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이 재판 결과를 직접 이해할 수 있도록 법률용어를 풀어 쓴 '쉬운 판결문'을 제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법조계는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판결문 작성은 재판부의 재량에 속하는 데다 관련 인력·예산 확보 등 현실적 장벽이 높다는 입장이다.
발달장애인 당사자 단체인 대구피플퍼스트의 문유경 대표는 쉬운 판결문이 단순한 편의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어려운 법률용어와 긴 문장으로 된 판결문은 발달장애인이 자신이 재판에서 이겼는지, 어떤 권리를 인정받았는지조차 알기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다.
문 대표는 "다른 사람이 설명해줘야만 재판 결과를 알 수 있다면 발달장애인은 법 앞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다"며 "쉬운 판결문은 친절의 문제가 아니라 누구나 법의 보호를 동등하게 받기 위한 권리"라고 말했다.
대구피플퍼스트는 2023년 사법정책연구원에 쉬운 판결문의 필요성을 전달하고, 판결문을 쉬운 문장으로 바꾸는 작업에 참여했다. 사법정책연구원은 이를 포함한 의견을 바탕으로 지난해 장애인과 노인, 청소년 등을 위한 판결서 작성·제공 방안을 담은 연구보고서를 냈다.
당시 문 대표는 당사자 대표로 발달장애인 법률정책 간담회에 참석해 의견을 냈다. 그는 "판결문은 발달장애인의 삶과 권리를 지켜주는 최소한의 약속"이라며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자신의 재판 결과를 읽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법조계도 쉬운 판결문의 필요성에는 공감한다. 다만 판결문 작성은 재판부의 판단과 표현 방식에 관한 영역인 만큼 이를 일률적으로 강제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지역의 한 부장급 판사는 "지적장애인에게 '원고 청구를 기각한다'고 쓰는 것보다 '원고가 졌습니다',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처럼 설명하면 결과를 훨씬 쉽게 알 수 있다"며 "장애인 관련 사건에서는 그런 판결문이 많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는 판사 개인의 성향과 노력에 따라 달라지는 부분이 크다"며 "판결문은 판사의 재량 영역이어서 존중할 필요가 있고, 모든 사건에 동일한 형식을 요구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설명했다.
지원 체계를 따로 두는 방안도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판결문을 별도로 다시 작성하려면 판사와 법원 직원의 추가 업무가 필요하지만, 전국적으로 인력이 부족하고 별도 예산도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지역의 또 다른 판사는 "지원 인력이 있으면 도움이 되겠지만 판사와 직원 자체가 부족한 상황에서 별도 인력을 확충하기는 쉽지 않다"며 "당장은 장애인 사건에서 더 쉽게 써야 한다는 인식을 판사 교육을 통해 넓히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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