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산업의 급성장으로 전력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원자력발전이 다시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미국을 중심으로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대규모 전력을 확보하기 위한 원전 투자가 본격화되면서 국내 증시에서도 원전 관련주가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원전주는 한동안 신규 원전 건설 감소와 높은 건설 비용 등으로 시장의 관심에서 멀어졌으나, AI 시대를 맞아 다시 주목받는 모습이다. 특히 미국 정부가 원전 산업 재건을 위한 정책을 내놓는 데 이어 빅테크 기업들도 원전 사업자와 장기 전력계약을 체결하면서 원전 확대가 정책적 구호를 넘어 실제 투자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증권가에선 국내 원전 기업들에도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올해 하반기부터 미국의 원전 프로젝트가 구체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내 원전 밸류체인이 해외 수주 확대의 수혜를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국내 증시에서 원전주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 주가는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7일까지 6만7100원에서 7만7100원으로 14.9% 올랐다. 한전기술도 같은 기간 14.5% 상승했고, 한전KPS는 5.1% 올랐다.
중소형 원전주의 상승폭은 더욱 컸다. 원전 계측제어시스템을 개발하는 우리기술은 같은 기간 9030원에서 1만1200원으로 24% 뛰었다. 원전용 계측기를 생산하는 우진도 1만3190원에서 1만4600원으로 10.7% 상승했다.
원전주의 강세를 이끄는 가장 큰 요인은 AI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한 전력 수요 증가다. 원전 관련 투자 확대 기대감과 함께 발전설비 사업 전반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유입된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로 AI 데이터센터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대규모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발전원에 대한 수요는 커지고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안정적인 기저전원에 대한 수요도 커지면서 원전의 역할이 다시 부각되는 모습이다.
미국은 이미 원전 산업을 다시 키우기 위한 정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DOE)는 지난 6월 원전 공급망을 지원하기 위해 175억 달러 규모의 대출 지원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원전 건설에 필요한 장납기 기자재와 공급망 투자를 지원해 신규 원전 건설을 앞당기는 것이 핵심이다.
원전 관련 규제도 완화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지난달부터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외국인 소유 규제를 완화하는 조항이 시행됐다. 미국 정부가 자국 내 원전 공급망을 복원하는 동시에 외부 자본과 기술을 활용해 원전 산업의 재건 속도를 높이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미 빅테크와 원전 사업자 사이의 협력도 시작됐다. 미국 최대 원전 운영업체인 콘스텔레이션에너지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장기 전력구매계약(PPA)을 맺고 폐쇄됐던 스리마일섬 원전 1호기를 다시 가동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AI 산업 확대로 전력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존 원전의 수명을 연장하거나 폐쇄 원전을 다시 가동하려는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원전 연료인 우라늄 가격도 상승세다. 글로벌 금융정보 플랫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이날 기준 국제 우라늄 가격은 파운드당 86.80달러로 1년 전보다 19.8% 올랐다. 단기간에 생산량을 늘리기 어려운 우라늄의 특성상 원전 확대가 장기적인 수요 증가로 이어질 경우 가격 상승 압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하반기가 미국 원전 산업의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KB증권은 그동안 정책 중심으로 진행됐던 미국의 원전 확대가 하반기부터 실제 프로젝트 단위로 구체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장문준 KB증권 연구원은 "올해 하반기가 원전 투자에 있어 중요한 시점이 될 것"이라며 "미국의 원전 확대 정책이 실제 사업과 발주로 연결되는 과정이 본격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미국 원전 확대는 단순한 신규 원전 건설이 아니라 미국 원전 산업 재건의 성격이 강하다"며 "플릿(Fleet) 전략과 공급망 재구축, 금융 구조 정비, 인허가 체계 단축 등이 동시에 추진되며 실제 발주와 투자로 이어질 기반이 마련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프로젝트별 발주가 본격화되면서 국내 원전 밸류체인의 수혜 범위도 점차 가시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기업 입장에서는 미국 원전 시장의 확대가 새로운 성장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두산에너빌리티는 원자로와 증기발생기 등 원전 핵심 기자재를 제작하고 있으며, 소형모듈원전(SMR)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한전기술은 원전 설계와 엔지니어링을 담당하고 있고, 한전KPS는 발전설비 정비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현대건설 역시 대형 원전 건설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 SMR 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장 연구원은 "이번 미국 원전 확대는 단순히 몇 기의 신규 원전을 짓는 프로젝트가 아니다"라며 "40년 가까운 공백 이후 다시 반복적으로 원전을 지을 수 있는 국가가 되는 과정에 가깝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지난 1년 다소 선언적이었던 미국의 원전 확대 전략이 하반기부터 프로젝트 단위의 구체적 윤곽을 드러낼 것"이라며 "한국 원전 밸류체인 중에서 누가, 어떻게, 얼마나 참여할지 역시 구체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시장의 관심은 '원전 르네상스'가 실제 수주와 실적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에 쏠릴 전망이다. 최근 원전주가 단기간에 가파르게 상승한 만큼 추가 상승을 위해서는 구체적인 프로젝트와 수주 소식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AI 데이터센터 확대에 따라 안정적인 전력 공급의 중요성이 커지고 원전의 역할이 다시 부각되는 흐름은 중장기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라며 "다만 국내 원전 기업의 실적이 우라늄 가격과 직접 연결되는 구조는 아닌 만큼 실제 신규 원전 발주와 해외 수주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미국 원전 산업은 수십 년간 신규 원전 건설이 제한되면서 공급망과 전문인력이 약화된 상태"라며 "국내 원전 업계가 체코 원전 수주를 비롯해 축적한 해외 사업 경험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미국 등 주요 시장에서 추가 수주를 확보할 수 있을지가 향후 'K-원전 르네상스'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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