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넘어간 저수지 둑 위에 노란 민방위복 차림의 두 사람이 서 있었다.
바닥을 훤히 드러낸 저수지는 마른 흙빛이었다. 지난밤 늦은 시각, 박권현 청도군수가 찾은 안인의 용암지와 덕암의 당지 저수지 현장이다.
손에는 저수율과 용수 공급 현황이 빼곡히 적힌 서류가 들려 있었다. 퇴근 시간이 한참 지난 시각이었지만, 군수의 발걸음은 물이 마른 곳을 향해 있었다.
경북 청도군이 유례없는 가뭄과 폭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타들어가는 논밭, 바닥을 드러낸 저수지, 일부 지역의 단수 사태까지. 군민들의 애타는 마음이 깊어지는 가운데, 박권현 군수가 직접 위기 대응의 최일선에 서서 사태 해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투명한 정보 공개와 밀착형 현장 소통으로 행정의 신뢰를 높이고 군민들의 불안을 덜어내겠다는 의지다.
매일 아침, 군수가 직접 마이크를 잡는다
청도군은 가뭄 위기 극복을 위해 매일 오전 군수가 직접 주재하는 정례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통상 실무 부서에 맡기기 쉬운 상황 보고를 군수가 직접 챙기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 자리에서 박 군수는 현재의 저수율과 급수 상황, 단수 계획, 생수 배부처 등 군민 생활과 직결된 필수 정보를 상세히 설명하며 정보 공백을 최소화하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막연한 약속 대신 명확한 상황 판단 기준을 공개하고 있다는 점이다. 배수지 수위 등 단수 조치가 해제될 수 있는 구체적인 기준점과 각 대책별 목표 시점을 숫자로 제시해, 불확실성에서 오는 군민들의 피로감을 줄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언제쯤 물이 나오느냐"는 물음에 두루뭉술한 답변이 아니라, 판단의 근거와 시점을 함께 내놓는 방식이다. 재난 상황에서 행정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위로는 정확한 정보라는 원칙이 브리핑 곳곳에 배어 있다.
낮에는 급수차 곁으로, 밤에는 저수지 둑으로
현장 중심의 행보도 쉼 없이 이어지고 있다. 박 군수는 단수 피해가 발생한 풍각면, 각북면, 이서면 등의 급수차 지원 현장과 인근 경로당을 지속적으로 방문해 주민들의 고충을 직접 듣고 있다. 밤늦은 저수지 점검도 마다하지 않는다. 지자체장이 매일같이 현장을 살피고 대응책을 점검하는 모습은 피해를 겪고 있는 주민들에게 적잖은 안도감을 주고 있다.
박 군수는 최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연일 이어지는 폭염으로 몸도 마음도 참으로 지치고 애가 타실 줄 안다"며 "저를 비롯한 청도군 전 공직자는 군민들께서 안심하고 일상을 이어가실 수 있도록, 한 치의 소홀함 없이 선제적으로 대비하며 현장을 지키겠다"고 밝혔다.
며칠 앞서 올린 글에서는 "타들어가는 논밭과 연일 계속되는 가뭄, 그리고 꺾일 줄 모르는 폭염에 군민 여러분의 건강과 일상이 얼마나 애가 타실지 마음이 참으로 무겁다"며 "무더위 속 야외 활동을 가급적 자제하시고 부디 물 한 모금, 그늘 한 조각 챙기시며 건강에 꼭 유념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행정 수장의 공식 발표라기보다 이웃 어른의 안부 인사에 가까운 문장들에서, 군민을 향한 애틋한 마음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생수·급수차 선제 확보… "만일의 사태에도 물 걱정 없도록"
청도군의 대응은 말에 그치지 않는다. 군은 만일의 단수 사태에 대비해 생수와 급수차를 선제적으로 확보해 뒀다. 상황이 더 엄중해질 경우 인근 정수장의 물을 끌어올 급수차를 추가 동원해 단 한 가구도 물 걱정을 하지 않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는 것이 군의 설명이다.
농업용수 대책도 촘촘하다. 군은 관내 주요 저수지와 농업용 관정 현장을 지속적으로 점검하며 저수율과 용수 공급 여건을 다각도로 살피고 있다. 저수지 부족 상황에 대비해 인근 관정을 즉시 활용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했고, 양수기 지원을 포함해 가용한 모든 자원을 적극 동원하는 상시 대응 체계를 가동 중이다. 타들어가는 논밭을 바라보는 농민들의 마음을 헤아린 조치다.
폭염 취약계층 보호에도 소홀함이 없다. 어르신들이 계신 경로당 등의 냉방 기기를 재점검하고, 폭염 취약계층의 안전을 보이지 않는 곳까지 겹겹이 살피고 있다.
어르신 많은 농촌, 정보 소외 없도록 '겹겹이' 소통망
고령층이 많은 지역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소통망도 촘촘하게 가동되고 있다.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에 익숙하지 않은 어르신들이 정보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군은 이장단과 매일 상황을 공유하는 한편 마을방송과 경로당 방문을 통한 대면 소통을 병행하고 있다. 온라인 공개와 아날로그 소통을 겹겹이 쌓아 올린 이중, 삼중의 정보 전달 체계다.
한 지역 관계자는 "군수가 매일 아침 직접 상황을 설명하고, 낮에는 급수차 현장에, 밤에는 저수지 둑에 서 있는 모습을 보면서 주민들이 '우리가 잊히지 않았다'는 안도감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정수장 증설·취수원 다변화… 근본 해결 로드맵까지
청도군의 대응이 주목받는 또 하나의 이유는 눈앞의 급수 대책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박 군수는 정수장 시설 증설과 취수원 다변화 등을 골자로 하는 재발 방지 로드맵을 공식 발표하고, 안정적인 식수 공급을 군민들에게 약속했다. 기후변화로 가뭄이 상시화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 아래, 이번 사태를 청도의 물 인프라를 근본적으로 다시 설계하는 계기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위기는 행정의 민낯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때로는 행정의 진심을 증명하는 무대가 되기도 한다. 매일 아침의 투명한 브리핑, 밤낮을 가리지 않는 현장 행보, 그리고 어르신 한 분까지 챙기는 겹겹의 소통망. 타는 목마름 속에서 청도군이 보여주고 있는 신속하고 투명한 밀착형 행정은, 이 여름 가뭄을 이겨내는 가장 든든한 원동력이 되고 있다.
단수 피해를 겪고있는 각북면의 한 주민은 "하늘이 원망스러웠는데, 군수가 급수차 옆에서 직접 물통을 들어주고 경로당까지 찾아와 손을 잡아주니 마음이 놓였다"며 "매일 아침 저수지 물이 얼마나 남았는지, 생수는 어디서 받는지 소상히 알려주니 답답할 게 없다. 이런 가뭄에도 우리를 챙겨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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