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 돌아오라고 만든 제도가 오히려 국내 증시에 남아 있던 사람 등까지 떠밀고 있다. 레버리지로 증시를 흔들어놓더니 이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혜택까지 손대다 반발하자 재검토한다고 한다. 국장은 세금이 아니라 원금을 떼가는 곳 같다."
"제발 이제 아무것도 하지 말아 달라. 뭘 새로 내놓을 때마다 개미만 죽어난다. 이런 식이면 국장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어 미국 증시로 옮기려 한다."
최근 정부가 증시 관련 대책을 내놓을수록 개인 투자자들의 원성은 커지고 있습니다. 국내 증시로 자금을 되돌리겠다며 마련한 정책들이 잇따라 뒷북 수정되면서 정작 국장에 남아 있던 투자자들마저 등을 돌리고 있습니다. 대책이 나올 때마다 손실을 떠안는 상황이 반복되자 새로운 대책 자체를 두려워하는 역설적 심리마저 번지고 있습니다.
이탈은 수치로 드러납니다. 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104조711억원으로 지난 6월 4일 139조6947억원에서 두 달여 만에 35조원 넘게 증발했습니다. 코스피 거래대금도 지난 7일 24조7305억원으로 두 달 전(48조3389억원)의 반토막 수준으로 쪼그라들었습니다.
거래 활력도 크게 꺾였습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코스피 시장의 일 평균 거래대금은 26조2770억원으로, 지난달(36조8750억원) 대비 70% 수준으로 축소됐습니다. 코스피가 급등하던 지난 5월과(50조2150억원), 6월(50조3470억원) 대비 반토막 수준입니다.
무엇보다 상징적인 것은 국내시장복귀계좌(RIA)의 순자산이 처음으로 줄었다는 점입니다. 해외로 나간 서학개미의 국내 복귀를 유도하려 만든 계좌인데 지난달 31일 기준 잔고는 2조1214억원으로 전월 대비 5268억원 감소했습니다. 지난 3월 시행 이후 첫 감소입니다. 신규 유입도 4월 10만5383좌에서 7월 1만4479좌로 급감했습니다. 서학개미를 불러들이겠다는 제도가 무색해진 셈입니다.
최근 개인들의 미국 주식 매수세가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개인들은 월 기준으로 7월에 46억4240만달러, 8월 들어선 7일까지 6억910만달러어치를 각각 순매수했습니다. 4~5월 순매도 흐름에서 6월 들어 다시 매수 우위(6억3300만달러)로 바뀐 뒤 확연히 달라진 흐름입니다.
개인 투심이 꺾인 배경에는 지난 6월 중순부터 이어진 반도체주 급락이 자리합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고점 우려에 코스피가 크게 흔들린 것이 이탈의 직접적 계기가 됐습니다. 그러나 개인 투자자들의 불신을 키운 결정적 요인은 따로 있습니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국내 증시로 자금을 유도하겠다며 내놓은 정책들이 잇따라 부작용을 낳고 뒤늦게 이를 수정하는 일이 반복됐다는 점입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대표적입니다. 해외 자금을 국내로 돌려 환율을 방어하겠다며 지난 5월 말 문을 열었지만 오히려 하락 국면에서 변동성을 키웠습니다. 상장 이후 코스피에서는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잇따라 발동됐습니다. 비판이 쏟아지자 당국은 기본예탁금을 1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올리고 투자한도 설정과 배율 조정까지 두 달 사이 대책을 잇따라 내놨습니다.
그러나 예탁금이 오르면서 현금 여력이 없는 투자자는 물타기도 못 하게 됐고 배율까지 낮추는 방안에 "이미 물린 사람은 본전 탈출조차 불가능해진다"는 반발이 터져 나왔습니다.
여기에 ISA 개편안이 기름을 부었습니다. 정부는 지난 3일 세제개편안에서 '생산적 금융 ISA'를 내놨지만 기존 일반 ISA의 계약기간을 최대 5년으로 제한하고 연간 2000만원 납입한도의 이월을 없애는 등 혜택을 줄이면서 "제도가 후퇴했다"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기존 ISA는 최소 3년만 유지하면 사실상 무기한 연장이 가능했지만 개편안대로면 5년마다 계좌를 정산해야 해 장기 투자자에게 불리합니다. 국내 투자를 늘리라는 제도가 오히려 투자 유인을 줄인 셈입니다.
함께 발표된 주가누르기방지법도 실망을 키웠습니다. 상법 개정과 함께 기업 밸류업을 이끌 핵심 대책으로 꼽혔지만 최근 6년간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코스피 업종별 하위 25%, 코스닥 하위 10%에 해당하는 저PBR 기업 등으로 대상을 한정하면서 실효성 논란이 일었습니다. 일부 기간에만 PBR을 관리하면 규제를 피할 수 있다는 이유입니다. 밸류업을 기대했던 투자자들 사이에서 '주가누르기장려법'이라는 오명이 붙은 이유입니다.
결국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7일 상황점검회의에서 ISA 개편안과 주가누르기방지법의 전면 재검토를 지시했습니다. 발표 나흘 만의 원점 회귀입니다. 시행 전부터 부작용이 우려됐지만 '일단 발표하고 논란이 생기면 보완하는' 수순을 이번에도 밟은 것입니다.
정부도 결국 물러섰습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10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ISA 제도 개편안에 대해 여당의 제안에 공감한다"며 "국민 의견을 수렴해 제도 보완 필요성 등을 적극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기존 일반 ISA의 계약기간과 한도 이월 혜택을 그대로 유지하고 생산적 금융 ISA를 별도의 선택형 상품으로 도입하자는 안을 정부에 제안한 바 있습니다. 사실상 논란이 된 혜택 축소안을 거둬들이는 방향입니다.
문제는 이런 뒷북이 반복되면서 정책 자체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 사이 개인 투자자들의 시선은 해외로 향하고 있습니다. 국장을 떠나 미국 증시로 옮겨가겠다는 이른바 '국장 탈출' 심리가 확산되면서 서학개미를 돌려세우려던 정책이 오히려 남아 있던 동학개미마저 밀어내는 형국이 됐습니다.
새로운 대책을 내놓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이미 내놓은 정책에 대한 신뢰를 지키는 일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자본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예측 가능성인데 정책이 조변석개하면 투자자는 장기적 판단을 내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개인 투자자들이 바라는 것은 새로운 부양책이 아니라 시장을 흔들지 않는 일관성이라는 목소리에 무게가 실립니다. 잇따른 정책 실기로 무너진 국장의 신뢰가 회복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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