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 감당하기 어려운 일과 마주칩니다. 예기치 못한 사건이 찾아오기도 하고, 지워지지 않는 기억이 오래도록 마음 한켠을 짓누르기도 합니다. 어른도 그러한데 아직 세상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에게 삶의 고난과 상처는 얼마나 크고 무겁게 느껴질까요. 그러나 그 무게를 온몸으로 버텨내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조금씩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아갑니다. 넘어질 것 같은 순간을 지나야만 비로소 땅을 딛는 법을 배우듯이 말이지요. 오늘 소개할 두 권의 책은 삶의 고난과 장애물을 딛고 마침내 온전한 자신을 마주해 나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 무너질 것 같은 마음 안에서 나를 찾아가다
'유원'(백온유 지음)은 열여덟 살 유원의 이야기입니다. 십여 년 전, 은정동 화재 사건에서 유원은 언니 예정의 판단으로 살아남았습니다. 언니는 유원을 젖은 이불로 감싸 11층 아래로 던졌고 그 자리에서 세상을 떠났습니다. 유원을 받아내며 다리뼈가 으스러진 아저씨는 그 이후 삶이 망가졌습니다. 유원은 자신이 다른 사람의 목숨과 삶을 대가로 살아남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유원이 행복하길 바란다면서도 유원이 웃으면 어떻게 그런 일을 겪고도 웃을 수 있냐며 이상하게 봅니다. 사고는 십이 년 전에 벌어졌지만 유원은 아직 그 안에서 살고 있습니다.
이 소설이 특별한 것은 유원의 비틀린 마음, 자기혐오, 죄책감, 연민을 감추거나 정리하지 않고 그대로 보여준다는 점입니다. 유원의 내면은 여러 감정이 물감처럼 사납게 섞여 금방이라도 터질 것처럼 가득 차 있습니다. 그런 유원이 마스터키로 학교 옥상부터 낡은 아파트 옥상까지 닫힌 문을 따고 다니는 친구 수현을 만나면서, 두 사람은 함께 하늘을 바라보며 조금씩 서로의 곁에 서게 됩니다. 누군가와 같은 하늘 아래 나란히 선다는 것. 그것이 유원에게 얼마나 오래 걸린 일인지를 생각하면 이 소설의 마지막 장면은 오래 마음에 남습니다.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살아있다는 것이 죄가 아니라는 것을 유원의 목소리로 조용하고 단단하게 전해줍니다.
소설을 읽으면서 독자는 자연스럽게 유원의 곁에 있는 어른들을 돌아보게 됩니다. 그들은 유원이 행복하기를 바란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유원이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는지를 묻지 않습니다. 살아남은 것에 감사해야 한다는 말, 바르게 자라야 한다는 말들이 유원에게 얼마나 무거운 짐이 되었는지를 이 소설은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보여줍니다.
◆ 편견을 지우고 마주한 진짜 얼굴
'세계의 주인 각본집'(윤가은 지음)은 <우리들>, <우리집> 등으로 아이들의 내면을 섬세하게 포착해 온 윤가은 감독이 6년 만에 내놓은 동명 영화의 각본집입니다. 한 사람의 마음은 얼마나 강하고 또 얼마나 연약할 수 있ᅌᅳᆯ까요? 항상 밝고 씩씩하기만 한 18세 여고생 주인이 반 친구 수호가 벌이는 서명 운동에서만큼은 유독 삐딱하고, 절대 굽히지 않을 듯한 태도로 일관하는 일은 주위 친구들을 의아하게 만듭니다. 어떤 이유에서일까요? 게다가 주인의 이러한 행동을 비난하는 발신자를 알 수 없는 쪽지가 계속해서 주인에게 당도할수록 보는 사람의 불안감은 고조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갑자기 주인은 더 돌발적인 방식으로 자신의 상처를 털어놓습니다. 이 고백으로 인해 주인이 그토록 민감하게 불응했던, 결코 동의할 수 없던 서명 운동 속 문장은 의문의 대상에서 비로소 이해받기 충분한 대상으로 그려지는 듯하지만 그 이해는 그렇게 쉽게 가능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타인을 피해자로 인식한 순간 일어나는 섣부른 배려나 단정, 악의는 없지만 무분별하게 벌어지는 왜곡들은 주인을 또 다른 궁지로 몰아넣습니다.
이 작품이 특별히 의미 있는 것은 주인이 겪은 폭력을 다루는 방식에 있습니다. 작가는 피해를 입은 인물이라면 마땅히 이러해야 한다는 통념, 즉 눈에 띄게 무너지거나 세상과 단절된 모습으로만 그려지는 익숙한 틀을 따르지 않습니다. 주인은 여전히 웃고, 흔들리고, 때로는 자신의 감정을 감춘 채 일상을 살아갑니다. 그 모습은 고통을 겪은 사람을 특정한 이미지 안에 가두지 않고, 각자가 저마다의 속도와 방식으로 삶을 버텨낸다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줍니다. 이러한 인물의 모습은 특정한 경험을 가진 이들만의 이야기를 넘어, 삶의 고비 앞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아내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깊은 공감과 위로를 건넵니다.
대구시교육청 학부모독서문화지원교사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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