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실적에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인공지능(AI) 메모리 호황으로 벌어들인 현금을 주주에게 얼마만큼 돌려주느냐가 주가 부진을 끊을 변수로 지목된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달 31일 각각 26.81%, 29.95% 폭등하며 직전까지의 폭락에서 벗어났지만 이후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했다. SK하이닉스는 이달 들어 지난 11일까지 하락률이 17.05%에 이르고 삼성전자도 같은 기간 8.76% 내렸다.
거래대금도 급감했다. SK하이닉스의 11일 기준 거래대금은 5조4052억원으로 사상 최고치였던 6월 23일(21조9345억원)의 5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삼성전자의 거래대금도 5조5379억원으로 6월 24일(15조8374억원)의 3분의 1가량으로 줄었다. 메모리 업황에 대한 눈높이가 낮아진 데다 AI 투자 수혜를 보는 시선이 메모리에서 클라우드 등 서비스로 옮겨간 결과다.
정우성 LS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기업들이 전분기 대비 30~40% 이상의 실적 성장을 이어가는 가운데 아마존의 클라우드 수익도 40% 수준 증가했다"며 "IT 섹터 내에서 메모리에만 투자할 필요가 없다는 내러티브가 강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투톱 모두 실적 발표 직후엔 반등했지만 이달 들어 상승분을 반납하며 주춤한 상태다. 다만 속을 들여다보면 온도차가 있다. 삼성전자는 2분기 실적을 발표한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6일까지 일주일간 종가 기준 10.55% 올랐고 SK하이닉스도 실적 발표일인 지난달 29일부터 일주일간 7.61% 올랐다. 하지만 6월 고점과 비교하면 SK하이닉스는 298만원대에서 52.29% 밀린 반면 삼성전자는 37만원대에서 35.96% 내려 낙폭 차가 뚜렷하다.
상대적으로 SK하이닉스 주가가 더 부진한 건 주주환원 의지라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콘퍼런스콜에서 특별배당을 포함한 방안을 논의 중이라며 "믿고 기다려준 주주에게 결과를 보여드리겠다"고 밝혔지만 SK하이닉스는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원론적 답변에 그쳐 주주 실망을 키웠다. 여기에 엔비디아에 HBM을 싸게 공급한다는 지라시, 낸드 자회사 솔리다임의 기업공개(IPO) 추진설이 겹치며 투자심리를 짓눌렀다.
흔들린 투자심리를 되돌릴 카드로는 주주환원이 꼽힌다. 관건은 규모로, 증권가는 두 회사의 올해 잉여현금흐름(FCF)을 삼성전자 200조원대, SK하이닉스 100조원대 중반으로 추정한다. FCF의 50%를 배당·자사주 재원으로 쓰겠다는 기존 방침을 감안하면 올해 두 회사의 주주환원 규모는 150조원을 웃돌 수 있다.
KB증권은 삼성전자 몫만 연간 최소 100조원에서 최대 200조원까지 전망했다. 기존 9조8000억원의 10배가 넘는 규모다. 미래에셋증권은 2027년 이후 3년간 삼성전자의 FCF가 보수적으로도 600조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같은 환원율을 적용하면 환원 재원은 과거의 10배 수준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관측했다.
미래에셋증권은 SK하이닉스의 올해 FCF를 180조원, 연말 순현금을 173조원으로 내다봤다. 현금 100조원을 남겨두더라도 70조~80조원의 실탄이 확보되는데 이 중 절반만 풀어도 40조원 안팎의 환원이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삼성증권은 기존 정책대로 올해와 내년 FCF의 절반을 환원 재원으로 돌리면 각각 57조원, 120조원의 여력이 생긴다고 봤다. 여기에 키옥시아 지분 매각 대금 63조원가량이 더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시장에서는 환원 규모뿐 아니라 특별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을 어떻게 배분할지도 관심사다. 회사가 직접 주식을 사들이면서 수급 개선 효과가 나타나 주가 상승에도 힘을 보탤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현행 3개년 주주환원 정책이 올해 종료돼 잔여 재원 처리와 차기 정책이 함께 제시될 가능성이 크다. "매우 이른 시일 내" 발표를 예고해 이르면 이달 중이 유력하다. SK하이닉스는 주주환원책 발표를 연말께로 예정했다가 주주 반발에 3분기 내로 앞당겼다.
주주환원과 별개로 업황 전망을 두고는 증권가 눈높이가 극과 극이다.
키움증권은 메모리 정점이 예상보다 빨리 올 수 있다며 삼성전자 목표가를 35만원으로 낮춘 반면 KB증권은 공급 부족이 최소 3년 이어진다며 60만원을 유지했다. SK하이닉스 목표가도 신한투자증권 270만원에서 한국투자증권 470만원까지 벌어졌다.
반면 외국계 투자은행(IB)들은 최근 급락을 기회로 평가하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메모리 산업의 가장 가파른 조정은 끝났다며 현 밸류에이션을 매력적인 재진입 구간으로 평가했고, JP모건과 골드만삭스도 코스피 12개월 목표치를 각각 1만2500포인트, 1만2000포인트로 제시하며 한국 증시가 과도한 비관론을 반영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모건스탠리는 "인공지능(AI) 관련 자본 지출과 주주 수익률을 메모리 반도체주에 긍정적인 요인"이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 프로그램이 향후 주가 상승의 촉매가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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