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호황이 지속되고 주주 환원 발표 기대감까지 있으니 최근 과매도 구간이라고 생각해 버티려 했는데, 주주환원책 제시는커녕 솔리다임 중복 상장설에 온갖 루머까지 악재밖에 안 보인다. 상법을 개정해도 한국 증시의 기본 마인드는 안 바뀐 것 같다. 주주는 그냥 돈만 대주는 존재같다."
"미국 증시는 세금을 떼가지만 국장(국내 주식시장)은 원금을 떼간다. 리스크를 감수하고 투자한 건 주주인데, 영업이익은 왜 다른 곳으로만 흘러가는지 이해할 수 없다. 돈 물린 것만큼이나 주주를 우습게 보는 이 시장과 그 환경 자체가 역겹다. 미련이 없는 건 아니지만 나는 오늘부로 SK하이닉스 다 팔고 국장을 떠난다."
SK하이닉스 주주들의 성토가 거셉니다. 상법 개정으로 주주환원이 강화되리라는 기대가 무색하게 최근 주주가치를 흔들 만한 이슈만 연이으면 아예 국내 증시를 떠나겠다는 투자자까지 나오는 상황입니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6일 SK하이닉스는 전 거래일보다 9.11%(15만2000원) 내린 151만600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종가 기준 전 고점인 올해 6월 22일 291만9000원 대비 반토막 수준인데요. 이날 오전 10시9분 현재 SK하이닉스 주가는 전일 대비 2.21% 하락한 146만200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반도체 피크아웃 우려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변동성 등 악재 속에 주가는 한 달 내내 조정받았다가 지난 31일 상한가를 기록하며 회복 국면에 접어드는 모습을 보였던 터라 주주들의 실망감은 더욱 큰 상황입니다.
깊은 낙폭을 회복하길 바랐던 주주들의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은 표면적 재료는 두 가지였습니다. 기대를 모았던 주주환원 구체안이 미뤄진 것, 그 가운데 미국 자회사 솔리다임의 프리기업공개(프리IPO) 추진설이 겹친 것입니다.
SK하이닉스는 2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습니다. 시장에서는 미국주식예탁증서(ADR) 상장에 따른 공시 제한이 풀리면 대규모 자사주 매입·소각과 배당 확대 방안이 나올 것으로 기대해 왔습니다. 하지만 회사는 주주환원을 의미 있게 확대하겠다면서도 구체적인 규모와 방식은 연말까지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당장의 환원책을 기다렸던 투자자들에게는 큰 실망으로 돌아왔습니다.
여기에 솔리다임 이슈가 겹쳤습니다. 언론 보도를 통해 SK하이닉스가 솔리다임의 프리IPO를 통해 5조원 안팎을 조달하고 나스닥 상장까지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됐는데요. 솔리다임은 SK하이닉스가 인텔에서 인수한 낸드플래시와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사업을 담당하는 미국 자회사입니다.
다만 이는 아직 확정된 사안이 아닙니다. SK하이닉스는 전날 해명공시를 통해 솔리다임의 프리IPO와 나스닥 상장에 대해 현재까지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확정 시점이나 1개월 이내에 다시 공시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주주들의 불만은 확정 여부와 별개로 심리적 배경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가 도입되는 등 소액주주 보호가 강화됐지만 실제 체감하는 변화는 없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ADR 발행으로 유통 주식 수가 늘어난 데 이어 연결 실적에 반영되는 낸드 플래시 자회사까지 상장할 경우 모회사 가치가 희석될 수 있다는 이른바 '쪼개기 상장' 우려가 제기됩니다. 자회사가 상장하면 모회사가 지주회사처럼 취급돼 할인 평가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과거 여러 대기업의 물적분할 상장에서 모회사 주주들이 손실을 본 기억이 이런 우려를 키우고 있습니다. 자회사를 상장하면 그 가치만큼 모회사 주주 몫이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불안입니다.
연이은 자금 조달 움직임을 고점 신호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회사가 ADR 상장에 이어 자회사 상장까지 추진하는 것을 두고 내부에서 낸드 업황이 정점에 근접한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현금 확보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입니다.
지배구조에 대한 불신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SK그룹은 지주회사 SK를 정점으로 SK스퀘어를 거쳐 SK하이닉스로 이어지는 구조입니다. 총수 일가의 SK하이닉스 직접 지분율은 높지 않지만 그룹 차원의 결정이 경영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어 이번 자금 조달도 개별 주주 가치보다 그룹 전략을 앞세운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번지고 있습니다.
이런 불신은 확인되지 않은 루머로까지 번지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가 주력 제품을 헐값에 넘겨 그룹 계열사의 데이터센터 사업을 뒷받침하는 것 아니냐는 식의 미확인 소문이 대표적입니다. 이런 루머가 도는 것 자체가 회사와 그룹 지배구조에 대한 주주 신뢰가 그만큼 얕아졌음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불만은 개별 종목을 넘어 국내 증시 자체에 대한 실망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사상 최대 실적을 내고도 주주환원은 뒤로 밀린 상황에서 성과급 조정과 신규 사옥 건립 추진, 자회사 상장설이 먼저 들리는 상황을 두고 "주주만 돈을 대는 존재"라는 자조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ADR 상장을 계기로 아예 미국 증시로 옮겨가겠다는 이른바 '국장 탈출' 심리도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다만 증권가의 진단은 다릅니다. 이번 급락의 핵심은 솔리다임이나 주주환원 지연이 아니라 반도체 업종 전반의 조정이라는 것입니다. 실제 지난 6일 삼성전자 주가도 6.30% 빠졌고, 간밤 미국 증시에서는 샌디스크 등 저장장치 관련 반도체 기업들이 호실적을 내고도 향후 업황 우려에 시간외 거래에서 큰 폭으로 하락했습니다. 이 여파로 일본 키옥시아 등 아시아 반도체주가 동반 약세를 보였고 국내 메모리 반도체주로 이어졌습니다.
이상헌 iM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6% 가까이 내리는 상황에서 SK하이닉스의 9%대 하락을 솔리다임 등 개별 악재 때문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전날 상대적으로 큰 폭 올랐던 데 따른 차익실현과 변동성 확대 영향이 가중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 연구원은 "실적 수치 자체보다 과도하게 형성됐던 시장의 기대치와 반도체주로 쏠렸던 레버리지 포지션이 청산되는 과정으로 해석해야 한다"며 "금리 상방 압력 속에 빅테크의 인공지능(AI) 투자 지속성에 대한 우려가 남아 있는 만큼 당분간 V자 반등보다는 박스권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습니다.
솔리다임 상장설에 대해서도 과도한 우려란 분석이 나옵니다. 이수림 DS투자증권 연구원은 "나스닥에 상장되는 것은 아래 사업회사이고 지주 역할을 하는 AI 컴퍼니는 그대로 비상장으로 남는다"며 "미국 법인이자 미국 사업, 손자회사라는 특수성을 감안하면 한국 핵심사업을 떼어내 상장한다는 느낌은 약하다"고 분석했습니다.
이 연구원은 "구주매출 방식이라면 지주회사가 솔리다임 지분 일부를 팔아 5조~10조원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며 "낸드 과잉공급 신호나 중복 상장에 따른 밸류 디스카운트 우려는 과도하며 오히려 그룹의 AI 전략을 강화하는 자금 확보 측면으로 봐야 한다"고 진단했습니다.
결국 이번 급락은 반도체 업황 조정이라는 큰 흐름에 주주환원 지연과 솔리다임 불확실성이 겹친 결과입니다. 증권가의 진단과 별개로 사상 최대 실적을 낸 회사의 주주들이 환원책 대신 잇단 불확실성과 마주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회사가 1개월 안에 내놓겠다고 한 솔리다임 관련 재공시와 연말까지 마련하겠다고 한 주주환원 방안이 주주들의 불신을 얼마나 씻어낼 수 있을지가 관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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