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의 18일 기자회견에서 연임 개헌과 공소취소 문제는 모두 이전보다 분명한 답변이 나온 사안이다. 하지만 실제 사용한 문장을 비교하면 두 답변의 농도에는 차이가 있었다.
연임에 대해선 해석의 여지가 거의 없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저는 연임할 생각이 전혀 없다" "연임을 생각해 본 적조차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앞서 프랑스 방문 당시 "헌법상 제한돼 있다"고 설명한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자신의 의지를 직접 밝혔다. 연임제 개헌을 추진하더라도 자신은 그 대상이 아니라는 뜻을 명시한 셈이다.
◆공소취소도 직접 물었는데…"안 한다"는 없었다
공소취소 질문에 대한 답변은 어땠을까?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에게 자신의 사건과 관련해 "공소 취소를 하지 않겠다" 또는 "임기 뒤에 재판을 받겠다"고 분명히 밝힐 의향이 있는지 물었다.
그런데 이재명 대통령은 "모든 일은 순리와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되면 된다"고 원칙론을 언급한 다음, 국회에 조작기소 특검법에서 기존 기소 사건의 이송·처분 권한을 삭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특검은 진상규명에만 집중해 불필요한 공소취소 논란을 만들지 말자는 취지였다.
기존보다 분명히 진일보한 입장이다. 적어도 이번 특검을 통해 대통령 관련 사건의 공소를 직접 취소하는 통로에는 선을 그었다.
그러나 연임 관련 언급에서처럼 "내가 하지 않겠다"는 자기구속적 표현은 나오지 않았다.
◆"재판 받겠다"는 말이 갖는 다른 무게
그래서 회견 뒤 야권에서는 바로 이 빈틈을 파고들었다. 나경원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국민이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은 '중단된 재판, 받겠다'였는데 끝내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고, 국민의힘 지도부에서도 "'재판받겠다' 한마디면 충분했다"는 취지의 비판이 이어졌다. 이는 야권의 정치적 평가지만, 대통령에게 자신의 향후 행동을 직접 약속하라는 요구였다는 점에서는 앞선 연임 질문과 구조가 같다.
이게 역대 한국 정치의 결정적 순간들을 돌아보게 만든다. 지도자가 논란을 끝내기 위해 자신의 거취나 이해관계를 외부 판단에 먼저 맡긴 사례가 적잖게 있었던 것.
2011년 오세훈 서울시장은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앞두고 "주민투표 결과에 제 시장직을 걸어 그 책임을 다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실제 투표율이 개표 기준에 못 미쳐 주민투표가 무산되자 시장직에서 사퇴했다.
2003년 노무현 대통령도 측근 비리 논란 속에서 자신의 재신임을 국민에게 묻는 방안을 제시했고, 같은 해 불법 대선자금과 관련해서는 자신의 캠프 불법자금이 한나라당의 10분의 1을 넘을 경우를 가리키며 "대통령직을 걸고 정계를 은퇴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재신임 국민투표 추진은 법적·정치적 논란 속에 이뤄지지 않았지만, 판단 결과와 자신의 거취를 선제적으로 연결한 정치적 언어였다.
물론 주민투표와 형사재판은 전혀 다른 제도다. 그러나 정치적 화법에는 공통점이 있다. 자신의 설명을 믿어달라고 요구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자신에게 불리한 결과까지 받아들이겠다며 외부 판단에 스스로를 맡기는 방식이 그것.
이재명 대통령은 평소 할 일이 많다고 시간이 없다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재판 받겠다."
어쩌면 이 한마디야말로 '생즉사 사즉생'의 정치적 신탁일 수 있다. 국정은 국민에게 신탁받아 수행하고, 자신의 사법적 운명은 법원의 판단에 신탁하는 것. 그렇게 재판 문제에 먼저 마침표를 찍고 자신이 말한 "그 많은 약속과 또 해야 할 일들"(이날 기자회견 모두발언)에 집중하는 선택 말이다. '재판 재개'만 주구장창 외치는 야권의 입을 다물게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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