽) 작가와 최정우 미학자가 함께 하는
경주 플레이스씨에서 안상수(왼쪽) 작가와 최정우 미학자가 함께 하는 '작가와의 대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연정 기자

한글은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을까. 경주 복합문화공간 플레이스씨에서 열리고 있는 날개 안상수의 전시 '한글도깨비'에서는 읽는 문자를 넘어 살아있는 조형 언어가 된 한글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다.

특히 한글 자모 중 'ㅎ(히읗)'에서 출발점으로 삼아, 익숙하면서도 낯선 존재인 '도깨비'가 탄생하는 과정을 통해 문자에 내재한 생명력을 보여준다.

1985년 네모틀을 벗어난 '안상수체'를 발표하며 한국 타이포그래피의 새로운 지평을 연 안상수는 한글 해례본의 제자 원리를 바탕으로 문자의 구조와 질서를 지속적으로 탐구해 왔다. 그의 작업에서 한글은 글자를 넘어 회화와 조각이 되고, 하나의 생명체처럼 새로운 존재로 변모한다.

전시는 세 개의 섹션으로 구성된다. 첫 번째 섹션 '한글도깨비'​에서는 'ㅎ'에서 탄생한 도깨비 연작과 드로잉, 회화를 통해 문자와 상상이 만나는 순간을 소개한다.

두 번째 섹션 '날개'​에서는 '알파에서 ㅎ까지', '문자추상도', '물맑은담', '생명평화무늬' 등 대표작을 통해 안상수가 구축해 온 문자 조형 세계를 조망한다. 마지막 섹션 '홀리다'​에서는 관람객이 직접 'ㅎ' 스탬프와 압인기를 이용해 자신만의 한글도깨비를 만드는 참여 프로그램을 마련해 문자와 예술의 경계를 몸으로 경험하도록 했다.

특히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3D 홀로그램으로 구현한 '천년경주 한글도깨비'를 처음으로 선보인다. 경주 전시를 위해 작업한 것으로, 한글이 평면의 문자를 넘어 공간적 경험으로 확장하는 과정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경주 플레이스씨에서 개인전을 갖고 있는 안상수 작가가 전시장에서 드로잉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이연정 기자
경주 플레이스씨에서 개인전을 갖고 있는 안상수 작가가 전시장에서 드로잉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이연정 기자
전시장에서 만난 안상수 작가가 그의 시그니처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의 이름을 눈 안(眼)·윗 상(上)·손 수(手)로 재해석해, 한쪽 눈 위에 손을 올린 것이다. 작가를 만난 사람들은 대부분 이 포즈로 함께 사진을 찍곤 한다. 이연정 기자
전시장에서 만난 안상수 작가가 그의 시그니처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의 이름을 눈 안(眼)·윗 상(上)·손 수(手)로 재해석해, 한쪽 눈 위에 손을 올린 것이다. 작가를 만난 사람들은 대부분 이 포즈로 함께 사진을 찍곤 한다. 이연정 기자
경주 플레이스씨에서 안상수(왼쪽) 작가와 최정우 미학자가 함께 하는
경주 플레이스씨에서 안상수(왼쪽) 작가와 최정우 미학자가 함께 하는 '작가와의 대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연정 기자

그의 작품은 왜 'ㅎ'일까. 최근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ㅎ'을 택한 건 그저 그것이 가진 독특함에 끌렸기 때문이다. 세계 어느 문자에도 'ㅎ' 같은 형태는 없다"며 "'ㅎ'은 내 작업에서 촉매와 같은 존재다. 스스로는 변하지 않으면서 다른 존재를 변화시키듯, 'ㅎ'은 상상력을 자극하고 새로운 의미를 생성하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읽는 것이 아닌 보는 글자는 관람객에게 다소 생소하지만, 그 색다른 시선이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작가는 "이미지는 이름을 갖지 못한 상태의 글자이고, 글자는 오랜 시간 이미지를 압축해 가장 응축된 상태"라며 "글자와 이미지는 결국 같은 뿌리를 가진 존재"라고 했다. 글자를 읽는 순간 이미지가 떠오르고, 이미지를 바라보는 순간 다시 글자가 생성되는 순환 속에서 문자와 이미지는 서로를 끊임없이 오간다는 것.

"어떤 것이든, 경계 지점은 사실 예술가들의 놀이터예요. 저도 글자와 이미지의 경계를 넘나드는 것이 굉장히 즐겁습니다. 그걸 갖고 놀다보니 지금 여기까지 왔죠. 한데 AI 시대는 그 경계마저 없어진 느낌입니다. 텍스트로 프롬프트를 넣으면 이미지가 되죠. 모든 이미지는 수학적 벡터로 해석되고요. 그러니 요즘은 이미지와 글자의 밀림 속에서 길을 잃기도 하고 혼란스럽기도 합니다."

다만 그는 AI 시대일수록 인간의 몸과 감각이 더욱 중요한 예술적 가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작가는 "경계가 사라질수록 사람들은 오히려 다시 그 경계를 찾으려, 몸의 감각을 세우고 직접적인 경험과 몸의 존재, 신호에 더 몰입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고 말했다.

최유진 플레이스씨 대표는 "한글은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문자이지만 안상수 작가의 손을 거치면 한 번도 본 적 없는 낯선 형상으로 되살아난다"며 "천년의 역사와 문자가 축적된 경주에서 한글이 새로운 생명으로 태어나는 순간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오는 27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의 2026 지역전시 활성화 사업 지원을 받아 플레이스씨가 주최하고 문화기획·연구 및 전시공간인 옵스큐라가 주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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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수 '한글도깨비' 전시 전경. 이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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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수 '한글도깨비' 전시 전경. 이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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